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사는 동네 건너편 재래시장에는 떡볶이를 끝내주게 하는 집이 있다. 나이가 제법 있으신 아주머니께서 이름도 앙증맞게 참새 방앗간이라고 이름 지은 이 가게의 인기메뉴는 단연 떡볶이다. 알게 모르게 소문이 많이 난지라 많은 사람들이 이집 떡볶이를 좋아한다. (김밥도 맛있다.)

간만에 떡볶이 생각이 나기에 털래 털래 건너시장에 가 떡볶이 2인분 포장주문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가격은 안올렸고 양도 그리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다. 집에 와 포장을 풀고 맛나게 먹으려고 하니 무언가의 허전함을 눈치 채게 되었다.

계란이 빠졌다.

이 집 떡볶이는 양념과 함께 푸짐한 부속재료 중 아낌없이 주는 뻘건 국물 굴러대쉬한 계란 한 알이 키포인트인데....그 계란이 포장된 떡볶이에선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건너편 재래시장엔 완전폐업 현수막이 걸린 집이 두 곳, 업종 변경한 집이 두 곳이 눈에 띄었다.

2.
식성 왕성한 20대 초기에 한 번에 끓여 먹는 라면은 언제나 2개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먹은 만큼 칼로리 소모적인 (어찌 보면 젊은 객기에 활동량이 지나치게 많은)활동을 해왔기에 2개를 한 번에 끓여먹더라도 돌아서면 허전해, 배고파..가 입에 달렸는데 나이 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이 줄게 돼 버렸다. 끽해야 라면 한 개를 먹고도 배가 빵빵해지고 2개를 끓인다 치더라도 그건 두 사람 이상일 때뿐인 상황이었다.

이런 늘어난 연식에 따라오는 소식체계를 유일하게 거스르는 종류가 있다면 끓이면 국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안 나오는 비빔면류이다. 아직도 한 끼 식사로는 비빔면 정도는 2개를 끓여 먹는 게 내 위장에 대한 상식 이였는데........

갑작스럽게 더워져버린 날씨 탓에 오래간만에 비빔면을 끓여먹게 되었다. 즐겨먹는 비빔면은 원조 8X비빔면 이였다. 당연 두개를 끓였고, 면을 삶아 찬물에 빡빡 헹궈 식감을 탱탱하게 유지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채에 걸러 삶은 면을 헹구고 씻고 있자니 이상하게시리 한 손에 잡히는 2인분의 양이 예전만 못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 손으로 2개의 삶은 면은 예전엔 잡고도 충분히 넘쳐났는데 그 넘쳐난 양이 예전의 반에 반도 못한다. 그렇다고 면을 끓이며 헹구는 과정에서 수챗구멍으로 손실량이 많을 만큼 내 라면인생이 아마추어는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 치솟는 원자재가격에 제조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양을 조금씩 줄였다고 밖에는...

역시나 뱃속에 들어갔을 때도 뭔지 모를 아쉬움은 당연지사 허전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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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0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줄어든 양도 그나마 마음놓고 먹을 수 없다는 게 더 문제겠죠.ㅠㅠ

마노아 2008-05-0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을 떡볶이로 해결했는데, 늘 먹던 인기있는 집이 오늘 문을 닫았길래 그 옆집에서 사왔어요. 이 집은 질보다 양으로 해결하는데 고추장에 원수가 졌는지 지금도 속이 뜨겁고 매워요. 심지어 오뎅도 매웠어요ㅠ.ㅠ

심술 2008-05-0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빔면 쏘쓰에도 소고기 들어가나요? 소고기 때문에 다른 라면 못 먹게 됐는데 비빔면마저 소고기 들어가면 어쩌죠?

마늘빵 2008-05-0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비빔면 먹었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는.

웽스북스 2008-05-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글 괜히 봤다
참새방앗간 떡볶이 먹고싶어요 으으윽 ㅜㅜ

무스탕 2008-05-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라면에서(정확히는 농심에서 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신라면 김치라고 새로 나온게 있더라구요. 신라면은 5개를 큰 비닐에 넣어 번들이라고 파는데 신라면 김치는 4개를 넣어 팔더라구요.
어제 점심에 라면 끓여 먹는데 신라면 김치를 먹어보자!! 결론은 제 것이 없었습니다 -_-
신랑 1개 반, 애들 2개 반 끓여주니 제것이 없어서 전 신라면 하나 따로 끓여 먹었어요.
신라면 김치는 손바닥만해요. 하나로는 도저히 한끼를 해결할수가 없겠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8-05-0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 원자재가격이 폭등하여 어느나라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슬슬 식량의 무기화 시대에 접어든 걸지도 모릅니다.^^
마노아님 // 평소보다 물을 두배로 들이켜야 해용..아무래도 뱃속에서 좀 희석시켜야 신장에무리가 덜 가겠죠?
심술님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냉면엔 분명 들어갑니다. 물냉이나 비냉이나.
아프님 // 확실히...양이 줄었어요. 치솟는 원자재가격때문이기도 하지만서도 야속해지더군요..
웬디양님 // 으흐..그 집 떡볶이가 맛있긴 맛있죠..떡이 쌀떡이나 뭐나하는 비싼 재료는 아닌데도 말입니다. 가래떡으로 기똥찬 떡복이 파는 집은 압구정동에 하나 있습니다.
무스탕님 // 그 평소라면의 2/3정도의 라면 말씀하시는 거죠..그냥저냥 그건 간식으로 하나 끓여먹기에 딱 좋은데..면발은 가늘어지고 스프는 더 매워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