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관객들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
어제 경북 봉화마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고 나서, 한편으로는 반가웠지만, 정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님의 최근 일상이 정말 많이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제가 관객과의 대화 때마다 말씀을 드렸듯이, 정말 할아버지, 할머님을 영화속의 할아버지, 할머니로 놔두실 수는 없나요? 할아버지가 저희들을 보시자 마자 굉장히 화를 많이 내셨습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할아버지 사진을 찍고, 찍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집안으로 쳐들어와서 무턱대고 사진을 촬영하시는 분들이 모두 제작진들이 보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충렬 감독님이 내려오면 반드시 혼을 내야겠다고 다짐을 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장난전화가 오는가 하면, 역시 무턱대고 찾아와서 취재요청을 한다고 하네요.
정말 배급사와 제작사 모두 많은 언론들에게 많은 호소를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언론사들이 충분하게 뜻을 전달해 드리면 '공감한다'는 표시와 함께 스스로 취재 보도를 철회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정말 막무가내이네요. 배급사도 통하지 않고, 홍보마케팅사도 통하지 않고, 제작사도 통하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떤 상의도 없이 거의 막무가내식의 방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이건, 일반관객이건 할아버지, 할머니의 최근 근황을 궁금해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 합니다. 하지만 극영화의 배우도 아니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신 분들의 일상이 깨뜨려진다면 특종을 하면 뭐하고, 자기만족을 하면 뭐하겠습니까?
정말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최근 근황은 블로그를 통해서,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간간히 소식전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의 일상이 훼손되는 것만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모 방송국분들이 급작스레 찾아와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당황해 하고 계시고, 딱히 연락처가 없으니, 큰 아드님을 통해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차라리 영화를 내일 당장 상영중지시켰으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 보겠습니다.
여러차례 봐왔던 일이다.
산골소녀 영자는 아버지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후, 원하지도 않았을
불교계에 입적해 비구니가 되었다.
영화 집으로에 출연하셨던 김을분 할머니는
자신이 평생 살아왔을 터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 걱정했던 생각이 현실로 돌아왔다.
이 못되 쳐먹은 속물 무리들이 과연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냥 냅둘까..
결론은 언제나 그래왔듯 들들 볶고 난리가 아닌가 보다.
스크린에서 본 것을 기어코 찾아가 확인하려고 하는 심성은 대체
어디서부터 만들어 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스스로 천하고 막되먹게 살아가겠다는 작자들에게 인간대접은 해
줄 필요가 없다.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고상하고 기품있게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워낭소리에 나왔던 소보다 못한 인간들이 생각보다 많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