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싱 (バッシング: Bashing, 2005)

이 영화를 올해 1월 달에 보고 나서 그 현실이 이 땅에서 지금 재현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이점이라면 영화속의 주인공은 혼자였고 현실의 그들은 머릿수가 제법 많다. 아울러 그녀의 배경엔 진정한 자원봉사가 있었고 우리나라 그들은 기독교라는 막강한(?)종교적인 배경이 존재한다.
영화 속의 유코는 석방 후 자국에서 비교적 자중하며 조용한 생활방침을 정한 반면 우리나라 그들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벌써부터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바이 면세점 쇼핑백의 정체의 진위여부나 바지에 빼곡하게 썼다는 수감일지 등등 왠지 모를 조작의 냄새와 위선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불확실한 사실만큼은 배제하고서라도 이미 먼저 풀려난 석방자들의 가족들을 대상으로하는 교회의 "간증"이 시작되었나 보다. 아마도 석방된 그들이 풀어준 이야기를 가지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관련 서적도 봇물을 이루며 출간될 것이고 그들의 간증릴레이 또한 시간차를 두고 활발하게 벌어질 것이 뻔하다고 하면 뻔할 이치일 것이다.

이번 석방의 배경에 어떤 거례가 오갔는지 알 방법은 없겠지만 저들이 말하는 단지 4가지의 협정사항만을 가지고 "인도적인" 인질석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 하다. 분명히 밝히기 힘든 모종의 거래가 오고 갔을 것이며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려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텔레반 무장세력의 협정 중 "NGO나 기독교봉사단체의 아프칸 출입을 일절 금지한다"라는 조항에 바로 기독교단체에서는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소규모로 기존의 선교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얼마나 웃기는가 그들이 석방되기 전에 울려퍼지던 기독교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가 석방과 동시에 바로 파묻혀버린 듯한 느낌이다.)

이번 사태 관련 페이퍼나 댓글에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개신교의 내부계혁과 혁신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라고 판단했고 이미 그러한 모습들을 제대로 보여 주기까지 하고 있다. 선교방식의 기존대로 유지해나가며 오히려 범국가적인 기독교 단체를 만들어 비기독교지역의 선교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그들이 입국한 공항엔 "응원단"까지 파견된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기독교는 이제 갈때까지 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속의 유코는 결국 조국을 등지고 삶의 유지가 확실하지 않은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아리따운 뉴스 앵커의 말마따나 그들은 지옥을 벗어났다 손 치더라도 분명 조국에서 영화 속의 유코와 같은 또 다른 지옥을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옥은 잠시일 뿐 그들의 막강한 보호막인 종교단체의 비호를 받으며 예정된 행보에 돌입할 것이다.

이미 일부 교회에서는 그들의 영웅화, 성자화 만들기를 시작하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게 우리나라 기독교의 이미 벌어지고 있는 한계이며 현실이다.

뱀꼬리 : 모태신앙 3대째이면서도 개날라리신자인 나는 오늘이 세번째 금요일이 아닌 진정한 일요일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가지 않았다. 집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기도 도중에 역시나 "하나님의 은총으로 그들이 풀려났다"는 내용이 빠지진 않았다고 한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7-09-03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언론에서 한국이 탈레반에게 정치적 승리를안겨줬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니까요.
그리고 제발 돌아오는 그들이 그리고 한국교회가 자중해주기를 기원햇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기독교의 그 무지막지하고 폭압적인 선교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주기 역시요. 근데 역시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나보네요. 쯧쯧...

Mephistopheles 2007-09-04 00:15   좋아요 0 | URL
조선일보가 아주 대서특필을 하며 엄살을 떨긴 했지만 일단 테러리스트(그 정의가 참 모호하긴 합니다. 당사자들이야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일테니까요.)와 국가적으로 나서서 타협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입국하는 석방자들에게 박수를 치며 고개를 드세요 자랑스런 여러분..! 이라고 떠드는 응원단들의 외침 하나로 이미 개혁과 혁신은 저 멀리멀리 요단강으로 건너가 버렸다죠..^^

마늘빵 2007-09-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예상했던 시나리오 입니다. 기독교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는 어쩌면 심하게 말해서 일시적인 쇼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은 기독교 내 여러 집단도 있겠지만. 기독교 내부에서 이참에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지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밖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보다야 내부의 의식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시도해보는게 낫겠죠.

Mephistopheles 2007-09-04 00:17   좋아요 0 | URL
분명히 살펴보면 공격적인 선교나 표교보단 완화된 선교와 포교를 행하며 사회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도 참으로 많습니다. 아울러 성전이라고 불리우는 교회 건물 자체도 대학교 대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보는 검소하고 소박한 교회도 존재하고요..그런데 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거라고...이게 바로 우리나라 기독교에 대입시키면 딱 맞는 표현이라고 보여집니다.

보석 2007-09-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는 교회에서 일체의 책임을 지고 선교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말에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놓고도 만약,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또 누군가 납치되면 나라 탓할 게 눈에 선해서요. 네티즌들의 반응을 무조건 '악플'로 치부하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걸 그들은 모르나봅니다. 삐뚤어진 종교의 모습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또 있었나 싶어요.

Mephistopheles 2007-09-04 00:18   좋아요 0 | URL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기독교단체의 장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하는 소리를 다 듣고 정말 놀랬습니다. 소규모의 선교활동은 계속 이루어질 것이며 나아가 범세계적인 단체를 결성해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까지 하더군요. 옛날 십자군 전쟁때처럼 무기들고 선교하러 갈려나 잠시 착각했었습니다.^^

2007-09-03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4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rosa 2007-09-0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기독교가 외국에서 얼마나 공격적으로 활동하는지 여러 경로로 많이 들었던 터라,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내세우는 그들의 선교가 얼마나 잔인한지 생각했던 터라 한국의 기독교가 교세확장을 위해서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죄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좋은 뜻을 겸손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Mephistopheles 2007-09-04 00:21   좋아요 0 | URL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이해가 가능할꺼라고 생각되는데 그게 참으로 힘든가 봅니다. 교회 본당에 코란을 소리쳐 외치며 알라신께 절을 하거나 스님이 목탁 두둘기며 불경을 외운다고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하는 선교가 얼마나 비도덕적이며 무례한 걸지 알텐데요..사고방식이 한방향으로 접혀있는지라 그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서도요..^^

2007-09-03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5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9-0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하면 욕먹을 지는 몰라도 기독교에 별 관심없는, 아니 냉소적인 제 신랑은 살려달라는 인질들의 전화통화에 "순교할 각오로 갔으면 저런 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쪽팔린 줄도 몰라" 라고 했다는...
근데 이 얘기를 농담삼아(?) 교인에게 했더니 정색을 하고서는 그들은 순교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가? 내가 신성모독인가?

Mephistopheles 2007-09-05 01:19   좋아요 0 | URL
딸이 한참 억류되어있을 때 간증이랍시고 딸의 모는 이러한 상황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더군요. 더군다나 가문의 영광이고 명예로운 일이라고 까지 했고요..기독교 내부에서는 순교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위 이번 사태로 마이크를 잡고 대국민성명을 발표했던 기독교단체장들의 발언은 잘되면 하나님탓 못되면 나라탓으로 돌리고 있으니 그게 웃기지요.십계명에는 거짓증언을 하지 마라 라고 명시되어 있으나..뭐 밥먹듯이 하는게 거짓말이다 보니 과연 십계명을 어긴 목회자들이 천국에 갈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