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70302

-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 2000년 초반 알라딘 서재에서 어느 알라디너와 국가 인권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구체적 주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빗대어서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에서 인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계비로 1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4인 가족이면 가구당 400만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 인권 위원회가 국가에게 4인 가구에서 400만원 미만의 수입인 가구에게 나머지 금액을 보전해 주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국가 인권 위원회가 그와 같은 방식으로 국가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권고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상대는 인권 위원회가 인권을 핵심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그건(국가 능력은) (인권 위원회)가 알 바 아니고.

 

이때의 나의 반응은 ; ‘그런가?’

 

관계론 속의 존재론에서 관계(맥락)를 중요시 여길 것이냐 존재(본질)을 중요시 여길 것이냐의 문제다. 통상적으로 좌파는 맥락을 중시고 우파는 본질을 중요시 여긴다. 이 경우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인권 위원회가 인권에 대한 권고안에서 국가 재정 등 기타 사항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수 개월 전에 어느 알라디너와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것에 대해 남성은 여성보다 3배의 피살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상대는 그건 (남자가 남자를 살해하는 것)은 내(여성)가 알 바 아니고.

 

이때의 나의 반응은 ; ‘헉 또는 헐!’

 

100명의 페미니스트에게 100개의 페미니즘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페미니즘에서 남성을 인간으로, 생명체로 받아들였다면 위가 같은 반응은 나올 수가 없지만. 페미니즘이 여성이기주의라면 위가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딸아이가 엄마를 붙잡고 (통곡하듯이)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친구들처럼 왜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않느냐고. (딸 친구들의 자랑질이 있었을 것이다.) 안해는 너의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가면서 빚을 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빚을 내면 여행을 가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며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저축을 해서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딸아이 친구 가족 중에 실제 빚을 내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빚을 갚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가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이때의 나의 반응은 ; 웃음이 터졌다.

 

# 여행을 좋아하는 않는 내 성향이 한 가지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여행에 있어, 예전의 여행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경험하여 역지사지 易地思之하는 기능은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 책을 통해서, 대중 미디어를 통해 이것들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현재의 (해외)여행은 소비적이며, 자본주의적이며, 반환경적이고, 반생태적이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도덕적 강박주위에 맞춰 살 수는 없어도 해외여행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환경과 지구에 대해 미안해하고, 사회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딸아이는 내게 빚을 내서 여행을 가자고 조르지 않는다. 직관적으로 내가 어떤 결정을 할지 알 것이다. 너는 마립간의 딸이잖니. 나의 생각이 나의 편협함에 갇혀 있는 것일지 몰라 알라딘에 내 생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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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이 여성보다 3배의 피살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있습니까? => 처음 보는 정보를 접하면 이렇게 질문해야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알 바 아니다‘식으로 대응하는 건 상대방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요.

마립간 2017-03-02 14:20   좋아요 1 | URL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상대방이 처음 접하는 정보는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갈등은 사실판단보다 가치판단이나 감정의 문제죠.

이 글을 읽고 cyrus 님의 반문처럼 출처를 궁금해 할 분이 계실지 몰라 reference를 말씀드리면 ≪이웃집 살인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