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런 말 한번은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너..마치 딴 사람 같았어.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심각하게 따져 본다면 내 안에 있던 다른 인격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의 이중성은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목격이 되고 결국에는 나에게도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 간접적으로 알게 돼 버리곤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두개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십 가지의 인격이 존재한다고 한다. 잘만 풀리면 영업사원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잘못 풀리면 다중인격자로 미친놈 소리 좀 듣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인격을 영화를 통해 만나보게 되었다. 중국 영화가 무협이 가미된 고전사극이나 쌍총질을 해대는 느와르만 존재한다는 약간의 선입견을 제대로 부숴준다. 짜임새 있고 잘 만든 형사 스릴러물이 비록 몰입감이 좀 떨어지는 쯔샤쯔샤하는 중국어 대사가 남발하더라도 영화 자체는 충분히 잘 만들어진 느낌이다. (주관적인 견해일 뿐)
중안조(강력반) 번 형사는 독특한 방법으로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이다. 피해자의 심정이 되어 피해자와 같은 입장이 되어 범인을 색출하고 용의자에 대한 동물적인 직감으로 물고 늘어져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CSI의 호반장이나 길반장이 봤더라면 이런 무식한!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꽤나 무모한 수사방법을 택한다. 이런 번 형사는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이성체인 경찰서장의 은퇴식 현장에서 자신의 귀를 잘라 바치는 엽기 행각으로 형사직에서 잘려 버린다. 시간이 흐른 후 지부의 형사 하나가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중안조의 호형사의 부탁으로 번 형사는 민간인의 신분으로 수사에 임하게 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실종형사의 파트너 형사와 사건 당시 추적 중이던 인도인 범죄자.
미친 형사라는 닉네임에 맞게 수사방식은 과격하게 진행되어진다. 밀착 미행은 물론이고 실종되어 희생되어졌을 거란 왕형사의 입장이 되보기 위해 생매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거기다 용의자의 특성식성(삭스핀스프+생선찜+구운닭반마리+공기밥)을 수십차례 연달아 섭취하는 폭식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 와중 용의 선상에 있는 치와이 형사를 미행하던 번 형사는 그에게서 7개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브레인 역할을 하는 팜므파탈적인 여자. 잔인무도한 덩치남, 겁쟁이 뚱보, 교활한 사기꾼, 치밀한 회계사, 도박꾼 등등 각기 다른 인격체를 7개나 가지고 있는 치와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물적 증거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번 형사의 시선에만 보이는 진범 치와이의 7가지 인격들...
영화는 이런 번 형사의 시선에서 새로움을 보여준다. 정상인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각기 다른 인격체는 미친 형사인 번 형사의 눈에는 현실화 되고 구체화 된다. 치와이의 7가지 인격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호형사의 나약한 인격인 어린이아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며 결국 마지막 자신의 희생으로 인해 해결되어지는 사건에서 어린아이로만 존재하던 호 형사에게도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여성의 사악한 인격이 노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극과 배신으로 단순하게 미치기만 한 형사가 아니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지만, 영화에서 묘사되는 다양한 인격체의 노출은 신선하다. 번 형사의 시선에 잡힌 인물들뿐이 아닌 자신의 행복했던 시기의 전처의 모습까지 구체화시켜 허상을 만드는 모습에서 그냥저냥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전락할 수 있었을 소재 자체를 보석으로 다듬은 느낌이 든다.
영화 한 편 보고 조근조근 지금까지 밝혀진 내 안의 각기 다른 인격체는 몇 개인가 새본다. 적어도 3개는 되는 것 같다. 7개까지는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