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映畵短評 140910

 

<마야>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산타클로스를 믿는 아이들이 일생에 걸쳐 행복하게 성장한다는 글을 보았다. 나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어본 적도 없고, 개인적 경험을 통해 그런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어느 육아 책에서 아이에게 ‘뉴스’를 너무 일찍 보여주지 말라는 글이 있었다. 아이에게 부정적 사회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아이의 행복감을 떨어뜨린다. 우리 사회는 긍정적인가?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p87 이것은 아니러니하다. 특별한 창조에 대한 믿음은 신자들이 생물학적 적응도가 더 높은 삶을 살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식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우리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지 않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p28 부족적 사고는 인간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p42 따라서 부족적 사고란 외견상 부족적 사고로 보일 뿐인 다른 무엇이 아니라, 부족적 사고 그 자체이다.

 

<바른 마음>

p230 우리가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마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해야 하는가보다는 마음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경제학의 배신>

p127 “긍정적 활동의 많은 부분은 수학적 기대보다는 무의식적 낙관론에 달려 있다. ...”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것이 행복하다면, 또는 사실이 아닐 수 있는 것을 믿음으로써 생존 능력이 높아진다면 그 잘못된 믿음을 가지라고 격려해야 할지, 아니면 잘못된 믿음을 깨기 위해 훈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추석 휴일에 어린이 영화 <마야>를 봤다. 아이를 위한 영화이지만, 내게는 기대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어린이 영화를 영화로 봐야겠지만, (의인화된 꿀벌이라는 판타지가 아니라 줄거리가 주는 우리에 대한 메시지에 대해) 비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1) 마야의 개별 행동은 긍정적인가? 개체의 identity를 중요하게 여기느냐, 공동체의 identity를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2) 말벌의 본능은 인간의 직관에 의해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그 평가가 정당한지 의문이다.

3) ‘무리짓기’는 임의적이다. 꿀벌 집단에 한정할 수도 있고, 숲 전체의 생물, 생태계로 한정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 작동해야 하는가보다는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면 당연히 ‘꿀벌 집단’에 한정되어 있다.

4) 희박한 확률의 우연적 요소, 훔친 ‘로얄 젤리’를 목격한 것, 왕관에 숨겨진 로얄 젤리가 드러난 것. ; 비과학적 요소, 거미줄에 걸린 어린 말벌을 어린 꿀벌 두 마리가 구출하는 것, 수많은 개구리들 사이에서 잡아먹히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마친 것. - 우리는 이런 우연과 비과학적 판타지에 대해 신뢰를 보내야 할까?

 

4)번에 관해 방향을 달리 묻는다. 만약 ‘정치적 독재’나 ‘종교적 맹신’이 우리의 행복감을 증진시킨다면, 우리는 어떤 비판이 가능한가? 이 비판은 어린이 동화에는 적용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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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9-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것이 행복하다면, 또는 사실이 아닐 수 있는 것으로 생존 능력이 높아진다면 그 잘못된 믿음을 가지라고 격려해야 할지, 아니면 잘못된 믿음을 깨기 위해 훈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 말씀입니다.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다, 가 되겠지만,
저는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쪽이에요.
선의를 진실보다 우위에 두겠습니다.

마립간 2014-09-10 15:17   좋아요 0 | URL
저는 의義를 인仁보다 앞세우는 가치관입니다. 남에게 주장하기보다 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죠. 그리고 선의를 진실보다 앞세우는 분들의 가치관 역시 존중합니다. 제 딸의 입장에 관한 것은 (저에게 양가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제 가치관의 본보기를 보일 뿐이고 저의 가치관을 주장하거나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딸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스스로에 맞는 가치관을 선택하겠죠.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가 주는 의미가 과연 옳은가하고 생각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