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팩

스타크레프트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문화가 되었고 밀리언셀러, 플라티넘 게임이 되버렸다.
오죽하면 이 게임의 경기장면으로만 50%를 떼우는 방송국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게임의 내용이야 쉽게 말해 세개의 종족이 피튀기며 싸우는 아수라장인데...
그중에 인간이라고 판단되는 (사실은 쿠테타에 실패한 반정부군 혹은 도적떼들.)
종족을 테란이라고 부른다. 싸울 수 있는 유닛 중에 가장 가격이 싸고 가장 빨리
뽑아 낼수 있는 것이 마린, 파이어벳이라는 유닛이 있는데 이들 유닛의 재미있는
점은 스팀팩이라는 항목이다.

쉽게 말해 비리비리 하던 놈들이 뽕 맞으면 천하장사가 되는 것처럼 게임에서도
비리비리한 마린 혹은 파이어벳들이 스팀펙을 맞으면 눈에 뵈는게 없이 기존의
스펙보다 월등한 내구성과 전투력으로 타 종족을 도륙을 해버리는 어떻게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는 아이템이라고 말하고 싶다.(부작용으론 체력이 깍인다.)

대략 요따구로 생겼다.



게임의 스팀팩이 실제로도 존재한다.
저번 일요일날 출근했을 때 소장이 점심식사 시간때 영양제 이야기를 했다.
아XXXXX라고 불리우는 영양제가 피로회복에 그렇게 좋다고 하시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한통을 사가지고 오셨다. 한판에 10개가 들어있는 단단하기 그지
없는 노란알약....효과는 글쎄 모르겠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진 몰라도 사무
실 사람들이 꾸준하게 그 알약을 소비하는 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그러나 난 이보다 더 막강한 알약을 경험했었다.

역삼세무소 부근의 사무실을 다닐 때...
모든 설계사무실이 그렇듯이 일이 많다 싶으면 야근 철야 주7일 근무를 밥먹듯이
하는게 현실인지라 여차 잘못 걸리면 몇일동안 집에도 못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아주 기쁜나쁜 경험을 하게 된다.
(메피스토의 기록은 1분도 안자고 3일 날밤을 까버린 적이 있다.집에가서 거울을
보고 웬 좀비 하나가 마주보고 있는 걸 목격하고 화들짝 놀랐었다.)
그때도 역시 몇일째 집에 못들어가고 24시간 강행근무를 했을 때였다.
하루를 꼬박 새고 다음날 비리한 시체같은 몰골의 직원 3명은 `아침밥가능'이라고
써있는 식당에서 주린 배를 허겁지겁 채우고 본업으로 돌아갈려고 했었다.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직원하나가 제안을 했다.
어짜피 사무실 돈 쓰는 건데 피로 회복제나 하나 사서 먹자고 한다.
약을 먹는다고 피로가 회복된다는 말을 믿지 않는 나였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우리는 그 동네의 허름하다고 생각되는 조그마한 약국으로 몸을 옮겼다.

나이가 잔뜩 들으신 파파할머니 같은 분이 약국을 지키고 있었으며, 놀랍게도 그분이
이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셨다. 증상(?)을 설명하고 피로회복제를 요구했더니, 웬지
모를 암시장 마마상 같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조제실로 몸을 숨기시고 뚝딱뚝딱
하시더니 정체모를 약을 우리에게 내밀어 주셨다.

설명을 하자면 요즘 나오는 약봉지가 아닌 그 옛날에 이렇게 저렇게 종이를 접은
약봉지에는 색깔조차도 야리꾸리한 알약이 3개 있었고, 더불어 권하는 드링크제 역시
들어도 보지도 못한 이름이였다.(기억이 안난다) 거기다가 농촌에서나 쓸법한 엠플에
들어있는 정체불명의 물약까지 해서 3종셋트를 우리에게 내민 것이였다.
(엠플의 생김새는 옛날 시골에서 봤던 돼지 X붙일 때 쓰던 것과 매우 흡사했다.)

먹는 방법을 설명해보자.
먼저 그 이름도 생소한 드링크제를 1/3정도 마시고 비워진 공간에 엠플의 가느다란
끝부분을 따서 드링크제와 물약을 잘 섞어준다. 그 후 야리꾸리한 알약 3개를 입에 털
어놓고 엠플약물과 드링크제가 섞인 그 2/3을 입에다 부어버리고 알약과 함께 삼키면
상황종료인 것이다.

이 정체불명의 3종셋트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우린 이미 밤을 새고 졸음이 머리끝까지
오른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은 일은 많았고 시간은 촉박했으니까.
약속이나 한듯이 앞의 설명대로 약을 털어넣은 우리는 사무실로 복귀했다.

앉아서 일을 할려고 하니 밥도 먹었겠다..졸음이 스물스물 몰려오는 것이였다.
속았다.라는 생각으로 그 암시장 마마상 같은 할머니 약사를 원망하면서 남아 있는 일
량에 대해서 걱정을 늘어놓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아랫배부터 원인모를 뜨거운 기운이 명치를 지나 식도를 지나 머리까
지 올라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그러더니. 거짓말처럼 졸음은 싹 가지고 정신이 말똥
말똥해지는 것이였다. 아침에 출근한 실장은 일들 안하고 잠만 퍼질러 잤을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그 약을 섭취한 3명은 밤을 샌 사람들같지 않게 지나치게
팔팔해진 것이였다.

그 이후로 우리는 그약을 `스팀팩'이라고 명명했으며, 그 허름한 약국의 마마상을 `매딕'
이라는 칭호로 불렀다. 또다시 날밤을 까고 일량이 많으면 우리는 약속이나 한것처럼
그 약국으로 가서 그 정체불명의 효과만땅의 피로회복제를 복용했다.
물론 약을 복용한 후 우리의 대사는 언제나 이랬다.

`Let's burn.!!!' (해석을 하자면....후끈 달아오르는구마잉...~~!!)

그렇게 우리는 화끈하게 철야를 하고 화끈하게 시들어 갔었다.

뱀꼬리: 혹시라도 마약류가 아닌가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그 약을 철야때마다 복용을
했던 건 총각때 이야기 였고 시간이 흐른 지금 상습적으로 찾지도 않았으면서 그냥 추억
으로만 남아있다는 생각되는 바..마마상의 오묘한 조화에 의한 새로운 신약이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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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4-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 약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화끈하게 시들어갔다니... 추천 한 방 ! ㅋ

하이드 2006-04-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끈하게 시들어갔다. ;;;;;;;;;;
저는 '불면'이 취미인지라, 주기적으로 일년에 한 두번, 세 네번 일주일에 열시간 자기를 실천합니다. 연애할때, 회사 죽도록 가기 싫을때, 욕구불만일때 그 주기가 찾아오지요. 좀비하이드를 지탱시켜주는건 의외로 회사의 일상과 별다방 사약커피라는...

싸이런스 2006-04-1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해석이 넘 웃겨요. 후끈 달아오르는구마잉... 요즘 님 서재 글 읽는 재미가 엄청 쏠쏠하네요. 꾸벅~
스팀팩이란 제목에 마사지 팩인줄 알고 찾았다는... 님의 오묘한 세계는 넓디 넓어라 하면서..ㅎㅎ

플레져 2006-04-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싸이런스님과 같은 심정으로 서재에 입장하였는데...ㅋㅋㅋ
스팀팩, 언제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mong 2006-04-1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쌍한 건축쟁이들의 삶이란...훌쩍~

urblue 2006-04-1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만 하얀 옷 입은 메딕은 귀엽게 생기지 않았나요? =3=3

paviana 2006-04-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금 스타의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SK T 1 오빠들 화이륑!!

Mephistopheles 2006-04-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진짜로 말입니까..?? 웬만하면 그냥 졸리면 자고 피곤하면 쉬어야죠..^^
미스하이드님// 불면이 취미라굽쇼...? 원인이 주기적으로 온다고 하시길래 심각하게 봤는데 나름대로 해결점을 찾으신 것 같군요..^^ 별다방 사약커피..?? 별다방이 강력한 커피를 파나요.?
싸이런스님// 안녕하세요 초면이군요..반가워요..헤헤 쏠쏠하시다니 다행입니다요..
그나저나 댓글을 파악해보니...은연 중 자수를 하신 건가요..??
플레져님// 웬지 플레져님은 바르는 스팀팩의 출시를 은근히 기다리실 듯한 느낌입니다..ㅋㅋ
몽님//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편.. 그럼요 불쌍하다 마다요..그런데 약간은 자업자득적인 이유도 다분히 있지 않을까요..^^
블루님// 나름대로 귀여운 마마상이였다고 하면 믿으실까 모르겠습니다.(확인불가인걸 알고 우기는 중)그래도 그 스타에서의 마린은 죽을 때 가장 잔인하던걸요...
캬악~! 퍽~!
파비님//에잇~~!! 모든 페이퍼를 꽃미남을 주축으로 보는 관점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