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0811

 

<이순신과 임진왜란 1>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 서평 별점 ; ★★★★

 

이순신 붐에 숟가락을 얹는 기분이다. 이 책을 소개받은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천재들의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내가 이순신의 해전 전술에 대해 창의성을 언급하니, 친구가 동감하면서 이순신 해전에 대한 책으로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내게 (여성) 지인이 고등학생 당시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당시 선생님이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 질문에 지인이 ‘이순신’이라고 대답했고, 반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순신을 존경하냐’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1970년대는 독재 군사 정권답게 우상화 작업이 있었는데, 그 대상이 ‘이순신’이었다. 1980대에는 우상화 작업이 ‘단군’으로 바뀌었는데, 최소한 지인의 대답이 당시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당시의 선생님과 학생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이순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군’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지겹게 듣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이 왜 존경스러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내가 이순신을 존경하게 된 시기는 대학 진학 이후이다. 이순신의 1) 첫 번째 비범함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다들 생각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예측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남의 생각을 좇아가기 마련이다. 2) 두 번째는 전쟁을 예상했건, 하지 않았건 홀로 전쟁을 대비하기란 쉽지 않다. 3) 세 번째는 거북선을 포함한 새로운 하드웨어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4) 네 번째는 학익진으로 함포전이라는 해전술, 소프트웨어를 창조한 것이다. 5) 다섯 번째는 여러 가지 존경스러운 인성들. 애국-충성, 애족-애민 등을 뭉뚱그린다.

 

한 후배는 이순신하면 김명민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나는 이순신 역을 한 배우하면 ‘김무생’씨가 떠오른다. MBC 조선왕조 오백년 드라마에서 나왔다. 그 때 인상이 깊었던 것은 (초등학교 교단 뒤 화단에 서 있던 그 동상을 포함하여) 이순신 동상에서 무관武官의 모습만을 보아왔는데, 이 드라마에서 전쟁 장면 이전의 이순신의 모습은 문관文官, 학자의 모습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순신은 나이 20세가 될 때까지 문과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

 

이순신의 해전술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카이사르 Caesar와 알렉산더를 떠올렸다. 카이사르에 관한 전쟁 이야기에서 카이사르는 전투마다 새로운 전술을 선 보였다. 상대에서는 새로운 전술에 대비해서 전투에 임하니, 카이사르는 또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상대편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전술에 대비하니, 세 번째 새로운 전술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전투마다 새로운 전술이 사용하니, 전투에서 이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순신은 전투마다 적의 예상을 깨는 전술을 사용했고, 그렇기 때문에 전승全勝을 할 수 있었다.

 

알렉산더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대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전투에서 망치와 모루 전술이다. 이순신의 해전에서는 조선의 판옥선이 모루의 역할을 거북선이 망치의 역할을 하면서 기함旗艦을 깨는 방식에서 공통점을 느꼈다.

 

최종병기 활에서 ‘애기살’이 등장한다. 당시 영화를 볼 때, 애기살의 역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영화에서 궁술에 관한 과장도 하나의 이유라고 변명한다.) 이 책에 편전片箭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에 자주포自走砲와 전차tank와 구분에 대해 찾아 본 적이 있었는데, 누구가가 이야기하기는 군인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 밑줄 긋기

p45 이름하여 ‘3교대 밀집사격법’, ‘시스템 방어진’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술은 일본 통일의 초석을 다진 오다 노부나가 織田信長에의해 창안되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일본을 통일했다.

p47 선조는 받은 조총을 군기시軍器寺에 보냈다. 군기시에서는 나름대로 분석해서 그 결과를 조정에 보고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란을 우려한 측에서는 이를 관심 있게 보았을 것이다. ... 유성룡은 화약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조선군의 사정을 개탄했고, ... 신립은 “왜병들이 조총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쏠 적마다 맞는답니까?”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 신립은 지난 날 수십 명의 여진족들이 구식 승자총을 가지고 난사하던 것만을 생각했지, 수천의 왜군들이 가늠자와 가늠쇠를 갖춘 명중률 높은 유럽식 신식 조총을 3교대 밀집사격을 가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p65 일시집중타 (Salvod 사격법)

p70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 해전이란 먼저 총포류로 사격을 가한 후 배를 접근시켜서 창칼로 승부를 내는 것(접현전接舷戰)이 당연한 상식이었고, 그것이 자신들의 주특기였다./p42 결코 가망 없는 싸움이라고는 단정 짓지 않았다. 왜군의 수가 더 많다고는 하나 왜의 주력은 기병이 아닌 보병이었고, 보병으로는 기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라고 믿었다. 신립은 대륙의 기마전을 알 리 없는 섬 오랑케들에게 노도와 같은 돌격전을 감행한다면 초전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p228 이순신에 대한 모함 ; 원균과 이순신 스타일은 달랐고, 선조의 의심이 후대의 모함으로 정리된 것 아닌가?/수급 ; 측정대상과 측정결과의 괴리

p237 이순신은 이 지역에 대한 공격에서도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p274 적은 여러 지역의 해군들이 연합한 대규모 함대인 반면 우리의 경우는 지역에 근거한 단위 함대로서 교전시 수적 열세를 면치 못하였음은 물론 힘이 모이지 못하고 분산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p278 한 번 시작한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장을 보고야 마는 히데요시였다. ... 지독한 승부 근성/도쿠가와는 ‘이길 줄만 알고 질 줄을 모른다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는 신조 ... 그것은 한마디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는 ‘인내’의 처세

p290 하지만 실은 유비를 위시한 수뇌부들이 제갈량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현지 답사를 하면서 계획한 작전이었다. 갈대밭이나 둑을 막을 만한 강언덕을 찾아내는 것은 점술학 분야가 아닌 현지답사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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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4-08-1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량을 보려고 했어요, 근데
정치인들이, 청와대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치인이 명량의 이순신 장군을 인용하면서
훌륭한 영화와 위인은 구린내 투성이로 만드는 바람에.... 당분간 못 볼 것 같습니다.

대신, 그냥 웃으려고 해적 이라는 코미디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대해서 통렬한 비난을 하더군요... ㅋ

가끔은, 개인으로 볼 때 훌륭한 분이 역사적으로는 통찰을 지니지 못 했고
개인으로 볼 때 독특하고 접근하기 힏들고 인간성도 그저그러하나 역사적으로 통찰력이 있는 분이 있다는데서 가끔 삶의 아이러니함과 선택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제가 의도한 바를 잘 전달했는지, 모르겠네요. ^^

마립간 2014-08-11 11:37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든, 책이든 광풍이 지나간 후에 접하는 식이라서 ... 한 후배는 명량이라는 영화 잘 만들기는 했는데, 관객을 최다 동원할 정도의 영화는 아니라고, 또 다른 친구는 최종병기 활이 명량보다 낫다고 합니다. 약간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듯 합니다.

정치인들의 수사는 그냥 무시합니다. 이순신, 조광조, 정조 등. (정도전은 붐을 탔다고 해야는지 잘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개인적 훌륭함과 역사적 통찰력 ; 저는 아래세대 몇 사람에서 그런 것을 느겼습니다. 공부는 잘 하는데, 역사적 통찰이 없고, 역사적 통찰이 있는데 개인 역량으로는 부족하고 ...

노이에자이트 2014-08-1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까다롭고 덕후스런 밀리터리 매니아 사이에서도 꽤 명성이 있습니다.마립간 님의 글은 병법과 군사학의 시각에서 주요 핵심을 추려내셨군요.

저는 일본군 점령 지역에서 일본군이 현지 조선 주민들과 맺은 관계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른바 왜성 지역에선 일본군과 접촉하는 조선인들이 늘어나는데 특히 상거래에 관심이 가더군요.전쟁 중에도 상업행위는 어느 나라건 반드시 하게 되어있고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었죠.그리고 전쟁 초기에는 일본군과 협력한 조선인들도 꽤 있었구요.임해군을 체포하여 가토 기요마사 부대에 넘긴 국경인만 있었던 게 아니더라고요.이 책에서도 그런 사실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좀더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의 소총술은 서양에서도 잘 알려졌더군요.소총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세계 최초의 인물로 간주하더라고요.

마립간 2014-08-12 07:44   좋아요 0 | URL
점령자들과 피점령자들 사이의 관계는 제가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네요. 이들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사회 관계 원리가 작동하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