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ears Prada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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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사마천 > [퍼온글]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120개 자잘한 섬들이 177개 운하와 400개의 다리로 연결된 도시이다.  5세기에 서고트족, 훈족, 롬바르디아족의 침입을 피해 이탈리아 북쪽 여러 도시의 주민들이 이주해 와 앞서 살고 있던 토착 어민과 함께 아드리아 해 점토층에 수백만개의 떡갈나무 말뚝을 박아 기층을 만들고 인공의 섬을 만들었다.

수면아래 숲을 이루고, 그 위에 도시를 만든다는 기상천외의 발상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베네치아가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처럼 오만한 제왕들의 권력 의지가 아닌, 몇천 유배된 사람들이 생사를 걸고 비상상한 상상력으로 일군 대역사(大役事)였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외롭다.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 권삼윤 | 푸른숲 | 94쪽


이탈리아에 간다 하니,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제일 가고 싶었다. 사실 상상이 잘 안 되었다. 정말로 도시 대부분의 길이 물이고 배를 타고 다닌다고?  뱃길 옆으로 기단과 아래쪽은 물에 잠긴 건물들에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산다고? ... 정말이더라.





대운하를 오가는 수상버스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거리



대운하에 면한 식당



Vaporetto 라 불리는 수상버스와 버스 정류장.  안내양 또는 안내군이 있어서 정차 (정박)할 때마다 폴에 밧줄을 걸고, "무슨 역입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문을 열어 사람들을 내보내고 들인다.

택시



베니스의 환상 곤돌라.  곤돌라를 타기 가장 좋은 때는 해저물녁 "곤돌라 세레나테" 칸초네를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이른 오전 곤돌라 사공이 곤돌라를 청소하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며 어슬렁거리는 곤돌라 운전사들.  흰바탕에 까만색 가로줄무늬가 유니폼인 듯.  곤돌라 사공은 "노래 실력"을 포함한 특별한 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혼자 벌쭘해서 안 탔는데, 바포레토로로는 대운하만 따라 갈 수 있지만 <탄식의 다리>를 포함해 곤돌라를 타고 천천히 작은 물길을 다니며 골목 풍경을 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골목길 풍경.  작은 배 한 척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들도 있는데, 창문 밖으로 빨래를 널어 두기도 한다.



대운하가 끝날 무렵 아카데미아 다리에서 찍음.  운하의 폭이 확 넓어졌다. 운하가 끝나면서는 확 트이며 아드리아해를 만난다. 저 돔은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어딜 가도 느끼는 거지만 광장의 주인은 비둘기이다.  산마르코 광장 곳곳에는 1유로에 비둘기 먹이를 파는 노상들이 있고, 이렇게 사람이 친한 척 하면 어깨에도 내려앉곤 한다.  난 닭둘기가 싫어...  여기는 운하가 끝난 바포레토 정류장부터 산마르코 광장에 이르는 길에 있는, 두깔레 궁전 앞 산마르코 소광장.



산마르코 광장, 종루.

아침에 호텔에서 창문으로 모피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더러 있길래, "뭐, 3월 말에 저렇게 추울까" 했는데, 덴장, 대운하를 지나는 동안 얼어죽는 줄 알았다. 역시 바닷바람은 춥다.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뭐든 따뜻한 곳에서 뜨거운 마실 것으로 몸을 녹여야 했다.



여기는 카페 플로리안. 1720년에 만들어진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루소, 괴테, 스탕달, 바이런, 쇼펜하우어, 바이런, 모네, 하이네, 릴케, 토마스 만....  많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단골로 드나든 카페란다.  겨울이면 홍수로 광장과 성당이 물에 잠기는데, 배를 타고 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어느 카페에서건 서빙을 하는 가르송들이 인상적이다.  플로리안에서 내가 찍은 사진은 젊은 가르송인데, 할아버지 가르송들도 많고 그분들이 참 멋있다. 손님들도 많고 쉼없이 차를 나르면서도 광장 앞쪽에서 모여 수다를 떤다. 그러면서 어느 테이블에서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으면 놓지지 않고 다가간다. 빠뜨리거나 늦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서두르지 않는, 카페 안팎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처럼, 바람처럼, 유려한.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의 얼굴에 평생 지은 미소가 배어있다.  젊은 가르송들이 아무리 친철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 유려한 경륜이 존경스럽다.   



오후에 광장에 다시 오니 카페 플로리안의 야외에서는 공연이 한창이다.



종루에서 내려다본 산 마르코 광장.



광장에 면한 산 마르코 성당. 9세기 이집트에서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가져와 안치하기 위해 세웠다. 화재로 다시 세우고 여러번 복원 공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쩔 것인가.  뮤지엄 다 돌아보고 오후 4시에 왔더니 여행서에 5시까지라고 되어 있던 것과는 달리 4시면 문을 닫는다고.  그래서 내부는 못보고 이렇게 광장 쪽에서 바깥을 본 게 다다.







성당 위에 있는 네 마리의 청동 말.  13세기 베네치아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왔고 B.C. 4-2 대의 작품으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한때는 나폴레옹이 파리로 가져갔다가 되돌려 받았다.  약탈의 역사만 반복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산마르코 성당의 쿠폴라



리알토 다리. 원래는 목조였는데 16세기에 석조로 바뀌었다.  인근에 식당도 많고 쇼핑할 것도 많다. 옛날부터 베네치아 상거래의 중심지. 추워서 목도리라도 하나 사야지 하고 지상의 유리공예상점, 옷가게가 구비구비 늘어선 골목 골목을 따라 걸었다.

점심을 먹고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갔다.  조르조네, 조반니 벨리니,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네치아 화풍 거장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르네상스 이후 16-18세기의 베네치아 화풍은 구도보다는 풍부한 색채와 명암의 아름다움, 감각적 관능미를 추구했다는데, 비교가 될 만한 그림들을 찬찬이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미술관의 고색창연함과 전시된 그림들의 내 키의 2-6배를 넘는 길이와 폭의 스케일에 비해 감동의 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도시를 돌아다녀본 소감만으로도, 이곳에 살면 색채에 대한 감성과 관능미를 다른 곳보다 앞서 자연스럽게 체득했으리라는 데는 동감.  

티치아노의 미완성작 <피에타>.  그런데 어디가 미완성이라는 거지?



조르조네 <폭풍> c 1505



Gentile Bellini, The Recovery of the Relic of the True Cross at the Bridge of S. Lorenzo. 1496-1500
이렇게 옛날의 베네치아를 소재로 한 그림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500년이 지나도 똑같이 생긴 도시...   



아름다운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팔각형의 성당 벽면을 따라 걸린 그림마다 작은 성소이다. 바닥의 문양도 아름답다.



성당에 갈 때마다 그런 것 같다.  벽화나 다른 조각상들보다 이 촛불 앞의 예수나 마리아는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때로는 조악하기조차 하다.  촛불 한 개값은 80센트~1유로.  서낭당에 천조각을 걸거나 정화수 떠놓고 산신령께 비는 기복신앙와 다를 게 뭐냐.   어딜 가나, 어느 신을 섬기건 사람살이에서 이루고 싶은 꿈과 얻고 싶은 것,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무사를 비는 마음은 다르지 않은가보다.  그러니 나도, 촛불 한 개 켜고,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게 해주세요" 잠시 기도.  이 할머니는 촛불 네 개를 켰다.  모르지, 나만 욕심 많고 다른 사람들은 교회에 들러 마음 가다듬는 뜻으로만 초를 드는지도...



산마르코 성당 옆의 두깔레 궁전. 좌절이다. 여기도 4시면 문을 닫는다. 건물 내부 장식과 그림, 옛날의 회의실... 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맘 상했다.



중루에서 내려다 본 두깔레 궁전. 산마르코 성당과 이웃하고 있다.

두깔레 궁전 뒤쪽 감옥 탄식의 다리 근처에 이르니 여행서에서 못 봤는데, 틴토레토 특별전을 하고 있다고 써붙인 Museo Diocesano 가 눈에 띄었다.  들어가서 물어보니 베네치아 주교성의 사적인 소장품들을 번갈아 전시한다고. 이곳만이 아니라 이탈리에서는 그림들이 넘쳐나서인지 그저 웹사이트들이 부실해서인지, 웬만해서는 뮤지엄 웹사이트에서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거의 찾을 수가 없다.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 사진찍지는 못하고, 돌아와서 찾아볼까 했더니 낭패다.  

틴토레토, <산타 카탈리나의 생애> 연작 일부.

작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최후의 만찬>을 보았는데, 이런이런, 최후의 만찬이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길쭉한 테이블에 죽 늘어선 그림만 알아서인지, 평범한 직사각형 식탁에 둥글게 모인 최후의 만찬을 보니 한 데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 그림에서도 요한인지 막달라마리아인지는 여자 같던 걸.



곳곳에 있는 화려한 가면 상점.

나에게 베네치아의 인상은 초록색과 금색이다. 성당과 그림 액자, 가면의 금장 화려한 반짝임.
초록색 물빛 거리 베네치아, 오래 눈에 선하다. 못 본 곳도 많고 (무라노 섬의 유리공장도 못 보았고, 저녁 시간이 된다면 실내악이나 오페라 공연도 보고 싶다)  베네치아...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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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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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말하는 게 귀찮은 나는 참 다행이다

 

 

 

변명도 귀찮고. 때론 변명 아니 해명 아니 나란 인간에 대하여 설명해야 하는

그 순간에도 때론 귀찮아 진다. 아- 이럴때 귀차니즘이란 .. 좋구나.

구차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필요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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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유학생들의 오히려 더욱 보수적인 면을 보게 될 때마다 싫다.

너무 기대 했던 것일까. 아니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최소 외국물좀 먹었다고 뭔가 다를 것이라고 예상 정도는 있었던건지.

분명 나도 내 나라가 좋은데.

-아니 좋은가? 다시 물어봐. 그냥 내 나라가 있으니까 안도감이 있다 정도 인가?-

국수주의도 싫고 가족주의도 맘에 안드는데.

한때 뭔지도 모르고 아나키즘에 관해 호감을 가지고 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도 잘 모르지만-. 코스모폴리탄이란 말도 좋은데.

외국인끼리 -인종 불문 국적가리지 않고- 많이 결혼해서

혼혈이 마니마니 생겨서 지구가 좀 더 평화로워 졌으면 좋겠다고

뭔- 남들이 들음 참 뜸금없는 소리다 할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어떤 이의 페이퍼에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에서 나온 말이라며

폭발 할 것 같은 어디 풀 데가 없음 글을 쓰라는 -머 이런 식이 아닌거 아냐?-

여튼. 나는 그 분의 글을 읽고 어떻게 보이길 연연하지 말고

그냥 여튼. 나는 현재 마음이 매우 답답하므로. 글을 쓰자. 라고 맘 먹었다.

글? 그냥 이런 철자 틀리고 문법 틀리는 글이라도 글이라고 부를수?-

아무튼.

원래 하려던 말은.

태극기를 방에 걸어놓고 있는 모습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아무래도 유학이란게 문 사회과학보다는 이과 계통이 많아서 그럴까?

-엄청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인정한다. 하지만 '성향'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단순하다. 사회에 관심이 확실히 적고 단순히 돈에 편중되어 있거나

자신에게 편중되어 있다.

확실히 부와 명예 이런 부분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런 대화를 줄기차게 하는 몇의 인간들이 있음에도 그다지

그렇지 않은 그에 반하는 분위기의 인간도 보기 힘들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양함을 좋아한다.

누가 돈을 좋아하든 명예를 최고로 삼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나에게. 또는 타인에게 그게 피해만 가지 않으면 된다.

근데. 최근 이 사람. 아주 거슬린다.

대놓고 '강남 송파 서초 목동 이외 지역아이들 그러니까 미아리 길음 같은 이상한 동네 사람들'

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술 취해서 술기운에 했다고 보기엔-아. 어쨌거나.

하는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 숙제를 늘 베끼면서

또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선심으로 비추이고

와이프가 없는 곳이건 있는 곳이건 여튼 와이프는 자신에게 아니 자신의 집안에 시집

온 것은 와이프가 운이 좋은 것이라는 식의. 그니까. 분명히 자신이 와이프보다

저울질로 나으므로 와이프는 시집 잘왔는 그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다니는.

와이프와 함께 가기로 한 회사 설명회에 분명 선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뒤 전화해서 '당신은 생각해보니 배나와서 -임신해서-학생처럼 안보이니까 오지마'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와이프. 후에 들으니 바로 울었다함.-

여튼. 기타 등등의 수많은 사연에도.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그 사람의 다른 사람 -와이프 빼고- 다른 사람 챙기기에

그게 좋아서인지 이 좁은 유학 생활 모임에서 서로 불편해질 까봐서인지 -그게 크겠지-

다들 잘도 참고 잘도 만난다.

나는 더 이상 보기 싫은데.

그냥 그 사람 옆에서 더이상 다른 사람 안주거리 삼아 농담하는 것도 듣기 싫고

내 농담이 이렇게 나 없는 자리에서 들리고 다시 내 귀로 들리는

이딴 순환도 더 겪기 싫고.

가끔은. 저 배속에 있는 아이 교육은 어떻게 시킬까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뭐. 남이야기다 신경쓰지 말자 -흥. 그래도 안타까운지고.-

아 답답하다

더더 많은 상황이 있었지만 이 글이 너무 길고 읽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충분히 줄 것같아

그만 두련다.

억. 분명 내 배설을 위해 쓰겠다 했는데. 어느새 남생각을? -_-;;

그런데. 원래 내가 여기 하려던 말이 이 사람말이 아니었는데.

좀전에 살짝 열받는 일이 또 하나 있어 어느새 흐름이 자연스레 왔나보다.

여튼. 좀 더 유학생들이. 공부 좀 했다고. 뭐 이사람들이 사회에서 우로 올라가나 그것은 모르겠다만.

그래도 여튼 사회를 구성하는 젊은 구성원들이 좀 더 진보적이었음 좋겠다

아니. 보수적인 사고관이라도 좋다. 건전한 건강한 보수라면.

좀 더 철학이 있고 좀더 깊이있는 사고를 조금만 더 해줬음 좋겠다.

나도 그렇지는 못하지만 최소 노력이라도 하고 최소 관심이라도 있으니.

나도 그닥 할 말은 없다만.

나 겸손한체 하다가 할 말 못하고 지나가는 그런 일. 여기서는 없어야 겠다.

 

-오늘도 분명히 할 말 다 못하고 가는 느낌 이고나.

그리고 글은 생각 정리 잘 해서 쓰는 게 잘 쓰는 거다-라는 말을 나에게 하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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