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은 구정연휴 동안 뭘 했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주니어 때문에 포켓몬을 너무 많이 본거야..맞아요~!) 우리 집은 그다지 친척들이 많지 않은 관계로 처갓집만 딸랑 갔다 온 것으로 명절 대이동이 끝났더랬다. 처가집도 예년만 못한 게 마님 형제분들이 자식교육 때문에 죄다 동남아 쪽으로 이주 아닌 이주를 해버렸기에 더더욱이나 이번 구정이 을씨년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뭐 있나 집에 처박혀 있으면서 그동안 밀린 책이나 조근조근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라는 애니메이션 덕분에 이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더랬다. 



건담으로 떼돈 벌은 선라이즈란 회사가 만화작가 패거리 CLAMP와 손을 잡고 만든 이 어마어마, 스펙터클하며 블럭버스터스러운 50편짜리 TV 애니메이션은 알차게도 내 구정 연휴를 홀라당 까먹어 버렸다. (마님의 잔소리는 꽃보다 남자로 잠재웠다. 고마워요 F4~~)

원래 순정만화체의 그림들에게는 심한 거부감이 있지만 이번 애니만큼은 이런 사소한 취양의 호불호로 갈리기에는 내용 자체가 알차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었더랬다. 어쩌면 X때나 동경바빌론 때보다 조금은 둥글둥글해진 캐릭터의 원안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단언하건데 이 애니 반역의 를르슈의 스토리는 탁월하다.

우리나라 사극의 진부한 주요 단골메뉴인 왕권찬탈의 암투를 초반 스토리로 깔고 제로라고 명명된 페르소나적인 카리스마의 등장, 그리고 전제왕권과 식민지 통치에 뒤따르는 레지스탕스 저항운동....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꿈꿔봤을 영원불멸과 전지전능한 힘을 기어스라고 명명된 저주받은 능력으로 일어나는 야망과 아집까지 이 모든 삼라만상의 소재를 왕자라는 신분을 숨긴 를르슈를 통해 집대성되고 구체화되어진다. 그리고 수라의 길을 선택한 를르슈의 여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미있는 설정은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대륙을 거점으로 전 세계 1/3을 점령한 브리타니아 제국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했다는 것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브리타니아 제국에게 점령당한 식민지AREA11로 명명되었다는 것. 그리고 중화연방으로 지칭된 또 다른 세력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존재자체가 무의미하다.)

건담은 아니지만 메카닉들이 뭉탱이로 몰려나와 로봇 메카닉이라는 장르적인 구분도 가능하겠지만 등장 캐릭터들이 아름다운 순정체이기 때문에 은근히 여성 팬들도 다수 존재하는 듯... 



각설하고 이거 신년 초부터 어마어마한 만화영화 한 편에 감동의 도가니에 허우적거렸다. 


뱀꼬리 : 이 애니는 물론 오덕후들이 열광할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득시글거리는 애니로써는 나무랄데가 없다. 소녀캐릭터들이 무더기로 나오며 간간히 서비스샷 역시 출중한 수준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세계관을 보면 꽤 심오하다.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신을 멸하고 자신의 의지에 맞는 세계를 재편성하는 야망 앞에 각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50편짜리 애니 한편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욕망을 꽉 차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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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1-2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는거 나왔다. 나도 이거 봤어요- ^^

Mephistopheles 2009-01-28 12:3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보셨습니까. 마지막 결말 시츠(C.C)가 과연 하늘을 보며 했던 이야기가 독백이냐 아니면 마차 끄는 사람이 를루슈라는 이야기가 분분하던데..^^
제 생각에는 를루슈는 영원히 CC와 함께 라는 분위기가 들었더랬습니다.

하이드 2009-01-28 12:42   좋아요 0 | URL
동생이 진짜진짜 재미있다고 해서 봤었는데, 시청률 1위하고 그랬다면서요, 꽤 재미나게 봤는데, 끝까지는 못 봤다는; 페이퍼보니, 마저 보고 싶으네요-

Mephistopheles 2009-01-28 22:22   좋아요 0 | URL
결말보고 너무 놀라진 마세요..라고 살짝 겁을 줍니다..^^

paviana 2009-01-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lamp라니 보내주세요라고 하고 싶네요.ㅋㅋ
f4 만세!!

Mephistopheles 2009-01-28 22:46   좋아요 0 | URL
외장형 하드를 보내주세요 그럼=3=3=3=3=3(대놓고 불법행위를!!)
근데..드라마긴 하지만 우리나라판 꽃보다 남자...첫장면 정말 거시기 하더군요..자살하는 학생 방관하면서 핸드폰 사진찍는 학생...그냥 우습게 보기엔 요즘 교육현실이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다보니까요..^^

瑚璉 2009-01-2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덕후가 아닌데 왜 저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 있을까?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 1인)

Mephistopheles 2009-01-28 22:24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세상엔 오덕후를 오덕후라 부르지 않는 분류도 분명 가능하고 존재하니까요..^^

비로그인 2009-01-2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역시 님은 '덕'이 '후'하십니다.

Mephistopheles 2009-01-29 00:38   좋아요 0 | URL
설마요..진정한 덕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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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게커버는 거리낌 없이 질러줘야겠죠..^^

Mephistopheles 2009-01-28 22:53   좋아요 0 | URL
흠 그러고 보니 단테님의 이미지는 덕후들의 최종안식처라고 불리우는 피규어 "더 페이퍼"군요 므하하하하=3=3=3=3=3

바람돌이 2009-01-29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CLAMP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런 글을 보고 나면 왜 자꾸 봐야겠다는 압박을 받을까요? ㅎㅎ

Mephistopheles 2009-01-29 10:42   좋아요 0 | URL
시험삼아..1기 5편까지만 한 번 보시는 것도..(제가 이러다가 50편을 내리 보게 되었다죠..)

전호인 2009-01-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결국은 설날연휴 동안 방콕하신 거로군요.
그렇다면 처가집의 형제들과 같이 동남아파가 되신거네요.
항상 건강한 웃음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한해 만드시길 바랄께요. ^*^

Mephistopheles 2009-01-29 13:02   좋아요 0 | URL
처가집 형제들이 모두 동남아파가 된 건 아니고..소위 기러기 아빠들이 되버렸죠..^^ 애들이라고는 달랑 주니어 하나인데 얼마나 을씨년스러운지...^^ 거기다가 눈길에 차사고도 있었고요..암튼 2008년 징하게 액댐했습니다..^^
전호인님도 2009년엔 보다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애들에게 좀 희망이 보이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