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과다한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다. 피가 철철 흐르고 살점이 후드득 떨어져나가는 건 기본이다. 약물도 나온다. 약 빨고 해롱해롱 거리는 인간들이 제법 나온다. 고매하신 나라님들이 판단할 때 이 영화는 확실한 쓰레기다. 어디 그뿐인가. 원작의 훼손이 지나치리만큼 심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원작의 캐릭터만 빌려온 스핀오프 성격을 가진 영화이다 보니 이런 비난은 받아도 쌀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원작을 답습한 스테로이드의 결정체인 스텔론 아저씨 주연의 “저지 드레드”가 명작이란 건 아니다.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이 영화의 미덕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 일단 여자 주인공이 예쁘다.(하악하악) 영화의 특성상 몸에 쫙 붙는 제복을 입고 나오는지라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닌 참으로 착한 몸매를 보여주신다. 그리고 아주 잠깐 상상씬에서 대역일지도 모르지만 정도의 노출이 존재한다.(만세!)
피갑칠 영화인데도 참 곱게도 나온다..
또 하나만 장점을 이야기해보자. 이건 순전히 불쌍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제목처럼 주인공의 이름은 “드레드” 앞에 저지(judge)는 직업이다. 이야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최고의 로얄 직업군으로 불릴 수 있는 판사 되시겠다. 그런데 이 주인공 참으로 애처롭다. 영화 내내 그가 내민 얼굴은 짙은 색으로 코팅한 전면유리가 장착된 화이바(헬멧)를 쓴 모습만 보여준다. 그러니까 명색이 주인공인데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판 인지도가 없는 배우를 기용한 것도 아니다. 주연급은 아니더라도 조연급으로 여러 영화에서 인상 깊게 등장했던 “칼 어번”이란 배우가 연기했다. (레드에서 노장 브루스 아저씨에게 개기는 신참, 혹은 레슬러 더 락을 박살 내주시는 “둠”, 반지의 제왕에선 로한의 전사 에오메르, 리딕에선 대머리 벤 디젤의 전리품을 얌체같이 가로채려다 실패하는 바코) 단지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건 입 꼬리가 살짝 처지는 앙당 물은 한일자 입술과 코끝, 턱살이 전부다.
이 배우가 영화 내내........
이렇게만 나온다....아아...
부실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사실 평가는 그저 그렇다가 대부분이다. 그냥 저냥 킬링타임용으로 딱 그만인 영화라는 것이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진리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설정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미래 사회가 배경인 지구는 더 이상 판사가 법원에서 나무망치나 두들기진 않는다. 직접 출동하여 적법성을 따져 범죄자를 현장에서 즉결 처분해버린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배경은 근 미래인데 법 집행방식은 황금광 시대 아메리카 대륙의 서부와 똑같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 영화 거의 중간 넘어 등장하는 다른 저지들은 제법 흥미롭다. 강력한 드레드를 제거하기 위해 범죄자들이 선택한 것이 일명 “변절판사”라는 설정이다. 그들 역시 주인공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나 범죄자의 뇌물을 받으며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일종의 부정한 법집행관으로 묘사된다.(물론 주인공에게 작살나지만.) 이건 머나먼 과거 서부까지 갈 것 없다. 연일 뉴스에 등장하시곤 했던 대한민국 사법부 법조계 몇몇 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니까.
부정판사님들 등장하십니다...만 몇 분후 주인공에게 도륙 당함..
시청한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가 꼭 어떤 고위 법조계 인물의 인사청문회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