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는 그다지 잘 사는 동네는 아니다. 수십 년 전엔 언덕 꼭대기에 다닥다닥 판잣집이 붙어 있었던 흔히 말하는 수도권 슬럼과 빈민촌의 대명사격인 동네였었다. 오죽하면 서민이나 극빈층이 배경인 드라마를 찍으면 무조건 이 동네에서 촬영을 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래도 이젠 그런 과거는 옛일이 되고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동네로 변모하긴 했다. 더불어 행정구역상 동네 명칭도 죄다 바꿨다. 왜 바꿨는지 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장점이 있는 동네임에는 분명하다. 일단 물가가 싸고 (바로 옆 동네 8학군 동네 물가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한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멋진 인테리어와 비싼 가격에 쥐똥만큼 나오는 음식으로 분위기 잡는 집이 아닌 푸짐하고 싸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제법 많다.
그 중에 하나인 집에서 길을 건너면 존재하는 S양꼬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입소문이 나고 한 번 가봐야지 벼르고 별렀는데 마침 시간이 되서 퇴근 방향이 같은 사무실 직원 두어 명과 방문하게 되었다. 저녁 7시 반쯤 마지막 남은 자리 하나를 극적으로 차지하고 이 집의 대표메뉴인 양꼬치를 시켰다. 꼬치 10개에 7천원이란다.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하다고 하니 양꼬치 2인분을 시키고 주종은 칭다오 2병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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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초벌구이로 나온 양꼬치는 자리에 있는 활성탄으로 다시 노릇하게 굽는 구조방식이다. 일단 꼬치 10개를 나란히 올려놓고 기름이 쫙쫙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군침을 꿀꺽 삼키며 칭다오 한 병을 따고 글라스에 잔뜩 부어 마신다. 그리고 바싹 구워진 양꼬치 하나를 가루로 된 양념에 굴려 살살 빼먹었다.
제법 맛있다. 한 명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인지라 둘이서 맥주 두 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잔이 금방 빈다. 맥주 안주로 제법 입맛이 돈다. 두 번째 양꼬치가 왔을 땐 이미 2병을 비웠기에 이번엔 하얼빈이라는 맥주를 시킨다. 칭다오보다 훨씬 부드럽게 넘어간다. 양꼬치만 먹기 심심하여 꿔바로우(중국식 탕수육)를 하나 시킨다. 양꼬치집에서 만들지 않고 건너편 같은 사장이 하는 샤부샤부 집에서 공수해 온다. 양은 그리 많지 않으나 이것 또한 꽤 맛있다. 더불어 푸짐한 물만두까지 시키는 호기를 부린다. 열심히 먹고 마시며 마무리는 국물이 끝내 준다는 해물탕면으로 마무리...
계산하고 나오니 밖에는 양꼬치 먹겠다고 사람들이 제법 웅성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일부는 맥주 병나발까지 불면서..
셋이서 배 터지게 먹고 술까지 3병을 마셨는데도 5만원이 안 나온다. 가볍게 먹자고 약속을 했기에 2차는 패스.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집은 언제 가도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