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막 들어갔을 때) 라디오 방송에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고, 저는 무심코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하였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식을 얻는다. 직접 경험을 얻는다. 식견이 넓어진다. 다른 사람과 문화를 이해한다. 뭐 이런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7-8가지 (혹은 10가지 정도)로 어렴풋이 기억되는데) 그 다음에 여행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의 단점? 아니 여행에 단점이란 것도 있었단 말인가? 저는 동생에게 ‘너, 여행의 단점이라는 것에 들어본 적이 있니?’ 동생이 말하기를 ‘아니, 여행의 장점은 들어봤어도 단점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 했는데.’ 지금도 여행의 단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주위에는 없으니까요. 그 당시에 7-8가지(아니면 10가지 정도)를 들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은 ‘방랑벽’과 ‘허풍이 는다.’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시간도 없고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하고 나면 제가 쏟은 시간과 돈에 비해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 없는 같아 아쉬워하는 제 자신을 알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그리고 소극적, 내성적) 성격이 바탕이겠지요.

 그래서 여행을 하면, 저와 같이 동행한 다른 사람들은 유명한 곳 (특히 한국 사람에 유명한 곳, 교과서에 나왔거나 아니면 대중 매체(TV, 영화)를 통해 유명해 진 곳)을 먼저 방문하는데 비해 저는 박물관, 미술관, 극장을 먼저 갑니다.


 거리를 다니면서 ‘한국하고 똑 같네.’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이 있고, 자동차 있는 차도, 인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건축 양식이 조금씩 다른지만 방송을 통해 보았던 것들, 책을 통해 보았던 것들. 사람들은 식사하고. 특히 호텔 같은 곳에 투숙하면 방도 똑 같고, 식사도 똑 같고. 배낭여행을 하면 아마도 다를까, 하지만 ‘이 나이에’하면서 나설 용기 없고. 다른 나라 배낭여행객과 대화를 하면 나와 다른 그리고 한국과 다른 사고방식, 문화를 접했다고 느낄까... 글쎄.


 배낭여행도 아마 조금 낫겠지만 많은 차이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여행의 방식의 차이라기보다는 제 자신의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에 기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보편성, 일반성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여행의 기술>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다양성, 특수성을 즐기고 있습니다. 마치 윌리엄 워즈워스가 나비와 뻐꾸기와 데이지Daisy에 느끼는 감정을 즐겼던 것처럼. 빈센트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Cypresses를 그렸던 것처럼.


 ‘공항의 매력이 집중된 곳은 터미널 천장에 줄줄이 매달려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텔러비전 화면들이다.’ - 어쩌면 이렇게 상상도 못할 문장을 쓴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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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09-0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 드 보통 : 정말 글을 편안하게 잘 쓰네요. 이 책의 경우 사진도 좋고.

페크pek0501 2014-02-04 12:16   좋아요 0 | URL
알랭 드 보통의 저작을 모두 읽어야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