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선물
석양의 무법자 시리즈 :지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존재하게 해준 영화라고 해도 무방한 이탈리안 웨스턴 영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정의의 영웅들이 존재하던 기존의 정통 서부극을 통째로 뒤집어 버린 이탈리안 웨스턴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른생활 사나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다. 죄다 악당이고 비열하고 거기다가 비겁하기까지 한 인간들이 허리춤에 권총 한자루를 믿고 물욕을 향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영화. 아마 TV를 통해 이 시리즈 중에 한번쯤을 봤던 사람들은 제법 많을 것이다.
패일 라이더 : 아마 그가 출연한 서부극 중 제일 멋지게 나온 영화가 아닐까 싶다. 신부복장을 하고 권총을 휘두르며 사회적 약자를 약탈하는 막장 악당들을 아주 근사하게 박살내주는 정의의 사도 역활을 소화한다. 그냥 저냥 서부극이라고 말히긴 어렵고 주인공의 심리적인 묘사나 표정들을 감독겸 주연으로 소화하면서 아마도 그가 감독으로써의 재능이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한 영화라고 보여진다.
용서받지 못한 자. : 내가 클간지옹을 감독으로써 다시 보게 된 영화라고 보고 싶다. 자신의 성공기반을 깡그리 뒤집어 리얼한 서부극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무법의 시대라는 서부시대는 사실 생각 하면 정오에 서로 마주보고 정직하게 총을 먼저 뽑는 사람이 이기는 따위의 다분히 로망스러운 결투가 존재했을까 생각하면 아니다. 라고 본다. 살고자 하는 욕망에 인간은 끝도 없이 비겁해지기에 전날 밤 곤히 자는 상대 침실에 찾아가 총알을 머리에 박고 냅다 튀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말 타고 열심히 줄행랑을 치는 것이 어쩌면 당시의 세태를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보고 싶다. 이 영화에서 이런 비겁하고 비열한 그 당시의 상황을 로망으로 포장된 서부극의 전형을 확실히 박살내준다. 대단한 영화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 아마도 우리는 집착이 강하며 스토커 기질이 충반한 영화 속 인물을 생각한다면 미저리라는 영화에서 보여준 캐시 베이츠의 광기어린 연기를 곧장 떠오른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살인자는 아마도 미저리의 그녀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야의 라디오 인기 DJ에게 언제나 걸려오는 전화 미스티를 들려달라는 끈적끈적한 목소리의 그녀는 결국 사랑과 애정을 넘어 광기에 집착하며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 영화 속 절벽 위에 근사하게 자리잡은 집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진짜 자택이다. 스릴러 물로는 꽤 수작이다.
아이거 빙벽 : TV에서 방영했을 땐 '아이거 북벽'이라는 제목으로 달렸을 영화. 클리프 행어의 원조격인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원작소설이 워낙 유명하고 감독으로써의 재능을 보여주기까지 한 첩보 스릴러 물. 영화를 촬영하며 스턴트를 안 쓰고 직접 실제로 연기했다고 한다. 등반과정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과연 누가 이 모든 음모의 원흉인지 생명을 담보로 한 빙벽 등반과 함께 일행들 하나하나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의 징후들이 제법 섬세하기 그려진다.
독수리요새 :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난공불락인 독수리 요새에 침투하는 연합국 위장 스파이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주연이라기 보단 비중있는 조연의 의미로 그를 찾아 봐야 하지만 전쟁영화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서는 복선과 반전이 뛰어나다. 재미면으론 확실히 보장되는 전쟁영화 수작 중에 수작이다.
캘리의 영웅들 : 2차 세계대전 막바지. 껄렁한 병사들이 탱크 한대를 가지고 무단으로 탈영하여 히틀러의 숨겨둔 황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물욕에 눈이 멀어 실행한 탈영이 군 당국에선 마치 선봉대 혹은 돌격대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져 영웅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날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 볼 수 있다. 조지 클루니 주연의 '쓰리 킹스'는 이 영화와 비슷한 주제를 이라크 전쟁이라는 배경을 바꿔 만들었다.
파이어 폭스 : 만들어진 시대가 미.소간 냉정이 팽팽할 때였기에 이런 영화의 제작도 가능하리라 보여진다. 지금이야 평범한 기술이지만 그때 당시 영화 설정상 파이어 폭스라는 소련의 최첨단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에 엄청난 속도. 거기다가 뒤로 발사되는 미사일까지 말 그대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전투기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냉전체제에서 미국만세 소련 죽어라. 라고 보기엔 조금 생각해봐야 할 구석이 있는 영화다. 물론 미 정부의 스파이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소련에 잠입해 전투기를 탈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이 전투기 탈취 작전으로 인해 그의 조력자들이 하나하나 남김없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승리의 전쟁 : 이건 어찌보면 꽤 불편한 영화. 흔히 말하는 미군의 해병대 정신을 영화를 통해 구현되었다 해도 무방하지만 감독, 주연까지 겸하며 속칭 뼈 속까지 군인인 반골적인 하사관 주인공이 군의 얼빵한 서열의식이나 능력보단 계급이 우선시되는 비효율적인 면모를 박살내는 모습은 즐겁게 볼 수 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유황도)의 처참했던 전쟁을 일본군의 시각에서 본 영화. 전쟁영화의 액션보다는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전쟁에 투입된 인간들이 어떻게 차츰 붕괴되어 가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그릇되건 고귀하던 모든 가치관과 인간성은 참혹한 전장에서는 모두 평등하게 부서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세트로 봐야 하는 영화 똑같은 이오지마 전쟁을 미군의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다. 남겨진 자와 사라진 자들. 그리고 만들어지는 영웅들 이 역시 전쟁의 비정함과 불필요함을 감독의 시선으로 찬찬히 풀어주고 있다.
더티해리 시리즈 : 샌프란시스코 형사 캘러한이 코끼리도 잡을 수 있다는 8인치 44 매그넘을 사용하는 형사물. 공권력과 남성상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거대한 총기를 휘두르며 흔히 말하는 파렴치한 범죄자를 법이 아닌 똑같은 폭력으로 응징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6연발 매그넘의 특징을 잘 살린 대사. '내가 5발 쐈는지 6발 쐈는지 지금 열심히 머리 굴리고 있지? 오늘 하루를 잘 생각해 봐..니가 억세게 운이 좋았나 나뻤나.. 오늘 하루를 화끈하게 장식해줘!' 가 제대로 어울리는 형사물이다.
후계자 : 그가 주연으로 등장해 커다란 성공과 명성을 가져다 준 '더티해리'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듯한 느낌을 보여준다. 더 이상 과격하고 터프한 강력한 형사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한계를 보였을지도 모르고 물러설 때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판단도 된다. 문제는 후계자로 젊지만 다혈질과 똘기로 뭉친 찰리 쉰이 등장한다는 것. 그의 영화적으로는 큰 의미는 없지만 더티해리 시리즈의 마침표라는 의미만큼은 인지해야 한다.
알카트라즈 탈출 : 더 락을 보면 인질들이 억류되어 있던 섬이 기억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안에 위치한 솜 자체가 교도소인 탈옥률 제로를 자랑하는 알카트라즈. 그 곳에서 유일하게 탈출에 성공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 그 탈출 방법의 기막함과 더불어 마지막 탈옥수의 생사 여부의 불분명과 지나치게 반 인륜적이라는 이유로 1년 후 이 감옥이 퍠쇄되었다는 자막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버드 : 재즈를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찰리 파커의 일대기를 그린 클간지 감독의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건 그가 감독이나 영화배우가 아닌 재즈라는 음악 장르에도 전문가 이상으로 조예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 예로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피아노 치는 장면은 구라가 아니다. 그리고 꽤 많은 양의 (왠만한 라디오 방송국 수준이라고 한다.) 재즈 LP를 소장하고 있다.
사선에서 : 한 물간 대통령 경호원으로 젊은 것들 펄펄 넘치는 체력에 대항해 다년간 쌓은 노련함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클간지도 클간지지만 암살범역으로 나온 존 말코비치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회상 장면 캐네디 암살 현장에 있던 젊은 시절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만날 수 있는 건 영화의 보너스라고 보고 싶다.
퍼펙트월드 : 클간지와 캐빈 코스트너가 뭉친 영화로 감독 역시 그다.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이상주의자이며 몽상가같은 탈옥수가 어린 시절 자기와 비슷한 소년을 만나며 도주행각을 벌인다. 그를 쫒는 역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형사로 등장하고 마지막 결론은 꽤 비극적이다. 이 감독은 언제나 자신의 영화에 묵직한 메시지를 하나씩 집어 넣곤 하는데
이번 영화에선 결손가정의 성장배경에 대해 진지하게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워낙에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하였고 한 순간 찾아온 로맨스의 절절함을 메를 스트립과 함께 열연함으로써 그의 감독 작품에 또 다른 이름을 올린다. 이렇게 절절한 로맨스까지도 만들 수 있다는 것. 난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던 그에 대한 선입견이 확실하게 깨주셨다는...
앱솔루트 파워 : 이번엔 도둑님으로 등장하신다. 그것도 업계 최고를 자랑하신다. 우연히 크게 한탕할려다 정치권 거물(대통령)과 엮기면서 그들의 절대권력과 맞서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의 그의 영화 중 범작이라고 분류될 수 있으나,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기본적인 재미와 정치권을 향한 조롱 정도는 눈에 띄게 들어온다.
스페이스 카우보이 : 노익장의 나이에 접어든 그가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모자란 연배를 가진 배우들과 함께 '젊은 것들 정신 차려라. 늙은 우리들은 이렇게 팔팔하다.'를 보여준다. 훈련만 거쳤지 정작 우주에 나서지 못한 우주 비행사들이 노년한 나이에 우연한 반짝 컴백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젊은 것들과의 반목과 멸시를 화끈하게 누르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그들의 꿈이였을 우주진출에 성공한다. 마지막 어쩔 수 없는 희생과 더불어 월면에서 흘러나오는 'Fly to the moon'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미스틱 리버 :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잘 나가는 배우들(숀 펜, 팀 로빈슨, 캐빈 베이컨, 로랜드 피쉬번)을 이끌고 이 절절하면서도 서늘한 가슴 아픈 스릴러를 근사하게 영화로 옮겨 놨다.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기본 줄거리가 탄탄한데 비해 이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여차하면 기존의 소설 팬들에게 옴팡진 욕을 먹기 딱 쉽상인데 이 노감독의 역량은 이런 문제는 문제거리도 아닌 듯 하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 꼭 피와 살이 튀어야만 잔인한 영화는 아닐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라면 이 영화는 정말 잔인하다. (내 기준으로)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한 여자의 인생에서 그나마 한 줄기 쥐뿔만한 빛이 권투라는 다소 거친 운동으로 다가서는 듯 하지만, 단지 그 희망은 찰나일 뿐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꽤나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슬픈게 아니라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연출이 최상의 조화를 보여준다. 그 결과로 감독과 주, 주연 배우들에게 모두 오스카의 영예를 안겨준다. 클간지옹에겐 감독으로써는 두번째 오스카 수상.
뱀꼬리1 : 위의 영화 말고도 그가 감독 혹은 배우로써 등장하는 영화는 제법 많습니다. 일단은 제가 본 것만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만 분명 다른 좋은 영화들도 존재할꺼라고 보여집니다.
뱀꼬리2 : 체인질링과 그랜토리노는 근작이므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