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선배의 경험담이겠죠...흐흐흐흐...

선배는 고시공부를 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중도에 포기했지만요. 자기딴에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자 산속에 들어가 공부를 했었다고 합니다. 마침 친한 친구가 자기와 같은 처지였고, 그 친한 친구
의 집어른과 가깝게 지내시는 어느 주지스님이 강원도 산자락에 있는 비교적 공부하기 좋은 암자를
하나 소개시켜줬다고 합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을 중심
으로 계단을 몇단 내려가면 달랑 두채의 사랑채 비슷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다였다고
합니다. 인적이 드물고 자연속에 파묻혀 있다 보니 집중하는데는 아주 좋은 환경이였던 거죠.....

선배와 선배의 친구는 나름대로 고시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인자하신 주지스님도 스님이
지만 암자의 환경 자체가 잡생각을 안나게 해주는 오묘한 지리적 위치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워낙에 암자에 기거하는 식구들이 없었기에 대웅전 아래 있는 사랑채 두채에 서로 공부방해
안되게 각자 하나씩을 차지하고 공부를 했다고 하더군요. 암자에 같이 들어갔지만 각실을 쓰게 된거죠
선배와 선배친구는....



어느날 여간해서 암자를 비우지 않던 스님이 일이 있으셔서 외출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냥 몇시간 암자를 비우시는 것이 아닌 2일에서 3일 일정으로 외출을 하신 것이였죠. 암자의 식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사실 밤에는 주지스님, 선배, 선배친구..이렇게 3명밖에 없었는데 주지스님이 암자를
비우시니 당분간 밤에는 선배와 선배친구만 남게 되었던 것이죠....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스님이 암자를 비우고 한 두시간이 흘렀을까...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
했답니다. 투덜투덜 거리면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공부를 했다더군요..점점 어둠이 깔리고 밤이 다가와도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답니다.

비가 많이 오다 보니 싸늘한 기운이 들어 방문(방문이라고 해봤자 전통식으로 한지를 바른 문)을 닫고
공부하고 있던 선배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답니다. 그 빗속을 걷는 사람 발자국 걸음....

자박..자박...자박...자박....

소리는 점점 가까히 다가왔고 자신이 기거하고 있던 사랑채 문 바로 앞에서 멈추고는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겁니다...몇분이 흘렀을까..또

자박..자박...자박...자박....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선배는 건너편 사랑채에서 공부하는 선배의 친구가 장난하는 줄 알았답니다.
일부러 자기방에서 선배의 방까지 소리가 큰 발소리를 내면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또다시 빗소리를 뚫고 들리는 발자국 소리...

자박..자박...자박...자박....

어김없이 친구의 처소근처에서부터 조금씩 크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선배는
열이 받았답니다. 이윽고..선배가 기거하는 방앞에서 발자국소리는 멈췄고, 이때를 기다리던 선배는 문을 벌컥 열고 소리 질렀답니다.

`야 임마....공부 좀 하자~!! 그렇게 심심하냐~!!!'

그러나 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지만, 예상하고 있어야 할 상황이 아니였답니다. 문밖에는 선배의 친구는 안보이고 처음 보는 듯한 오래된 짚신 한켤레만이 문밖에 신발머리가 선배방을 향한 채...나란히 있더랍니다.

기겁을 한 선배는 후다다닥 뛰쳐나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선배친구의 방으로 뛰어들었답니다.
방안에는 시퍼렇게 질려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얼굴만 내민 공포에 질린 선배친구가 있었고요... 선배는 재빠르게 친구의 방에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선배친구가 뒤집어 쓰고 있는 이불속으로 합류했답니다.

선배 친구도....선배가 장난하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방문을 열어보니 선배는 없고 짚신 한켤레만 방문앞에 있는 걸 보고 그대로 얼어붙어서 이불속으로 숨었다고 하더군요. 잠시후...들리는...그...발자국 소리...

자박..자박...자박...자박....

좀전에 뛰쳐나온 선배의 방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는 그 발자국 소리는 점점 커져 이젠 둘이 있는 선배친구의 방앞에서 멈춰섰답니다. 공포에 짓둘린 두사람은 문고리를 꽉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답니다. 수십여분동안 아무소리도 안들리더니..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답니다..

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

아.....이번에는 건너편으로 멀어지는 발소리가 아니였답니다. 그 둘이 문고리를 꽉 잡고 있는 사랑채 둘레를 빙글 빙글 도는 듯한 발자국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기 시작했답니다. 선배는 앞문의 문고리를 붙잡고 선배친구는 뒷문의 문고리를 붙잡고...둘은 거의 패닉상태였다고 합니다. 공포가 극에 달하면 의외로 용감해진다고...선배는 그 발자국소리가 자신이 잡고 있는 앞문을 향하고 있을 때...용기를 낸건지..원인을 알 수 없는 힘에 의한 건지.....벌컥 문을열어 버렸답니다. 그런데....그 앞에 서있는 것은.......

결코 청결해 보이지 않는 때에 찌든 남자 한복을 입고 있는 건장한 사람이였답니다. 발에는 흙탕물이 범벅이 된 짚신을 신고 있었으며...머리는 봉두난발로 어깨까지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그 머리숱이 너무 많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의 옆모습을 봤답니다. 물론 비에 흠뻣 젖었고요..문앞에 서있던 그 정체불명의 남자가 천천히 몸을 틀어 문쪽으로 돌아섰을 때...문을 열은 선배는 곧바로 기절했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렸더니..근심스런 주지스님 얼굴이 보였답니다. 방안을 둘러보니 친구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고, 밖에는 비는 그쳤고 동이 터오고 있더랍니다. 주지스님이 두사람을 추스리고 제자리에 앉히고 나서 입을 열으셨다고 합니다.

`내가 니들에게 깜빡 잊고 말 안한게 있어서 다시 부리나케 암자로 올라왔단다..그런데 니들 벌써 본 모양이구나...사실 이 암자 주변 산속에 망자들이 꽤 있단다. 좀 무서운 놈들인데 부처님이 계시는 이곳에서 내가 염불을 외고 있으면 감히 다가오지 못하는 것들인데...내가 자리를 비우자 마자 이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까지 온 듯 하구나..그놈들 딴에는 부처님이 큰 귀신이라서 감히 접근을 못할꺼라 생각했는데...늬들이 묵고 있는 방은 부처님이 계신 대중전과는 거리가 있다보니..아무래도 걱정이 되서 급하게 다시 올라왔단다...그런데..아니나 다를까 여기까지 들어올려고 했던 모양이구나..'

주지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문쪽을 바라본 선배는 경악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흙으로 찍힌 짚신모양의 발자국........
방문을 넘어 정확히 두개가 찍혀 있었다고 하더군요.....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선배와 선배친구는 그날로 산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선배는 그때 이야기만 하면 아주 몸소리를 칩니다. 그때 주지스님이 빨리 안돌아 오셨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소리를 하면서 진절머리를 칩니다..

여러분들도 혹시.....조용한 밤...집밖에서 아님 대문 밖에서 들리는...발자국 소리...느껴보신 적 없습니까...흐흐흐..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집앞..혹은 대문앞에서 멈췄을 때..절대..문을 열지 마세요......절대로요......

뱀꼬리 : 이따가...밤 12시에....다시 한번...읽어 보세요.....아마도 다른 느낌이.....생길 껍니다....

그런데 왠지 알라디너들은 문밖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에 `야~! 택배아저씨다~!'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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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8-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안읽었어야 했어.... ㅠ.ㅠ
흥 그래도 추천하고 가야지=3=3=3

Mephistopheles 2006-08-0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 우허허...무서우셨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
새벽별님 // 혹시 그 줄넘기 소리가.. 위이(자박)이잉(자박)위이(자박)이잉(자박)
줄넘기는 소리와 섞여서 나지도 않았나요.??

해적오리 2006-08-0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그 암자괴담이군요. 재밌어요.. 물론 환한 낮에 읽어서 그렇겠지만 ... 밤이 되면 메피스토님을 원망하게될지도 모르겠군요...

반딧불,, 2006-08-0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행입니다. 환할때 읽어서^^

moonnight 2006-08-0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저도 다행예요. 아침에 읽었네요. ^^; 으으. 선배님이랑 친구분, 정말 무서우셨겠어요. 세상에 신기한 일들이 넘 많아요. +_+;

chika 2006-08-0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꼬리 덕에 살았어요. 자박자박자박.... (택배요~ ^^)

Mephistopheles 2006-08-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 밤에 다시 한번 읽어 보시길..권장합니다..자박자박자박...
반딧불님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은 어김없이 온다죠..그때..이 뼤빠를 기억해 주세요~~
달밤님 // 흐흐흐 그러게요..그나저나 달밤님은 답글다는 제가 아직 메피스토라고 생각하시나요..???=3=3=3=3=3
치카님 // 글쎄요..택배아저씨의 정체가 과연 사람일까요...오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