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2월 25일 23시 35분

치직치직....무전기 잡음을 통해 들려오는 센터의 지시는 대원들 하나하나의 고막을
조용히 울려주고 있었다. 스페셜 포스 알파팀이 천안 모대학 캠퍼스에 병원매점직원으로
요원을 잠입시킨지 한달이 지난 후 속칭"말사냥"이라는 작전은 예정된 시간대로 일사분란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캠퍼스에 잠입한 요원의 프로파일에 의하면 이번 작전의 대상자는
신라면을 애용하며 팬티는 백오사이즈를 입는다는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입수한 상태였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71817

통신사의 협조를 구해 도청한 그의 핸드폰 수신내용도 별반 큰 차이점이 없었다고 한다.
불과 한달전만해도 대부분의 통화내용은 죄송합니다 혹은 미안합니다..가 8할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나마도 2월 말부터는 뜸해졌다고 한다. 택배로 배달되는 물건도 수상하기 그지
없는 물건들 뿐이라는 정보도 흘러나왔다. 당근에 줄넘기..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비정상
적인 물건이 배달이 되어 오는 건지 알파팀은 약간 당황했지만 그런 사안으로 이번 말사냥
작전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진 못했다.  

07년 2월 25일 23시 45분

목표물에 조금씩 접근하는 팀원들을 적외선 카메라로 지켜보던 알파팀의 팀장 파비아나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번 작전의 타겟은 그녀에게 있어서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으니까
갑작스런 돌출행동으로 평상시의 생활방식을 접고 갑작스럽게 학교에서 농성을 강행해버린
그의 행동에 적잖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작전본부가 그녀의 팀에게 이번 작전을 지시한
이유 또한 그녀만큼 그를 잘 파악하고 잘 알고 있는 팀장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치칙 팀장...A루트 건물 옥상 대따길고요상한이름해적 진입 성공했습니다..치직"
"치지직 B루트 다락방..새벽별 현관 진입 성공했습니다..치치직"
"쉐쉐쉐쉑 C루트 작게작게.. 삽질로 건물 지하 진입 성공 다음 단계 진행합니다."
" 치치치칙 D루트 옆건물 옥상...깐따삐야 보고 합니다.
아직 건물 안에 목표물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컴앞에 앉아있습니다."

치밀하게 작전을 짜기로 유명한 알파팀 팀장 파비아나는 이번 작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네가지
루트의 방향으로 목표물에 접근하는 신중한 작전법을 선택한 것이였다. 작전의 내용은 간단했다
그가 야생마의 기질이 표출되기 전에 신속하게 마취시켜 포획하여 본부로 이송하는 것... 특별히
대공원 사육사에게 부탁해 코끼리 두마리도 한번에 마취시킬 수 있는 주사액도 이미 대원들에게
지급한 상태였다.

조금씩 작전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말사냥 작전을 정확히 2월 26일 정오가 되는
순간에 진행해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작전의 중요성 때문에 작전본부의 물만두 국장도 이번 작전
을 직접 모니터링 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치직 팀장 A루트 대따길고요상한이름해적 문제 발생..!!"

급작스럽게 울려퍼지는 대따길고요상한이름해적의 외마디 외침이 팀장의 귀청을 울렸다.

" 요즘 살이 쪄서...환풍구에 꼈습니다..미안합니다 팀장..흑흑.."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62694

정예팀원 대따길고요상한이름해적으로 인해 A루트가 막힌 팀장 파비아나는 다급해졌다.
엎친데 덮친격 C루트 작게작게의 무전이 연이어 터졌다.

"팀장....C루트 작게작게...문제 발생....여기....한남동이에요...흑흑... 천안이라고 말했어야죠!!
왜 대학이름만 말을 해가지고....흑흑"

시작도 하기전 작전은 급작스럽게 낭패를 겪게 되었다..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어떠한 악조건에도
언제나 작전을 성공시킨 노련한 스페셜 포스의 팀장이 아니던가..

"B루트 요원 지시내린다..!! A루트, C루트 진입실패.. 이젠 너희들 손에 달려있다 30초 후 작전강행한다.!!"

침을 꿀꺽 삼킨 파비아나의 손에는 조금씩 조금씩 1초씩 갉아먹는 스톱워치가 들려 있었다.
이미 B루트 팀원들은 그가 농성하고 있는 방문앞까지 차근차근 진입한 상태였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작전은 성공할 것이며 그녀의 이번 말사냥 미션은 아무 피해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는 상황.....

갑자기 전화기가 귀청을 찢어놓았다. 황급히 전화를 받은 파비아나는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버렸다.

"파비아나 팀장 당장 작전 중지...!! 모든 작전 종료하고 빨리 철수하라!!"

물만두국장의 전화로 인해 파비아나는 다급해졌다.
스톱워치의 초침은 이미 10초안팍의 여유밖에 없었다.

"팀원들 작전은 종료되었다!! 모두 철수하라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라 대기하라..이상.."

급작스런 작전중단으로 인해 파비아나는 얼떨떨했다. 그 누구보다도
이번 말사냥 미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그녀였기에 더더욱 충격을 배로 다가오고 있었다.

"물만두 국장 작전을 중단시킨 이유가 대체 뭡니까.!!"

격렬하게 따지는 그녀의 질문에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물만두 국장은 말을 이었다.

"특급 네고시에이터 바람구두가 떴다....그리고 그가 모든 상황을 종료시켰다..
D루트 깐따삐야에게 확인해보도록..뚝"

교섭인의 위치로만 본다면 최상위에 있는 바람구두가 떴다니...그는 이미 반년전쯤 일상의
바쁨을 이유로 잠수를 타버렸던 인물이 아니던가...자세한 내막은 차후에 알아도 별 문제가
안되었다 그녀는 황급히 D루트 깐따삐야에게 무전을 날렸다.

"목표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고하라.."

잠시 뜸을 들인 후....깐따삐야의 보고가 울려퍼졌다..

" 컴퓨터 앞에 여전히 앉아있습니다....잠깐 배율을 좀 올려보겠습니다....
앗....한글을 두개 띄워놓고 뭔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이.....제목이... "불쑥...".......과......."한달 반..."입니다...
앗 숨겨논 창 하나를 방금 삭제하고 있습니다 제목 확인 해보겠습니다.......제목이.....

스타의 귀환....입니다....!!! "

아연실색한 팀장 파비아나는 손에 들린 스톱워치를 바닥에 패대기를 치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마취시켜버리고 싶었단 말이야~~~~~~!!!"

천안의 모대학 야심한 시각 그녀의 울부짖음은 저 멀리멀리 서울모처에서 야근철야 밥먹듯이 하는
메피스토의 귀에도 환청마냥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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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3-0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정말 일요일 저녁을 즐겁게 보낼수 있네요, 메피스토님 덕에.
이건 정말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최상의 페이퍼예요. 메피스토님 짱!!

마노아 2007-03-0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핫, 센스쟁이(>_<)

날개 2007-03-0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명작입니다, 명작! ㅋㅋㅋㅋ

paviana 2007-03-0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이제까지의 무수한 뒷거래와 협박의 결과로 제가 주인공으로 뜨긴 떴는데,
왜 무엇때문에 거대한 삽질 프로젝트의 정점에 서 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까요?
좋은거 같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고....흑흑흑

무스탕 2007-03-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사냥' 을 '마녀사냥'으로 순간 잘못 읽긴 했습니다마.. --;;
푸하핫~ 메피님. 짱!!

클리오 2007-03-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작전 세력이 너무 허무해졌군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7-03-0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감사합니다..^^ 사실...그분의 복귀가 조금만 늦었어도 실제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ㅋㅋ
마노아님 // 전 사실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신기(?)주의 컨셉을 벗고 천안으로 내려가봐야 하는 건가 하고요...
날개님 // 사실 날개님은 공중에서 조기경보기에 탑승해 본부에 작전상황을 모니터링해주고 있었습니다......믿거나 말거나지만요..ㅋㅋ
늘~속삭이시는 분 // 그럼요~ 한번 삽질은 영원한 삽질.~~ 미리 다 고쳤지롱~ 입니다..ㅋㅋ
파비아나님 // 집에 가셔서 주무시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저 여우같은 메피스토가 날 놀리는 걸까 아님 즐겁게 해주는 걸까..?? 라고요...ㅋㅋㅋㅋ
무스탕님 // 마녀..사냥이라기 보다...미녀사냥..이 그분과 더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ㅋㅋ
클리오님 // 일종의 대형 삽질이라고 할 수 있죠...ㅋㅋㅋㅋ

비로그인 2007-03-06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 에서 온타리오 공항 작전과 사무엘 리 잭슨 주연의 '니고시에이터' 를 연상케 합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07-03-0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님 // 음...사실 그 두가지를 연상하면서 끄적거렸습니다...^^ 하지만 살인마 잭같은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움이 남는군요..^^

Mephistopheles 2007-03-13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것도 재주라면......바람구두님의 신묘한 글솜씨와 1대1로 교환하고 싶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증상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