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문신을 할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남들처럼 안보이는 곳이
아닌 손가락 옆하고 손목 그리고 팔꿈치 어깨에 하나씩...
기회는 미국에 있었을 때 였는데 누나에게 그 말 꺼냈다가 한국에 귀국도 못
하고 친누이에게 맞아죽은 불귀의 객이 될 뻔 했었다.
(매형을 꼬셔서 하러 갔어야 했는데..)
남들처럼 화려한 문양이나 야쿠자처럼 벚꽃이 휘달리면 잉어가 뛰고 용이 또
아리를 틀고 있는 그런 대단한 스케일의 문신이 아닌 내가 원했던 문신은
`줄자' 였다.
손목관절에 1/100 부터 1/600까지의 치수 그러니까 손가락 끝에서 손목까지의
길이를 나타내는 근사한 폰트의 숫자를 새겨주고 팔꿈치 관절 쪽에도 마찬가
지로 똑같은 축척의 숫자를 새기고 어깨관절 쪽에 그 길이에 따르는 숫자를
새겨넣는 쉽게 말해 줄자를 휴대하지 않아도 몸에 새겨진 숫자가 줄자의 역활
을 할 수 있는 그런 실용적인 문신을 하고 싶었다.
결론은 못했다가 맞을 듯 하다. 아마도 그건 내가 스케일을 몸에 새기면서까지
열정을 가지고 이 일을 오래동안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좀더 나이가 들어 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일을 했을 경우. 열정과 근성으로 새
겨진 몸에 있는 각인은 아마도 나에겐 커다란 후회와 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 늙어 몸에 새겨진 줄자를 보면서 한숨을 쉬면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후회하는
모양새는 추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