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초하루엔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이 제법 많아진다.
손님이라고 말하긴 좀 뭐하지만 그래도 일단 방문은 방문이니
손님이라고 칭하고 싶다. 체류시간은 불과 30초 정도..

대부분 노크와 함께 정중하게 들어와 "잘 부탁드립니다." 혹은
"정말 맛있게 잘해드리겠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퇴장한다.
자그마한 혹은 A4정도 크기의 종이를 남겨놓는 건 공통적인 사항이다.

때론 자양강장제 한 박스를 들고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고, 소심한
사람들은 차마 사무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냥 문에다 혹은 우편물
수취함에 붙여 놓고 사라진다.

이번 달 초하루도 역시나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한 분이 계셨더랬다.

한참 바쁠 때 영양가 있는 저녁을 먹겠다고 까페골목 쪽으로 내려갔다
몇 번 지나쳤던 만두집이 있었는데 규모는 작고 일하는 사람은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 뿐인 가게였다.

손님도 그닥 많아 보이지 않았으나,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찌나
만두를 열심히 빚으시는지 아주 잠깐 그 솜씨를 혀가 아닌 눈으로 구경
까지 했었다. 생활의 달인에 나와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현란한
손놀림을 구사하고 계셨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가게 밖에 위치한 찜기
에서 열심히 만두를 찌고 계셨다.

잠깐 지나친 가게였으나 인상깊은 모습은 오랫동안 머리 속에 남아 있었
는데, 초하룻날 얼굴의 2/3를 가리는 커다란 선그라스에 챙이 넓은 모자
를 눌러쓰고 열심히 전단지를 붙이는 그 아주머니를 건물 앞에서 마주쳤
던 것..

눈으로 확인했던 집이였기에 바로 그날 초저녁 출출한 배를 달래고자
전단지의 전화번호를 통해 만두 몇개를 주문했다. 역시나 쌩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생활의 달인 수준으로 만두를 빚던 아저씨가 이번엔 스쿠터를
타고 사무실로 방문하셨다.

만두맛은 평균 이상. 아울러 같이 시킨 찐빵류도 먹을 만 했더라는....

매년 초하루 판촉과 홍보의 전쟁속에서 어찌보면 그 만두가게는 약간의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배달시킬 시 1회용 용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

언제 날잡아 비교적 저렴한 만두국을 먹으러 방문해볼까 생각 중이다.

뱀꼬리 : 주체할 수 없는 식탐으로 인해 사진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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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8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9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11-0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어제 군만두가 삼각이라 놀랐답니다^^

산사춘 2007-11-0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판촉부장, 홍보부장으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몇군데만 제외하고 해당업체들은 제 존재를 몰라요.
그 만두집의 유령판촉뇨가 되고싶군요. 어딥니까?

보석 2007-11-0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백문이불여일견(응?)

씩씩하니 2007-11-0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이렇게 배달시켜 먹는 음식말구 식당 가서 먹는 경우 음식맛 더하기 인심맛이 있어야 가게 되요..
배달의 생명은 소요시간과 맛이겠지요?
울 사무실서도 만두와 찐빵이 간식 단골메뉴인데..ㅋㅋㅋ
제 고향에서는 이맘때면 시장에 만두 가게들에서 김치 만두 찌는 냄새가 진동할텐데...갑자기 고향이 그리워지는걸 보니..가을을 타는게 아닌지..
님...오늘밤,,,행복하세요~~

하늘바람 2007-11-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만두 무지 좋아라 하는데

비로그인 2007-11-0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영화를 많이 보고 즐겨보시는 거 같아 질문요..크크 ^^
혹시 '도청, 감청' 을 소재로 한 영화가 뭐뭐 있을까요 ??
알려주세요~~

Mephistopheles 2007-11-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그게 만두파동 이후부터 중화요리집 만두가 그런 모양을 띄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집이 많아졌습니다.^^
산사춘님 // 방배동 까페골목 내려오다 보면 유일하게 만두를 상호로 걸은 진짜 작은가게가 있습니다.^^ 그냥저냥 먹을만한 만두랍니다. 아주 유명세를 치를 정도는 아니고요.^^
보석님 // 혹시 백견이불여일식...아닐까요..^^
씩씩하니님 // 맞아요 옛날 동네 시장에는 여기저기 만두 찌고 찐빵 찌는 냄새와 김으로 뿌옇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게 많이 사라져버렸더라구요.^^
하늘바람님 // 전문점까지는 아니더라도 먹을만은 하더라구요. 더군다나 요즘 분식집에서 직접 쪄서 파는 만두 찐빵이 많이 사라졌잖아요.^^
알리샤님 // 님의 서재에 속닥거려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