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참의 대명사로 김밥이 자리잡은 이유는 아마도 거리거리 넘쳐나는 김밥전문점의 박리다매 강력메뉴인 1000원짜리 김밥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김밥이 1000원이다. 란 이야기는 생각하기에 따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때 담배인삼 공사에서 판매하던 THIS란 담배가 1000원이였던 시절. 그 담배가 불티나게 팔린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잔돈 받을 시간 절약하고 주머니에 늘 상비되어 있는 지폐의 최저단위인 부담없는 1000원이라는 가격정책까지...
그래서 그런지 늦잠을 자고 아침을 못먹고 나올 땐 사무실 인근에 있는 김밥전문점에서 1000원을 건네주고 미리 잔뜩 쌓여있는 호일로 포장된 김밥 한 줄을 챙겨오는 심히 패스트푸드적인 신속함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빵쪼가리가 아닌 밥을 먹는다는 개념은 왠지모를 든든함을 심리적으로 만족시켜주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진 않을까 싶다.
이와같이 김밥이 넘쳐나는 요즘 하도 많은 1000원 김밥의 다양함에 이왕이면 좀 맛난 깁밥을 먹고자 웹서핑 중에 생각보다 집에서 가까운 독특한 김밥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블로거들의 찬사가 터져나왔고 생각보다 중독성이 강한 김밥이란 입소문에 한 번 확인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밤 11시 퇴근하는 날 찾아가 보게 되었다.
조그마한 가게 안에는 배달을 하는 약간 나이들은 아저씨 한 분과 할머니 한 분(이 분 성함이 바로 가게 상호) 그리고 일하는 아주머니 두 분이 전부였고 그 시간에도 불구하고 배달이 많았는지 부랴부랴 김밥을 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포장용으로 주문을 하고 찬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생활의 달인 수준에 도달한 현란한 손놀림을 구경하게 되었다.
커다란 철판 왼편에 쌓아놓은 계란을 터프하게 툭 툭 까서 널부리고 미리 싸놓은 생각보다 조그마한 김밥을 그 계란위에 줄을 맞춰 툭툭 던져 놓는다. 예열된 철판에 계란이 익기 시작할 무렵 능숙한 솜씨로 윈기둥 김밥을 뜨거운 철판 위에서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시킨다. 반쯤 익힌 계란은 맨질맨질한 김밥에 철썩 달라붙어 김밥의 구르기 왕복운동에 온몸으로 동참한다. 그렇게 몇 분여 굴려 완성된 김밥을 도마에 올려 놓으면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은 식칼로 독고구검을 연마하셨는지 현란한 초식으로 일정 간격으로 썰어 포장용기에 차근차근 쟁여 놓는다. 그리고 이 집의 히든카드 무짠지를 한쪽 구석에 듬뿍 얹져준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거 키핑맨(kilhoney)님의 블로그
이 김밥은 100원짜리가 아닌 3500원이다. 볼품 없어 보일진 몰라도 맛있고 제법 든든해진다. 왼쪽 상단에 있는 그 불그죽죽한 물체가 이 집의 히든 아이템 무짠지.
정말 별거 없어 보이는 김밥이다. 김밥 속에는 그 옛날 분홍밀가루쏘세지 한조각과 노오란 단무지 한 줄 그리고 푸르딩딩 시금치가 다인 심히 초라한 김밥이다. 허나 이 초라한 김밥이 제법 매콤한 무짠지를 만나게 되면서 입 속에선 천상의 궁합을 선보인다. 금방 철판에 굴려 뜨끈뜨끈한 김밥 한조각에 매콤새콤 아삭한 무짠지를 얹어 입속에서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바로 다음 김밥 한 조각에 젓가락이 가는 중독성을 선보인다.
이렇게 알게 된 계란말이 김밥집 덕분인지 요즘 밤에 무언가가 출출하면 갈등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이 김밥을 섭취하게 되는 단순함을 가지게 되었다.
재료비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500원의 가격을 올렸다 손 치더라도 당분간 이 김밥은 계속 섭취하게 될 것 같다.
뱀꼬리 :
알라딘 이벤트인 오늘의 태그는 마치 과거시험 분위기가 난다. 오늘의 시제는? 하면 상투틀고 갓 쓴 수험생들이 시제를 보고 열심히 붓을 놀리는 분위기가 살짝 든다.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차이점이 있지만서도. 그러다 보니 나같은 글잼뱅이가 5000원의 적립금을 챙기는 호사스러움도 경험했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