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해 길이. 추워진 날씨.
줄지 않은 일로 인해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
머리 좀 맑게 해보자고 밖에 나가 담배를 물고 불을 댕겼을 때, 길 반대편 좁은 2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소음 뒤로 나지막하지만 규칙적인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가보니 건너편 세탁소 앞 택배박스 안에 분홍색 나일론 포장 끈에 목이 묶인 20센티가 채 될까 말까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황급히 구석자리를 향해 몸을 웅크린다.

고양이 좋아해 길냥이 사료 주며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뒷자리 여직원에게 알려주니 냉큼 달려가 박스째 들고 온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세탁소로 홀로 들어와 있던 녀석을 아저씨가 측은해 데리고 있다 어미가 찾을지 몰라 바로 앞 차도가 위험해 살짝 목줄을 묶어 밖에 내놨다고 한다.

야근하는 사무실에서 계속 울면서 소음을 유발했지만 전혀 시끄럽지도 일에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동물병원에 하루 맡겨 놨다 그 여직원의 집으로 정식으로 입양되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이번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보내게 된 녀석이 건강하게 잘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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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를 부탁해-2
    from perfect stranger 2010-02-04 16:28 
    그러니까 작년 길냥이 하나 입양하고  얼마 전에는 다친 고양이 병원에 입원시킨  우리 여직원의  그 애묘의 근황. 오늘 여직원이 핸드폰에 저장된 길냥이의 성장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 녀석 숫컷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지대로 섹시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어렸을 때 귀염상이더니만 커서도 그 미모를 뽐내시사 이대로 크면 아마 암컷고양이들 꽤나 울리........ 
 
 
다락방 2009-11-1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작아서 더 그런걸까요? 엄청 귀여워요!! >.<

Mephistopheles 2009-11-24 00:4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제법 친해져서 접근해여 장난도 하고 발톱으로 할퀴기까지 한다더군요..ㅋㅋ

하이드 2009-11-1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고등어태비 귀엽! 겨울이라 길냥이들 걱정되요. 저도 이번에는 사료 주문할때 길냥이들것도 함께 주문하려구요. 우리 동네는 그래도 고양이 인심이 좋은편이라 횟집 앞에 몇마리씩 자리 잡고 있기도 한데, 이제 야외자리도 다 들어가면, 녀석들 뭐라도 제대로 얻어먹고 다니려나..

길냥이는 사료도 사료지만, 물때문에 더 빨리 죽는다지요. 어디서 구해 먹으려나, 겨울되면 바깥의 물도 얼텐데 ..

Mephistopheles 2009-11-24 00:4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뒷자리 여직원에게 하이드님 댓글 내용을 말해줬더니 사료챙기면서 물 한사발도 같이 챙겨서 밥주러 가더군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1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귀여워랑..
그런데 엄마 냥이는 어데를 갔을까요?

Mephistopheles 2009-11-24 00:48   좋아요 0 | URL
요즘들어 안보이던 발목만 하얗고 몸통은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던데 그 녀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연 2009-11-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귀엽슴다^^ 어미를 잃어 많이 외로울 텐데 좋은 사람이 데려가서 그나마 다행~

Mephistopheles 2009-11-24 00:48   좋아요 0 | URL
어미가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마 사진 속 저녀석은 올해 넘ㄱ기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2009-11-16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4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4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1-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냥이들의 겨울나기~ 정말 힘들겠네요.
아기고양이는 좋은 주인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Mephistopheles 2009-11-24 00:50   좋아요 0 | URL
뒷자리 여직원은 마당 넓고 집이 크면 사무실 주변에 관리(?)하는 길냥이 5마리 몽땅 데리고 살꺼라고 하더군요..

바밤바 2009-11-22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서재에 간만에 왔는 데 다른 데서 뵈었던 분들이 많네요. ㅎ
바람구두님이 말하셨던 알라딘 커뮤니티에 관한 성찰이 불현 듯 생각 나는 듯.~

Mephistopheles 2009-11-24 00:51   좋아요 0 | URL
커뮤니티에 대한 성찰...아구구 전 어려운 말 몰라요 그냥 사람 모이는 곳 다 똑같지 아니한가라고 쉽고 편하게 생각하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