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주일. 그러니까 이번 주 월요일부터 마가 끼셨는지 꽤나 꼬이는 일 투성이였다. 여간해선 물건 잃어버리는 일이 없는 나는 늦은 퇴근길에 그만 어쩌다가 핸드폰을 차에다 떨구고 와버렸다.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안마셨는데도 말이다. 다행히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조짐이 이상해 주머니 뒤짐을 하였고 후다닥 집으로 들어와 내 번호로 열라 전화를 걸어댔다. 다행히 마음씨 좋으신 기사 아저씨는 우리 집에서 기본요금 거리에 있는 위치에 계셨고 더더욱 다행인 것은 손님이 없었다는 사실. 제가 그리로 달려가겠다고 했으나 그냥 우리 동네 부근 큰길까지 오신다고 하여 재빨리 차를 끌고 아저씨와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맘에 내일 맛난 점심이라도 사드시라고 조그마한 성의 표시를 했다. 월요일은 이러했고, 화요일부터 하나하나 뭔가를 흘리고 놓치고 오는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오늘 무사히 치러낸 "그 일"로 인해 쌓인 테트리스때문인듯하다.
2.
2008년 1월부터 열심히 바뻐주시고 있다. 작년에 흔적을 남겼던 그 웬수댕이가 벌려 논일을 수습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고 또 일하였다. 그런 와중에 "그 일"을 위해 준비도 병행해야 하였기에 정신적 테트리스 장난 아니게 쌓이기 시작한다. 그나마 오늘부로 웬수댕이가 벌려 논일은 마무리가 되었고, 그 일 역시 깨끗하게 쫑났다. 만세!
3.
"그 일"은 다름아는 비자취득이다. 힐러리와 오바마가 열심히 맞짱뜨고 있는 그 나라의 비자를 받기위해 메피스토는 그렇게 밤늦게 야근을 했었나 보다. 오늘이 인터뷰 날짜였기에 오후 시간 종일 비워야 할 상황 때문에... 아침에 잠깐 출근해 사무실 일 좀 보는 척하고 점심시간때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 면도도 한번 해주고 세수도 한 번 다시해주고 아울러 깨끗한 옷도 꺼내 입고 대사관으로 고고씽....
예약시간 1시간 전에 도착했었으나 이미 대사관 앞에는 비자수속을 위해 장사진을 펼치고 있었다. 밖에서 오돌오돌 떨며 40분을 기다리며 안으로 입장. 또 그 안에서 40분정도 기다려 인터뷰 시작. 별반 걱정 없이 무사통과.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기에 간만에 행차한 종로 쪽에서 마님과 대충 한 끼를 해결하고 일단 집으로 고고씽.
3-1.
사실 나나 마님이 별 특별한 이유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비자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단지 2월 달에 다시 할머니와 함께 주니어는 출국을 해야 했고, 그 진행을 원활히 하기위해 3월 달로 마감되는 주니어의 비자 재발급 때문에 일어난 소란 이였다.(유아비자의 필수요소는 부모비자라더라.) 사무실이 바쁘게만 안돌아갔었어도 수월하게 준비과정을 겪었겠으나 때 마쳐 바쁘게 돌아가 주시고.(프로젝트 마감일은 17일. 비자인터뷰는 18일)여차저차 준비하여 오늘 오후에 인터뷰를 보기 위해 간만에 종로통을 나서게 되었다.
긴 행렬 중에 재미있는 사람들 여럿이 목격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자를 받기위해 그 추운 날씨에 줄을 서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내 앞으로 3명을 건너가면 있었던 젊은 처자의 모자가 눈에 확 들어와버린다.
"NYPD"
검정색 바탕의 야구모자에 새하얀 글씨로 너무나도 선명하게 박혀있는 저 글자 4개와 함께 옆통수를 장식하고 있는 경찰휘장. 그리고 뒤통수에도 역시 라운드를 그리며 쓰여 있는 똑같은 문구. 저게 설마 "놈현파쇼독재"란 뜻은 아니겠지...??
3-2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거쳐 간 길을 되짚어 봤다.
일단 밖에서 대사관 담을 돌아 40분 줄서기. 오늘 만났던 대사관 직원 중 제일 괄괄했던 대사관 입구의 할아버지 수위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대사관 진입. 바로 검문검색시작. 핸드폰은 전원을 끄고, 자기고 있던 짐은 공항에서나 봤던 X레이 투시기를 통과한다. 핸드폰과 열쇠를 번호표를 붙여 넘기고 1층 로비로 진입. 1차로 서류를 정리하는 직원을 만나 빠진 서류가 없나 검사를 받고 바로 옆에 있는 마치 터미널 표 파는 곳과 같은 시스템의 구역으로 이동. 줄서서 기다리니 직원 하나가 친절하게 몇 번 창구로 가라 안내한다. 12번 창구로 가라하여 그쪽으로 가서 여권과 서류 제출. 그러더니 잠시 만요 하고는 대뜸 2번으로 가라한다. 괜히 기분 불안해진다. 2번쪽으로 왔더니만 잠시 후 내 이름을 부르는 대사관 직원에 이끌려 12번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4번 창구 앞으로 간다. 유리너머에는 흑인여성이 방글방글 웃고 있다.
왼손과 오른손을 올려 지문을 찍으라는 발음은 묘하지만 능숙한 한국어로 안내를 받고 지문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양손 엄지를 찍고 서류를 다시 받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류 왼쪽 상당에 은행에서 자주 만나는 번호표가 붙어있는 정도.
2층으로 올라가니 번호표에 쓰여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라 한다. 순번을 기다리고 있으니 내 앞번호의 여러 사람들이 인터뷰를 받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은 30초도 안 걸리고 어떤 사람은 4분이 넘을 때까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대사관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간간히 나오는 비자거부자들의 표정은 지나칠 정도로 어둡게 보인다. 20명의 대기자가 빠져나가는 동안 2명의 비자거부자들이 발생. 이윽고 내 차례가 돌아왔고 마님과 함께 번호표가 찍힌 대사관 직원과 마주한다.
질문1) 무슨 일 하세요?
질문2) 이 직장에 몇 년 다니셨나요?
질문3) 서류의 이곳이 직장인가요?
질문4) 직업이 정확이 뭔가요?
질문5) 가장 최근에 무대에 올라간 발레가 뭐에요?
싱겁게도 저 5개의 질문을 끝으로 발급되었습니다. 소리를 듣고 넥스트~ 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나라는 비자 취득률이 96%에 달한다고 하기에 별 걱정은 안했으나 워낙에 걱정 많으신 어머니 때문에 제법 신경 쓰였는데. 이젠 속이 다 후련하다. 영어로 안 물어봐서 다행이라면 다행일까나. 어떤 젊은 남학생에게는 대략 뜻이 한국대통령 누구니? 미국대통령 누구니? 를 마구마구 영어로 질문을 하고 막 그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