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풍전야일까나 매일매일 칼퇴근을 하는 일상에서 집안 식구들의 종용으로 인해 외식을 하게 되었다. 내일이 겸사겸사 마님 생일이고 어머님은 여행을 떠나시기에 그러자 하고 찾아간 집이 어머님이 일전에 한 번 가셨던 적이 있던 명태(?)냉면집 이였다.
그러니까 회냉면 고명으로 홍어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 꾸득꾸득 반건조로 말린 쫄깃한 명태살이 고명으로 올라오는 냉면집 이였다. 먼저 말하자면 갈비찜과 갈비탕과 더불어 음식 맛은 흡족하고 만족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위치상 샐러리맨들이 많다 보니 저녁시간 제법 손님들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맛과 비례하여 장사도 제법 잘되는 가게처럼 보였다.
하지만 술파는 음식점이 거의 다 그렇듯 술 몇 잔 들어가면 목소리 볼륨이 오토매틱으로 커지는 인간형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무지하게 시끄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음식점 문을 넘어서자마자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듯한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는 무슨 여기가 사각의 링인지 착각 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링 아나운서 흉내를 내고 있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홍코너, 청코너를 시끄럽게 떠들던 그들 무리를 무시하고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켰다. 기다리는 사이 마님은 잠깐 화장실을 찾아 나섰고, 제법 추운 날씨에 몸이나 녹이고자 뜨거운 육수를 위장에 들이붓고 있을 때 마님이 돌아왔다.
고래고래 떠드는 무리와는 가게의 정 중앙을 가로지르는 기둥으로 가려져 그들의 소리는 들려도 모습이 보이진 않았는데 마님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그들의 모습까지 보게 되면서 꽤나 놀랬나보다.
마님의 설명에 의하면 그 홍코너 어쩌구 청코너 저쩌구가 그냥 술이 오른 취객의 농담 따먹기 소리가 아닌 일행 중 두 명이 냉면 먹기 대회를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르지 않은 냉면을 누가 더 빨리 냉면사발에서 입을 띄지 않고 먹느냐..라는 내기가 진행 중인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살벌하고 무지막지하게 보였는지 어지간한 것에 놀라지 않는 마님이 꽤나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어쩐지 오오..와와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오는가 싶었더니 그리도 미련한 내기를 진행시키고 있었는가 보다. 행여나 둘 중 누구 하나 원샷으로 냉면 한 사발을 위장 속에 털어놓고 승자가 되었다 손 치더라도 이건 누가 봐도 자명한 미련한 짓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비록 냉면의 참맛이 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고 1/3은 위장에 1/3은 입 속에 1/3은 냉면사발에 연결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소리는 있어도 그게 내기로 결정되어 맛을 무시한 저런 미련한 행동은 왠지 모르게 음식을 모독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이왕이면 뜨거운 육수 한주전자 누가 빨리 원샷하나 내기를 하시지들...
그거 볼만했을 텐데...?..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