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1201
<총, 균, 쇠> 서평 별점 ; ★★★★
꽤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어느 정도 읽다가 완독을 못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당시의 느낌이 떠오르면서 이번에 다시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느낌은 ‘그래서 뭐?’였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 ; 영국의 어느 할머니는 학교 공부를 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이들이 하도 세익스피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에 세익스피어 연극을 관람하러 갔다. 연극을 다 본 할머니의 감상평은 이랬다. “세익스피어, 세익스피어. 하도 떠들어서 대단한 작가인 줄 생각하고 연극을 봤는데,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저 속담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잖아.” 이 진짜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모르는 이야기는 세익스피어의 위대한 문학성을 나타낸다. 고전으로 보편성이 세익스피어의 많은 글들을 속담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나는 <총, 균, 쇠>라는 책에서 받은 느낌이 위 글의 영국 할머니와 같은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총, 균, 쇠> 이전에는 그와 같은 사고의 흐름이 혁신적이었을 수도 있고, 인류사라고 볼 수 있는 이 분야에 대한 고찰 자체가 혁신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상도 사고의 방식도 많은 책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총, 균, 쇠>가 과학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학 분야의 고전은 가끔 오류를 포함하기도 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확립되면서 과거의 지식은 틀린 것이 된다.
p57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사이의 혼혈의 증거는 거의 또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 제일 먼저 눈에 띤 오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래 글을 찾았다.
해부학상 현대인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5만~3만년 전 유럽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다. 두 집단의 짧은 교류는 오늘날 비아프리카계 현대인이 1.5~2.1%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지니는 결과를 낳았다. 논문에 따르면 4만5,000년 전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여전히 유럽의 주인이었고 현생인류는 소수였는데, 이후 5,000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은 서서히 사라져 결국 멸종에 이르렀다.
http://www.hankookilbo.com/v/fa2db05c98df4a1795f7957df571a259
그러나 세부적인 오류 하나가 전체의 가치를 훼손하기에는 미미하다. 전체적으로 <총, 균, 쇠>는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어떤 분의 이 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시작되었는데, 이 독후감을 가능한 선입견 없이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부정적 평가의 글은 스크랩해 놓았기 때문에 이 글을 다 작성한 후 다시 대조해서 읽은 후 다른 한 편의 글을 작성하려 한다.
-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된 이유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은 크로마뇽인(우리의 조상)의 호전성好戰性이다. 내가 읽은 글에서 네안데르탈인 체구가 컸고, 지적 능력도 크로마뇽인에 비해 뒤지지 않았고, 문화도 대등했다. 호전성이 크로마뇽보다 떨어졌는데, 나는 이 작은 차이가 멸종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싸움 잘하는 요인에 대해 여러 번 들었는데, 체격, 완력같은 것도 중요한 요소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정신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서 ‘정신 상태’라 함은 남을 동정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악랄하게 폭력을 가할 것과 사건 즉 싸움이 일어난 후의 책임에 대해 무심無心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오랜만에 웹툰 ‘후레자식’에서 봤다.
- 진화론은 생명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도 설명한다. 농업은 인류사회에서 중요한 미늘barb로 작용한다. 그리고 자연을 지배할 수밖에 없어진다. 채집-수렵 사회에서 자연 환경이 나빠지면 인류의 인구수도 줄어준다. 인구가 줄면 채집-수렵 대상이 회복한다. 하지만 농업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를 갖게 된 후 수렵이나 채집대상을 멸종시킬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농업사회를 지난 (공업을 포함한) 산업사회가 된 현실에서 환경보호가 과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동물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하는 사람들은 채식만을 할 것을 주장하는데, 인류 역사에서 농업을 통해 채식을 시작하면서 동물을 멸종시키고 환경을 파괴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정주定住, 식량 저장, 전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현재 인류 사회가 이루어진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것이 전부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보고자 하는 관점에서 핵심적인 것들이다. 관점의 층위를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것이 중요한, 핵심적인 원인이나, 가장 중요한 원인인지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지를 확정하려면 보다 많은 자료나 다른 자료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겠다. 총, 균, 쇠,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다른 두 가지보다 인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는가?
- 어느 분이 주장하는 바, 이 책은 인류사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주장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p123 복잡한 정치적 단위들은 오래 지속되는 정복 전쟁을 치르는 일에 있어서 평등한 사냥꾼들보다 훨씬 유능하다.
p367 이처럼 복잡한 발명품들은 대개 빌려 오기를 통해 습득된다.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발명할 수 있는 속도보다 전파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p229 모든 사회가 자기들에게 유용한 모든 혁신을 신속하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된 판단이다.
위 문장만 보더라도 자연환경 못지않게 문화가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 책은 인류사에 환경이 문화보다 우월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하기보다 인류사에 미친 환경의 중요한 영향을 고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나는 이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그리고 내가 위 네안데르탈인 멸종에서 언급했던 호전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호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다.) 유전적인 소인도 분명하게 있겠지만, 문화적 요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에 보면 게르만족 이야기가 나온다. 농사를 지을 충분한 자연환경이지만 그들은 약탈을 업業으로 삼았다. 그들이 그렇게 생활했던 이유가 비록 성향이었던 다른 이유였던 간에 비교 우위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 기반이 더 호전적인가, 수렵 기반이 더 호전적인가? 전력戰力은 농업사회, 성향은 수렵사회가 강했을 것이다. 만약 수렵사회가 호전적인 성향을 갖은 채로 농업사회로 이행하여 전력을 확보했다면 정벌 전쟁에 유리했을 것이다. 현재 인류가 그런 상황을 겪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