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3 - 인도차이나 반도.남부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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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앞에서 말한 인도의 두 얼굴, 추함과 성스러움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나치 그 두 가지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첫 번째 얼굴은 바라나시에서 함께 탄 인도 학생들이다. 같은 침대칸에 탄 20살 남짓의 젊은이 두 사람은 듣기 좋은 영국식 영어로 자신들은 영국에서 살고 있는 사촌 형제인데 방학 동안 고국을 여행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워크맨, 선글라스, 가방. 캘빈 클라인 청바지 등 지니고 있는 물건이 고급스러워 한눈에도 상류층 자녀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공격하면서 정치 불안과 불확시한 미래에 대해 말할 때는 얼마나 열띠고 진지하던지. 단어의 선택이나 논리의 전개가 더할 나위 없이 지적이고 매력적이다.

 기차에서 함께 어울리게 된 일본 대학생 사토가 곧 뭄바이에 간다니까 자신들의 뭄바이 주소를 적어주며 꼭 오라는 친절까지 보였다. 간식거리를 살 때도 한사코 마다하는 우리를 뿌리치고 자기들이 먼저 돈을 냈고, 거지들이 지나가면 좀 많다 싶은 돈을 적선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큰일이 벌어졌다. 그 학생들이 준 인도 차이를 마신 사토가 잠깐 잠이 든 사이 그들이 사토의 가방과 전대를 몽땅 털어간 거다. 그 유명한 수면제 차이 수법이다.

나는 정말 다행히도 다른 칸에 있는 한국인 일행을 만나 어울리느라 아침 내내 내 자리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게다가 큰 배낭은 자전거 열쇠로 좌석 다리에 묶어놓고, 작은 배낭은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만약 나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다 털려서 이번 여행을 계속하지 못하고 인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을 거다.

우리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같은 칸에 탄 다른 인도 사람들이다. 10시간 이상 샅이 오면서 밥도 나누어 먹고 얘기도 나눈 사람들이 누구도 사토를 도와주지 않은 거다. 이들은 분명히 사기꾼들이 차에 약을 타는 것도 알았고, 물건을 훔치는 것도 보았을텐데.

그 상황에서도... 방금 기차를 탄 아저씨는 수면제에서 깨어나 혼비백산한 사토에게 어디서 왔느냐, 이름은 무엇이냐를 물으며 자기 호기심만 채우고 있다. 곤궁에 처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던 한 아저씨는 차이를 사 마시고는 나더러 돈을 대신 내달라고 한다. 이게 바로 인도다. ..... p.294

 
   


한비야씨의 책들은 오래전에 다 읽고, 이번에 친구 집에 개정판으로 있는게 반가워서 문득
그중 삼권, 인도차이나반도, 남부아시아 편을 빌려왔다.
다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못 읽은 책인가 오랜만에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중 인도는 살짝 지나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 부분을 읽는데, 
인도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다시한번 놀랍다.
영국 억양에 부티가 흐르는 학생들. 도둑질을 하려고 그렇게 차림새를 갖추도록 노력했을 
수도 있지만, 언어나 논리가 어디 하루 아침에 갖춰지는 것이던가.
고급 영어를 쓸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까지도 수면제를 먹여 돈을 훔치는 정도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여행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나.
왠지 나도 저런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안에 무엇인가를 느끼고 빠지기는 힘들것 같다.
늘상 사람들이 말하는 인도의 그 무엇. 그게 무엇인지 아직 뚜렷하게 말해준 책은
아직 못봐서 아쉽다. 그게 뭔지.. 궁금하네. 나도 느끼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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