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검심劍心 ★★★★
* 우선 작가 노부히로 와쯔기의 주제 의식을 보면 ‘선한 전쟁은 없다.’입니다. chika님이 처음 추천해 주셨을 때 주제에 맞는 책인지 모르겠으나 만화책이 갖는 한계 때문에 호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만화책은 과장이 심해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집채만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정상인, 또는 엄청나게 능력 있는 살인청부업자가 10대 소년에게 어의 없이 지는 상황이이라던가. 또 강적을 만나서 죽을 둥 살 둥 싸우고 난 후 다시 그 보다 힘 쎈 강적을 만나도 역시 잘 싸우는 것, 연습을 안 해도 타고난 천재성 때문에 항상 이기는 것 등
* 만화를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이 부족한 것에서 오는 재미의 반감을 말합니다. 영화 <나이트 플라이트 Night Flight>를 보면 테러리스트가 호텔 여직원에게 압력을 가해 암살을 시행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줄거리가 여자 주인공이 볼펜으로 테러리스트에 목에 자상刺傷을 가하면서 반전되는데, 평범한 여자가 훈련된 테러리스트에게 자상을 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러분도 대중 매체를 통해 보셨겠지만 경찰특공대, UDT 군인 등의 훈련된 사람의 반사 신경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추격 장면이 있는데, 평범한 여성의 달리기가 훈련된 테러리스트 보다 빠르고 육탄전에서도 일반인이 이깁니다. - 영화를 영화로 보자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뭐 그렇다는 거죠.
* ‘착한 전쟁’은 그 형용사와 명사에 모순이 있습니다. 최신 유행하는 ‘인위적 실수’처럼. 이 책에서도 시작부터 같은 의미의 용어가 나옵니다. 활인검活人劍 : 검이라는 것을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사람을 살릴 수 있나? 물론 수술용 칼 등의 예를 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으나 이 책의 검은 전투용 검입니다. 비록 역날검(칼등에 날을 만들어 정상적으로 날로 사람에게 절상折傷을 입히지 못함)으로 설정했을지라도.
그리고 현재는 활인검을 지향하는 겐지劍心도 살인검을 휘두르던 발도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내재적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착한 전쟁은 가능한가. 대답하기가 주저됩니다. 있었는가? 떠오르는 전쟁은 없습니다. 호감이 가는 전쟁은 있었는가? 예, 고구려 광대토태제의 영토확장, 신라의 삼국통일. 이 전쟁은 착한 전쟁에 속하는가? 아니요. 그러면 모든 전쟁, 가난한 자의 전쟁(이슬람권 국가에 나붙어 있는 표어인데, 전쟁은 부자들의 테러, 테러는 가난한 자의 전쟁)이라 불리는 테러는 모두 나빴나? 언뜻 생각하면 예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다면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은 비난받아 마땅한가? 아니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Liberia에서는 미국 또는 UN의 군사개입을 요구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절했죠. 국내의 일은 알아서 하라고. 그러면서 이라크를 침공했죠. 라이베리아 소년이 “왜 미국이나 유엔이 도와주지 않는 것이죠?”라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우리나라에는 석유가 없잖아.” 그렇다면 미국을 포함한 유엔의 라이베리아 군사개입은 정당한가? 마냐님은 우리나라의 군비감축을 주장하셨는데, 쿠웨이트에서 군비감축은 정당한가? 일제 식민지 때 광복군(독립을 위한 것이지만 역시 전쟁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창설되었고 연합군과 함께 전쟁을 시도하였는데 이는 정당한가? (이 당시에 연합국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은 정말 크나 큰 역사적 외교 실수다. 물론 그 분들이 노력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생각하더라도.)
저자는 낭만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살인(전쟁)은 나쁘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 주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주인공 겐지가 살인을 해야 해결될 상황에서 (동료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같은 편인) 아오시와 사이토가 살인을 대신 해 주게 됩니다. 즉 살인의 회피라는 명제를 획득하기 위해서 옆 사람들이 살인을 해 준다. 따라서 살인을 피할 수 있다?
몇 사람들은 설득을 통해 선하게 회심하게 되는데, 시노모리 아오시와 복수귀 유큐잔 인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정말 이상적이죠. 나쁜 사람이 선하게 회심하여 싸울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저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크리스마스 캐롤 Christmas Carol의 주인공 스크로지Scrooge처럼 하루 아침에 악인에서 선인으로 돌아서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그 반대도 마찬가지) 도저히 회심할 것 같지 않은 악인은 ‘자연발화’라는 초자연적 방식으로 해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몇가지 단상이 떠오르는데, 닌자의 미화는 미서부 개척당시의 카우보이 또는 중세 기사의 미화처럼 살인자, 깡패를 미화시키는 것이 연상되고 총포에 대항하는 칼은 낭만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메이지 시대의 검객은 과거에 대한 향수입니다. 사가라 사노스케와 아버지의 인연은 키노님의 2005년 6월 11일자 페이퍼 <스타워즈 명장면 베스트 20(1)>가 생각납니다. (스타워즈가 낫습니다.) 위와 같이 가치가 대립적인 모순 외에 가치 선택 (양쪽 다 옳으나 선택을 해야한 경우) 문제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는데, 켄지가 카미야 카오루가 최면에 걸렸을 때, 카오루를 살릴 것이냐 불살의 신념을 지킬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 경우도 있습니다. 어정번중 시노모리 아오시의 두가지 결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뮤직비디오'On your mark'를 연상시키네요.
작가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곁다리 주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메이지 유신이 전쟁을 통해 이루어진 선善이라 할 수 없음에도, 전쟁에서는 전쟁광으로 이용하고 사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리는 토사구팽의 모습 즉 시시오를 버린 유신지사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십본도(닌자 조직, 즉 암살단)가 메이지 유신 체제로 통합되는 것은 ‘악법도 법이므로 지킨다.’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정의는 이긴다는 낭만적인 권선징악. 악인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것은 성선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고상한 야만인은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참조 마립간 추천책 2005 <인간의 본성>, <이타적 유전자>, <집단 정신의 진화>, <통섭>, <빈 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