중학교때 미술선생님은 외모만으로 판단했을 때 "예술가"의 풍모가 듬뿍 묻어나는
그런 양반이셨다.

언제나 헝클어진 머리에 까무잡잡하고 작지만 길게 찢어진 날카로운 눈구멍과 함께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머리가 커서 접해봤던 운동권에서 뿌려주던 찌라시 속의 삶에
찌든 노동자의 모습과 똑같았었다.

그뿐이 아니라 교내에서도 그는 노상 담배를 입에 물고 다녔고, 말수도 상당히 적고
조용조용했지만 범상치 않은 복장을 두르고 교정을 돌아다닐땐 학교 여기저기에 그의
카리스마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날 정도로 특색있고 인상깊은 선생님 중에 한분이셨다.

나중 대학로에서 했던 그분의 개인전을 보러 갔을 때 그분이 학교 교사의 신분이면서
흥사단쪽에도 몸담고 있는 것을 알았고, 그분의 작품 역시 그분의 외모만큼이나 범상치
않는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었다.

외모가 저리 독특한 양반은 그 외모와 더불어 성격또한 결코 평범하진 않았었다.
메피스토는 미술수업시간에 그 양반에게 모욕에 가까운 조롱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 다음주에는 흐뭇한 미소로 중학생인 내가 그린 그림을 한참이나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인간형 중에 하나였던 기억도 난다.

감을 잡을 수 없는 이런 양반도 그래도 단 한가지 사항에 대해서만큼은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셨다. 미술숙제를 배끼거나 남의 것을 자기것이라고 제출을 하는 경우만큼은
상당할 정도로 깐깐 그 자체였었다.

수업과제로 찰흙으로 손바닥크기만한 조형물을 만들어 오라는 미술선생님의 숙제가
내려졌고, 어린 나이에 제법 씨리어스 하고 그로테스크 했던 메피스토는 이 괴팍한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에 제법 고민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과물은 우연히 밥먹다
보게된 "동물의 왕국" 마사이 족들의 모습에서 그냥 저냥 그들의 검은 피부를 중심으로
상당히 공포스러운(세로로 길게 튀어나온 눈동자에 핏발까지 표현한) 시커먼 흉신상을
숙제랍시고 제출했었던 기억이 난다.

괴팍한 미술선생님 내가 만든 과제를 보고 씩 웃으면서 한마디 하셨던 기억이 난다.

"너 어제 동물의 왕국 봤지..??"

그러면서 이건 내가 가져간다...나쁜 곳에 안쓸게 하면서 낄낄 거리셨었다.

그러나 이렇게 학생들의 과제를 검사하면서 언제나 씩~ 웃었던것만은 아니였었다.
가끔 과제를 안해온 학생들은 타반에서 이미 검사를 맡은 과제를 들고 와 자기것인양 검사를
맡았던 적이 몇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인 이 미술선생님은 중복과제를
제출한 학생에게 단 3번의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걸로 그의 처벌이 시작되었었다 그는 한학년
학생들에게 똑같은 대상으로 내준 과제의 결과물를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물론 질문의 내용은 " 이거 니가 만들었어 혹은 니가 그렸어.?" 로 똑같은 질문을 3번 내리
물어보고나서 3번의 질문에 똑같이 "예"라고 뻔뻔하게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답변을 한 학생에
대해서는 지체없이 싸대기를 날리는 행동을 하셨었다. 싸대기로 시작한 그의 얼굴은 대번에
"사천왕상"으로 돌변했으며 그날 그 학생은 수업시간 내내 맞아야만 했었다.

처벌이 끝난 후 언제나 똑같은 말씀을 하셨었다.

" 안했다...못했다 보다 더 잘못된 것은 남의 것을 가지고 자기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물론 남이 만든 과제의 결과물을 자기것이라고 우긴 학생은 물론이요 자신의 과제물을 남에게
넘겨준 학생 모두 미술 성적은 좋게 나오진 않았었다.

이렇게 광마로 돌변한 미술선생님의 소문이 학교에 퍼진 후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남의
과제를 자기 과제라고 검사를 맡는 행위는 사라졌고, 차라리 과제를 못했습니다 안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풍토가 자리잡게 되버렸다.

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표절에 대한 무서움을 "사천왕상"으로 돌변한 미술선생님의 얼굴을 통해
접하게 되었었다. 그 사건이 30이 넘은 나이에도 각인이 되버렸는지 표절 혹은 남의 것을 내것이
라고 우기는 행위에는 중학교 시절 직접 당하진 않았지만 목격한 것만으로도 지독한 "트라우마"
로 남겨진건지도 모르겠다.

살아 움직이는 "사천왕상".....
대면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지금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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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11-0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좋아 표절이지 쉽게 말하면 도둑질이지요...
도둑질하면 잡혀가는거 애들도 아는데....

마태우스 2006-11-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천왕 하면 물만두, 바람구두, 파란여우, 그리고 메피님을 칭하더군요^^

비로그인 2006-11-0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의를 몸소 실천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도덕 관념 확실히 배운 학생들 많았겠군요.

기인 2006-11-0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사천왕 힘내세요 ;)
쓴 맛을 보여주삼~

Mephistopheles 2006-11-0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 그나마 옛날보다 어느 분야에서는 좋은 풍토가 자리잡히는 것 같더라구요.."게임"분야에서는 이제 유저들이 알아서 복사품 쓰는 불량유저들을 걸러내고 하더라구요...^^
마태님 // 전 빼주세요 전 아닙니다..그럼 마태님은 보살입니다..ㅋㅋ
승연님 // 예 그 선생님이 상당히 괴팍한 편이지만 저런 사항에 대해서만큼은
에누리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삼천왕대면하게 해달라고 속삭이신 분 // 여인천하식으로 말하면 메이야~! 정녕
단매에....~~ 입니다..^^
기인님 // 예 물만두님 바람구두님 파란여우님 마태님께 힘내시라고 전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