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해 길이. 추워진 날씨.
줄지 않은 일로 인해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
머리 좀 맑게 해보자고 밖에 나가 담배를 물고 불을 댕겼을 때, 길 반대편 좁은 2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소음 뒤로 나지막하지만 규칙적인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가보니 건너편 세탁소 앞 택배박스 안에 분홍색 나일론 포장 끈에 목이 묶인 20센티가 채 될까 말까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황급히 구석자리를 향해 몸을 웅크린다.
고양이 좋아해 길냥이 사료 주며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뒷자리 여직원에게 알려주니 냉큼 달려가 박스째 들고 온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세탁소로 홀로 들어와 있던 녀석을 아저씨가 측은해 데리고 있다 어미가 찾을지 몰라 바로 앞 차도가 위험해 살짝 목줄을 묶어 밖에 내놨다고 한다.
야근하는 사무실에서 계속 울면서 소음을 유발했지만 전혀 시끄럽지도 일에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동물병원에 하루 맡겨 놨다 그 여직원의 집으로 정식으로 입양되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이번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보내게 된 녀석이 건강하게 잘 자라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