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에 변해있더라...가 아니라 알바가 되어 있었다. 엥? 난 내가 다니는 직장 말고는 어디 다른 곳에서 부수입을 올린 기억이 없는데 말이다. 혹시 몰라서 통장잔액과 거례내역을 뒤져봐야 하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딱 3초 고민했었다. 근데 왜 난 졸지에 정규직이 아닌 알바로 몰렸을까. 더불어 이 발언을 설파한 사람은 이런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다소 엉뚱한 주장을 또 되풀이 한다. (이해란 자고로 설득과 공감이 필요한데. 설득력은 제로요 공감은 마이너스 이만점이시다.) 그 분의 표현대로라면 서열 999위쯤의 알바에 위치한 내가 이런 말 듣고 기분이 별로인데 일진격인 40인의 알바에 위치한 분들의 분노는 아마도 대단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싸잡아 알바로 비하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을 내 금쪽같은 시간을 소비하며 이런저런 텍스트를 읽어 보고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간다. 엄청난 보물(?)을 숨겨 논 동굴의 입구를 걸어 잠근 거대한 돌문의 암호가 “열려라 참깨”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암호는 교묘하게 “도서정가제”라고 바꿔놨더니 서열 4위인 인터넷 서점이 감히 암호 뒤에다 “반대”를 첨부하는 바람에 문이 안 열리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분개하며 집단행동을 취하여 그 원흉을 발본색원하여 평화를 되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돌문 뒤에 위치한 동굴에 보물이 없을 것 같다.(이건 진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애써 부인하고 있을 뿐.) 암호까지 걸어놓고 열리길 고대하겠지만, 정작 있어야 할 금은보화가 존재할지는 미지수다. 혹자는 이렇게도 말하더라. 주문을 안 외우는 것 보단 틀리더라도 계속해서 주문을 외워야만 한다고.. 이런 시간 낭비가 있나. 우린 제대로 된 주문이 뭔지 다들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것뿐인데 어이하여 수틀린 주문을 몇 가지나 떠들어대고 겨우겨우 맞아 떨어지는 주문을 찾아야만 한단 말인지. 효율을 따지자면 이런 바보짓도 없을 텐데 말이다.
아주 단순하게 따지면 답은 쉽게 나온다. 동굴 속에 보물부터 채워놓고 돌문에 암호를 걸던 세콤을 설치하던지 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멱살을 잡건 싸워보는 건 어떠실런지. 그때 가서 누구 하나 죽어 나간들 그 보물이 승자독식이 되던 싸운 보람과 보상이라도 있을 것 아닌가. 보상과 보람도 없이 피터지게 싸워봤자 아무것도 남는 것 없는 결국엔 아무도 없었다. 란 결말은 너무 허무하고 슬프지 않을는지...
이기지 못하는 싸움을 거는 것 보다 멍청한 짓은 남은 것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배우며 가방끈이 길어도 깨우치지 못하는 진리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