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齋雜記 170403

 

물고기는 알고 있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공교롭게도 물고기는 알고 있다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 이 두 책을 함께 읽다보니, ‘피식웃게 되는 일이 있다.

 

어느 한 알라디너의 글 중에서]

1) 역사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을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성공적인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사고를 깨치고 나아가는 용기 있는 결단과 도전이 필요하다. /과학은 원인과 결과가 있는 학문이다. 또 여러 사람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수십 년 만에 혹은 수백 년 만에 새로운 이론이 탄생한다.

2) 앞에서 설명한 이론들은 과학적 지식에 입각한 추측’, 즉 과학적 가설일 뿐이다.

 

예전에 사형과 낙태에 관해 (당시 내 판단에) 서로 모순되는 주장을 보수-진보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고, 그 의미를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보수 ; 사형제도 찬성, 낙태 반대

진보 ; 사형제도 반대, 낙태 찬성

 

이 주장을 생명 존중이라는 잣대를 적용하면, 모순이다. 대신 (도덕의 정치에 따르면,) 사형과 낙태에 적용하는 가치관이 생명 존중이 아니라, 보수의 정의, 징계와 진보의 연민, 관용이 대립되는 가치관을 적용하면 해석에 모순이 없다. (마치 뉴턴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하늘의 법칙과 땅의 법칙을 통합한 것을 연상하게 한다.)

 

진화론이라는 과학적 입장에서 창조론을 비판하고, ; ‘페미니즘입장에서 다시 (진화) 심리학을 비판하는 것은 내게 용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 두 가지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나의 해석은 여성(gene) 또는 여성성 (meme) 입장에서 내집단 편향 ingroup bias이. (해석이 너무 단순하다.)

 

궁금증] 이와 같은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입장 판단에 있어 (나의 단순한 해석을 너머서는 예전의 사형과, 낙태를 통합한 것과 같은)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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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3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진보’, ‘보수’, ‘진화론’, ‘페미니즘’ 그리고 ‘진화심리학’을 깊이 알지 못해서 오늘 쓰신 마립간님의 글을 보고, 제 생각을 분명하게 밝힐 수 없었어요. 좀 더 생각해보고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페미니즘 입장에서 진화심리학을 비판하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는 마립간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헬레나 크로닌의 <개미와 공작>을 읽으면서 저는 페미니스트도 진화론을 공부할 수 있고, 진화론적 관점으로 성차에 대한 편견을 지적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개미와 공작>에 보면 서로 다른 다윈과 앨프레드 월리스의 성 선택 이론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다윈은 암컷 공작들이 가장 잘 꾸민 수컷과 짝짓기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컷 공작의 꼬리가 화려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월리스는 다윈의 생각에 반대했어요. 짝짓기를 위한 암컷 공작의 선택은 꼬리에 대한 취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어요. 월리스는 암컷 공작이 수컷의 꼬리만 보는 게 아니라 건강 상태, 정력 등 실용적인 자질을 보면서 선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윈의 주장이 옳다면, 수컷은 짝짓기 시기만 되면 적극적인 ‘열렬한 수컷’이 되고, 여성은 자신과 짝이 될 남성을 선택만 하는 수동적인 ‘수줍은 암컷’이 됩니다. 헬레나 크로닌은 다윈의 성 선택 이론이 남성과 여성의 고정적인 특성으로 자리잡은 점을 지적했어요. 그 내용은 인용하겠습니다. <개미와 공작> 398쪽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괄호 속 문장 역시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 <개미와 공작> 398쪽

암컷의 선택을 어떻게 묘사하느냐라는 주제에 우리가 집중하는 동안, ‘수줍은 암컷들’(과 ‘열렬한 수컷들’)에 대한 이야기가 표준이 돼 버렸다는 점에 주목하자. 나는 성 역할이 뒤바뀐다면 어떤 용어가 사용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수컷들이 배우자에 대해 까다롭게 군다면, 그들은 ‘수줍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목 있고, 신중하고, 책임감 있고, 판단력이 있는 것일까? (덧붙여서 암컷들은 ‘열렬해’질까, 아니면 음탕하고, 경솔하고, 다루기 힘들고, 뻔뻔해질까?)

마립간 2017-04-03 19:48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제 생각은 이 글에 인용된 cyrus 님의 글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고, cyrus 님의 (분명하게 정리된) 생각을 통해 제 오류가 교정될 수도 있겠죠.)

≪개미와 공작≫의 인용하신 글은 ;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구분으로 해석이 가능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