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그동안 빡빡하게 일을 시킨 것이 미안했던지 워크숍(말이 워크숍이지 놀고먹고 니나노 하는)을 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다가 입이 방정이라고 “요즘은 걷는 게 대세”란 말을 지껄여 버렸더니.....일동 주목하는 눈치를 보이며 대한민국에 있다는 둘레길, 올레길, 걸어 다니는 길을 죄다 검색하더니만 결국 강화도로 낙점되었다.
원래는 그냥 당일코스로 성곽순례 좀 돌고 장충동가서 족발 뜯고 끝낼까도 했지만 그래도 이왕 가는 거 1박2일로 술(?)먹자.....라는 강력한 의견 탓에 강화도로 낙점되었다.(하지만 난 옛날처럼 술을 못 마시고.)
이리저리 알아보니 강화도에는 나들길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코스도 제법 많다. 1에서부터 시작한 코스가 8로 끝난다. 경사로 좀 피해보자는 심산으로 이틀 동안 7코스와 7-1코스, 8코스를 돌아다닐 것 같다. 여기저기 서핑을 통해 알아보니 제법 경관도 좋고 걸을 만 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근 몇 달째 형광등 불빛 아래서 어머니는 싫다고 하셨던 자장면을 들이키며 죽어라 일만 했던 쇠약한 노동자들인지라 찬란한 자연광이 내리쬐는 갯벌 길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작심을 했으니 아주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망할 놈의 갑 사무실 것들이 오늘 저녁에 전화해서 내일 주세요란 아주아주 징글맞고 뻔뻔한 요구) 아마 내일 이 시간쯤 난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강화도 해변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