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여간해선 차를 끌고 다니지 않는 나지만...
그날만큼은 차의 필요성이 절실하였기에 차를 끌고 나갔을 뿐이고..
눈은 그치고 어느 정도 도로정비가 되어있을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도로에 쌓인 눈이야 제대로 치워지고 이미 녹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동네 골목길 이였다.
특히 양쪽에 높다란 건물이 세워진 그늘진 골목 내리막길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던 것.
앞차가 순환도로 언저리에서 비상등을 깜빡깜빡 키고 있었고 나야 거의 시속 1~2킬로
저속기어 넣고 슬슬슬 접근하고 있었는데...세상에. 그 길이 빙판길 이였다는 걸 어찌 알았나..
앞차 전방 5미터 앞에서 제어가 안 된다. 사이드 넣고 (풋브레이크 밟으면 차가 돈다.) 저속
기어로 변속하고 별별 짓을 다해봐도 이미 제어력을 상실한 후...
어어어 하는 순간 모질게도 내차는 앞차의 뒷범퍼에 장렬한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려버린
상황이었다. 이건 쌍방과실도 아니고 전적으로 뒤차의 책임임을 알고 더군다나 앞차에서
목이라도 잡고 신음소리 내며 병원 달려가면 최소 200깨지는 사고였다는..
다행이라면 앞차에 타고 있던 내 또래의 부부는 선하게 생기셨고 오히려 괜찮냐는 내 걱정을 먼저 해주는 젠틀한 분이셨다는 것..
사실..사고를 낸 나를 먼저 걱정해주는 상황이 앞서 발생하긴 했다.
접촉사고 내고 화들짝 놀라 운전석에서 뛰어내려 앞차사람 살피러 달려갈 때 내 몸은 정확히 1미터는 족히 넘게 공중에 붕 떠서 허리부터 굉장히 커다란 '철푸턱'이란 소릴 내며 장렬하게 미끄러졌으니까.
급하게 가야 한다는 앞차의 운전자에게 간단하게 서로의 차 정보와 신상명세와 폰 번호를 교환하고 뒤늦게 손해부위를 살펴보니. 다행히 앞차는 뒷범퍼 모서리만 찌그러졌고 내 차는 범퍼에 헤드라이트에 휀다까지 휘어버렸다는...(속이 징하게 쓰리더라.)
앞차 떠나간 후 보험회사 연락하고 자초지종 설명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드는 것. 앞차가 만약 없는 상황이었다면 난 순환도로 대로변까지 차가 미끄러져 나갔을 것이고 마침 그 도로를 질주하는 차에 속수무책 옆구리를 받쳤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 그게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사람이나 오토바이라도 처버렸으면............(식은땀 삐질)
보험으로 처리한 백여만원이 나간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구정으로 2008년 마지막 날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으니 징그럽게 액땜했다고 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