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목포에 바다낚시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항구에 버글버글 모여있다. 짐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얼굴은 낚시의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다. 짐이 왜이리 많냐고 물어보니 내일 아침까지 배에서 낚시 할려면 먹을 것도 있어야 하고 소주도 한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장면 바뀌고 배 위. 수십명의 사람들이 바다에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 곧이어 걸리는 은빛의 길다란 생선...갈치다. 그들은 갈치 낚시를 하기 위해 이 배에 탄 것이다. 낚시바늘에 걸려 허덕거리는 갈치는 그 긴몸 때문에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하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자태를 뽐낸다.그것도 한순간. 배위에 올려진 갈치는 어느 낚시꾼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회칼에 의해 토막쳐 친다. 초장에 푹 찍어 쫙 벌어진 입에 우겨 넣고 꿀맛이라고 환장을 하는 낚시꾼...(내가 봤을 땐 씹지도 않고 그런 소릴 하는 것 같더라) 밤이 되자 야행성인 갈치는 계속 잡히기 시작한다. 올라오는 족족 회로 토막쳐지거나 조림을 위해 역시 토막쳐진다.
장면 2
강원도 어디쯤이라고 보여진다. 어른, 아이들이 땅속에서 감자를 캔다. 그리고 옥수수를 딴다. 다른 곳 개울가에선 또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물장구를 치면서 팔뚝만한 생선을 잡을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다. 곧이어 잡힌 생선은 송어... 장면 바뀌면서 몇몇 장정들이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 포크레인까지 동원된다. 시간이 잠시 흐른 후 잡은 송어를 호일에 통째로 싸서 그 파논 구덩이에 묻는다. 더불어 감자. 옥수수도 같이 묻힌다. 직사각형으로 파논 땅의 한켠에서는 불을 피운다. 그리고 흙을 덮는다. 시간이 또 잠시 흐른 후 땅을 파보니 완벽(?)하게 익은 송어와 감자와 옥수수가 드러난다. 호일을 펼치고 수많은 무리의 인간들이 생선살을 허걱지겁 먹는다. 어떤 남자는 오바하면서 마치 산적 혹은 호모 싸피엔스처럼 거칠게 송어를 물어 뜯으며 이맛이야~! 를 큰소리로 연발한다.
장면 3
아주머니 한분이 들통하나를 들고 게울로 들어간다. 잔잔한 게울바닥엔 길고 굵은 대나무가 잠겨있다. 그 대나무의 한쪽 구탱이를 열자 길다란 장어들이 탈출의 해방감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래봤자 들통속이지만....
장면 바뀐 후 주방에서 그 아주머니는 짧게 자른 대통에다가 살려고 몸부림치는 장어를 한마리씩 구겨 넣는다. 도망갈려고 발악하는 놈들은 아주 잠시사람의 손에서 탈출하지만 안착한 곳은 차가운 주방바닥..곧바로 다시 대통속으로 구겨져 들어간다.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고 곧바로 찜통으로 직행한다 장면 바뀐 후 몇몇의 사람들이 식탕에 모여 앉아 있다. 이 사람들 앞에 찜통에 투입된 대통이 전달된다. 입구를 개봉한 후 앞에 놓은 그릇에 대통을 기울이자 불과 몇분 전 살려고 몸부림치던 그 장어들은 그 상태 그대로 튀어나온다. 하지만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수저로 한입 베어 물고 감탄사를 냅다 지르는 아저씨..이것 먹으면 가을 나고 겨울엔 한번 더와 겨울 난다고 한다. 건강하세요 아저씨....
장면 4
꽃게를 가지고 게장을 하고 있다. 그 짜디짠 간장은 살아있는 게들에게 여지없이 뿌려지고 역시 살겠다고 버둥거리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한다. 절명한 게들이 손님상에 오르면 천적들의 침입을 막아줬던 그 튼튼한 갑주들은 사람들의 손가락에 의해 여지없이 갈라지고 찢겨진다. 장면 바뀐 후 주방안...절구공이를 든 아주머니는 살아있는 꽂게를 도마위에 올려 토막을 친 후 들고 있던 절구공이로 사정없이 게들의 토막을 롤링시키면 압착한다. 삐져나오는 살과 내장...그것을 모아 게딱지에 우겨넣는다 일명 임금님이 드시는 게찌게라면서 게살 발라 먹기 귀찮은 사람들에겐 참으로 편리한 요리같아 보인다. 쩝쩝 거리면서 맛있다고 먹는 두남자. 국물맛이 기가막히단다....
어제 봤던 모 프로그램의 한 쳅터였었다. 제목이야 계절음식 여기저기 보여준 것이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음식점 선전으로 보일 수도 있고, 출출한 사람들 속 꽤나 쓰리게 만들수도 있었겠지만, 잠시 보는 각도를 틀었더니만, 이보다 더 잔인할 순 없다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지구상의 먹이사슬 최정점에 있기에 망정이지... 인간보다 상위의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낚시에 걸려 토막이 쳐지고 호일에 쌓여 뜨거운 땅속에 묻히거나 대통에 들어가 찜기속에 투입되고 롤러로 눌려 살과 내장이 발라지지 않을까 하는 잔인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