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61014
- 동거식물 1 ; 국희 菊姬네
국화는 함께 했던 시간이 꽤 길었던 것에 비해 나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초본 식물보다 목본 식물을 좋아하고 꽃보다는 관엽 식물 좋아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 집에 가장 많이 키웠던 것은 선인장을 비롯한 다육식물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므로 겨울에는 집안에서 키워야 한다. 좁은 집에 화분을 들어놓는 것도 쉽지 않았고, 사람을 위한 난방이 아니라 식물을 위한 난방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점차 선인장을 버리게 되었는데, 선인장을 대체한 것이 국화였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화분의 절반 이상을 국화가 차지했던 적도 있다.
오상고절 傲霜孤節와 은일자 隱逸者라는 별명과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는 ‘여러해살이’임에도 겨울이면 지상부가 말라 죽으며 뿌리로 월동하는 특성 때문에, 그리고 포기나누기나 꺾꽂이로 비교적 번식이 쉬어 나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4년 전부터 국화를 길러볼까 생각했지만 항상 식물을 구매하려 할 때 후순위로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집이나 내 집에서 국화가 없었던 적은 없다. 없는 듯, 항상 내 곁에 있던 누나와 같은 국화다. 국희네가 고유명사를 가졌던 적은 없다. (초라한 국희네 사진과 함께, 난희네 소개할 때 소개하지 못한 군자란 사진을 함께 게재한다. 군자란 이름은 정풍 正風, 유정풍에서 따온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