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 Letters From Iwo Jim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감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지만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 건가를 판단하는 건 쉽지만은 않다. 감독마다 여러 가지 수법을 동원하지만, 가끔 당최 이 감독이 무슨 이유로 이 영화를 만들었나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영화들도 존재한다. 이런 영화들을 어떤 사람들은 예술영화라 지칭하기도 한다. 예술이 어렵다는 건 좀 모순이긴 하지만...

그런데 오늘 말하려고 하는 영화는 이리 저리 우로 꼬고 좌로 꺾고 비트는 기법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영화가 절대 아니다. 80줄에 들어섰으면서도 여전히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직접적인 감상의 느낌이 오게끔 하는 강력한 강속구를 주 무기로 쓰는 정통파 투수와 같이 영화를 만드는 양반이다. 이 양반이 2006년에 영화 한편을 만드셨다. 장르는 전쟁영화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 아시아 전선의 교두보적인 역할을 했던 유황도(이오지마)에서의 혈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이러하니 나오는 배역들은 역시 동양인(일본인)이 기존의 미국영화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서와 같이 일본군의 시선에서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미국의 자본과 제작사 그리고 뼈 속까지 골수 미국인이라 해도 이견이 없어 보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시선이 그때 그 잔혹했던 아오지마를 훑고 지나간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일본군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하고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열혈 군국주의자들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마지못해 끌려와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린 사람들, 미군 사관학교 유학시절 받았던 콜트권총을 애지중지 품에 안고 있는 지휘관까지 어쩌면 전쟁이라는 핏 구덩이와는 접목이 될 수 없는 인간 군상들을 여러 차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역사가 말해주듯 이 영화에 등장한 일본군들은 대부분 이오지마에서 전사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인 과정을 감독은 어떠한 감정이입 없이 묵묵하게 보여준다. 봐라 전쟁이란 이런 거다. 개개인의 이상과 희망 따윈 없다. 맹렬한 군국찬양주의자도 결국 총칼 앞에선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이런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사기고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웅의 길을 강요당하는가. 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주관적인 판단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었을 때 이러한 감상 포인트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과연 제대로 읽혀졌는가에 대해선 그렇다. 라고 말하기 힘든 부분을 찾게 된다. 이건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포탈에 올라와 있는 양극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감상평에서 돌출된다. 예상대로 추천에 걸린 영화평들은 반전영화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고 그 반대 비 추천에 걸린 영화평들은 반성은 없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강변하는 일본의 현시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가 영화의 틀을 벗어나 시사와 과거사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개개인의 여러 감상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양극적인 성격을 지닌 감상평에 대해 뭐가 옳고 그르다. 라는 판단은 쉽게 내릴 수 없어 보인다. 어차피 영화를 보는 관점은 개개인마다 다르며 그것이 표출되어 글로 기록되어질 땐 부정할 수 없는 주관적 성향이 이입된다. 자신들이 성장하며 형성되었을 가치관과 함께 말이다. 단지 뭔가 한마디를 슬쩍 흘리고 싶다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봤다면 같은 감독이 같은 해에 만든 또 다른 전쟁영화 “아버지의 깃발‘을 감상하라 권하고 싶다.  




같은 전쟁터에서의 다른 시점, 영웅을 강요당하는 모습과 만들어지는 모습, 이 노감독이 두 편의 영화에서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조금이나마 근접할 수 있는 일종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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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2-1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에 호감을 표시한다면 메피님에게도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일 사람들이 꽤 있을 겁니다.

Mephistopheles 2009-02-18 23:58   좋아요 0 | URL
141분짜리 영화 한 편으로 한 사람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둘 중 하나입니다. 공력이 높은 도사 아니면 편협한 찌질이겠죠.^^

이매지 2009-02-1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노가 나와서 보고 싶었던 영화.
태그에 '아오지마'라니요.
순간 아오지탄광이 생각났던 ㅎ

Mephistopheles 2009-02-18 23:57   좋아요 0 | URL
죄다 아오지마로 써버렸네요 ㅋㅋ 덕분에 수정했습니다.

다락방 2009-02-1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깃발에 제이미 벨이 나오지 않든가요?

Mephistopheles 2009-02-19 00:01   좋아요 0 | URL
제이미 벨이 조연으로 나옵니다..^^ 영국아이인데 미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좀 어색하게 보이긴 합니다..^^일종의 선입견이겠죠..

프레이야 2009-02-1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영화 권해 주시는 메피님, 땡큐!^^

Mephistopheles 2009-02-19 00:57   좋아요 0 | URL
보시게 되면 두 편을 꼭 같이 보시길 바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1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나올 무렵 이오지마 전투 일본군 지휘관인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중장의 전기가 번역되어 나왔는데 영화고 전기고 다 재미를 못 보더라구요.그다지 두툼하지 않으니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Mephistopheles 2009-02-19 00:58   좋아요 0 | URL
저기 노이에자이트님.....책 제목을 알려주셔야....

노이에자이트 2009-02-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케하시 쿠미코<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여성이 쓴 거라서 이오지마 전선에 남편을 보낸 일본의 가족들 이야기가 슬퍼요.구리바야시 다다미치로 검색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직접 저자와 책이름을 적어야 나오는군요. 엄밀히 말하면 전기는 아니예요.저는 이 전투의 장렬함에 촛점을 둔 야마오카 소하치<태평양 전쟁>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한층 반 군국주의의 인상이 강한 책이었습니다.메피 님 취향에 맞을 것 같군요.

Mephistopheles 2009-02-19 01:28   좋아요 0 | URL
아버지의 깃발은 제임스 브래들리의 소설이 원작이란 건 알았는데 이건 생경하네요.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님..^^

비로그인 2009-02-1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영화다 못봐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본 극우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이 불편해 한다면 친일파 논쟁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했을 때 주민들이 이에 대한 저항으로 집단 자결한 것도 일제가 소설 쓴 거 라던데 이런식으로 전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쟁을 미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다른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이 두 편을 세트로 봐야겠네요.

Mephistopheles 2009-02-19 12:25   좋아요 0 | URL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오지마를 사수한 일본군 지휘관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중장의 전략은 당시 일본군의 전술전략과는 반대되는 방법을 구사했습니다. 해안선에 방어선을 설치하고 최후의 1인까지 섬을 사수하고 전원 자결하라.(일명 반자이 돌격) 하지만 다다이치 중장은 해안선의 방어선을 섬의 중심으로 옮기고 병력을 분산시키죠. 그리고 땅굴을 파고 장기적인 게릴라전을 계획했습니다. 어찌보면 군중앙부의 명령을 위반한 셈이죠. 결과는 미군의 일본본토진격 중에 잃은 병력의 1/3을 이오지마 전투에서 잃었습니다. 그만큼 치열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제가 줏어 들은 기억으론 당시 일본군부는 그들의 전술을 이오지마전선에서 펼쳐 미군에세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선전을 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죠. 영화 초반에 보면 비전투인력 민간인은 일찌감치 섬을 떠나는 장면도 나옵니다. 말씀하신대로 주민들의 저항 역시 일본군부의 자작극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의미로 노이에자이트님이 말씀하신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해이] 2009-02-1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깃발은 영화관에서 직접 봤었습니다. 반일감정때문에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그당시 개봉이 되지 못했었는데요... 그 뒤에 개봉된 모양이네여
글구 아버지의 깃발에서 문제가 되었던 화제의 사진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도 한꼭지로 짧게 다루어지고 있어요ㅋㅋ

Mephistopheles 2009-02-19 22:48   좋아요 0 | URL
아 타인의 고통...저 책은 작년부터 읽어야지 하면서 여태 구입조차 않하고 있다는...흑흑...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중매체로써의 반일감정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멍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비로그인 2009-02-1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의 묘>역시 그런 논란에 빠진적이 있죠.

Mephistopheles 2009-02-19 22:52   좋아요 0 | URL
반딧불의 묘는 분명 뛰어난 작품성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라고 해도 이견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그걸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보고 싶어요. 그 당시 일본의 어린애들의 비참한 실상 이전에 침략으로 짓밟혀 그보다 더한 비참한 현실을 겪었을 주변 국가들의 어린애들은 어떠한지 한 번이라도 생각 해본적이 있나 하는.. 결국 이 모든 건 종전 후 자국의 과오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였다고 보여집니다. 똑같은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의 반성의 모습이 극과 극을 이루고 있기도 하고요.

2009-02-20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0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초롬너구리 2009-02-2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정말로 행운이 넘치는 일본사병의 이야기인거죠. 전쟁에 참가한 인간들의 모습을 이념 그딴거 없이 그냥 보여주는.. 캐치온에서 해주는거 한참보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란 말에 깜짝 (전 일본감독인가 싶었어요) 놀라서 그 의미를 다시 새겨봤어요.

Mephistopheles 2009-02-20 18:19   좋아요 0 | URL
근데 문제는 이 영화를 반전으로 보기보다 친일미화로 감상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는 것이죠...다 자기가 보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이겠지만, 크게 양단되어서 감상평이 올라오는 대표적인 영화 중에 하나 되겠습니다..^^

지나가던 새초롬너구리 2009-03-0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950년도 [샌드오브 이오지마], 알랜스완 감독, 존웨인 주연 영화를 일본인으로 바꿔서 만든 건가봐요


Mephistopheles 2009-03-09 12:31   좋아요 0 | URL
글쎄요....미국 마초의 상징인 존 웨인이 나왔다면 아마도 전적으로 전쟁의 참상보단 미국 만세의 냄새가 심하게 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