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구차하게 변명을 말한다면 주 서식처와 가깝습니다.

강남성모병원이 말입니다.

참 사연 깊은 병원입니다. 아버지가 응급실로 실려 가셨던 병원도 이곳이고

술 먹고 뻗었을 때 죽은 듯 길바닥에 자빠진 저를 보고

겁이 난 친구들이 들쳐 업고 들어간 응급실도 이곳입니다.

얼굴에 화상을 입었을 때도 실려 왔었죠.

하지만 이번 방문은 이전의 방문과는 다릅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분을 배웅하기 위해 잠시 들렸습니다.

몇 분들과 연락이 되어 병원 앞에서 약속을 잡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고 하얀 국화와 향 내음이 진동하는 영안실로 들어갔습니다.

조유식 사장의 이름이 남겨진 조화가 단촐 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유가족 분들과 인사를 합니다. 문득 시선을 돌려 영정사진을

바라봤습니다. 전 사실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처럼 지독한

삶을 살아서 눈물이 말라버린 사연을 가진 삭막한 사람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 분의 영정사진.......

아프지 않으셨을 때 지금보다는 젊은 시절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심정이 복잡해집니다.

울컥...

인사를 드리고 동생분 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막상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하실 때는 편하게 아주 편하게 이별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언니가 누나가 더 이상 아프고 힘들지 않기에 그것 하나만큼은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하십니다.

또 다시. 울컥....

우리 언젠가는 만나겠죠. 이 세상이 아닌 곳에서....

그땐 말입니다. 아파서 힘들어서 꿈도 꾸지 못하셨을 연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삼겹살 구우며 소주 한 잔 마시며 수다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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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마기님 서재에서 잊지 말아요 틀어놨는데 꼭 이 자리에 어울릴 노래가 되었어요.
가족 분들 얘기가 마음에 맺힙니다.

2010-12-14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5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0-12-1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또 눈물나네요 ㅠㅠㅠ

moonnight 2010-12-1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더이상 아프시지 않기에 저도 그것만큼은 안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실 2010-12-1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녀오셨군요.....
참 많이 슬퍼요. ㅠㅠ

울보 2010-12-1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따뜻하셨던분인데ᆞᆢᆞᆢ

무해한모리군 2010-12-1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근이라 가보고 싶은 마음이나 왠지 폐가 될듯해 가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따스히 모르는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시고,
멋진 리뷰도 써주셨는데..
저의 알라딘 두번째 즐찾이셨고...

정말 편안히 잠드시기를 바래봅니다.

순오기 2010-12-1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컥~ 눈물이 나네요.
알라딘에서 조화를 보냈다니 그것도 감사하네요.
만두님 때문에 알라딘에 정 붙이게 된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았어요.
그곳에선 편안하기를...

아영엄마 2010-12-1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에 다녀오셨군요. 제가 갔을 때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조낸 조화가 하나 더 있더이다. 좀 더 많은 곳에서 슬픔을 전하는 조화를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