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0430
- 부제 ; ‘솔직함’에 대하여
또, 또, <이방인>에 대한 글을 올린다. (그리고 이글 말고도 아직 한 개 남아 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또는 반사적으로 솔직하랴 한다. 이런 나에게 주위 사람의 평가는 눈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의 솔직함은 긍정적인 평가가 아니고 부정적인 평가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정직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정직함에는 도덕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화 1) 어렸을 때, 흔하게 듣던 이야기다. ; 한국동란 중에 부상당한 국군을 다락에 숨겼다. 인민군이 다친 국군을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 솔직해야 할까?
예화 2) 방송된 실화다. ; 아줌마 몇 명과 젊은 아가씨 한명이 모여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여한 아가씨가 너무 못 생겼다. 대화에 참여한 아줌마는 그녀의 외모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아줌마의 아이가 엄마를 찾아 왔다. 그 아이는 아가씨를 보더니, “못 생겼네.”라고 말했다.
예화 3) 좀 더 과격한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 한 남자가 길을 가던 중 어여쁜 여자를 봤다. 성욕이 동했다. 남자는 솔직하게 자신 심정대로 잘 모르는 상대에게 “아가씨 나는 당신과 성관계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솔직해야 할까? 솔직했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듯.
예화 4) 할아버지가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자녀들은 큰 병이 아니라고 거짓을 이야기했다. 의사로서 솔직하게 할아버지는 한두 달 후에 돌아가신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나는 뫼르소가 유아적으로 미성숙하게 솔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뫼르소가 솔직함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만한 근거를 (한 가지를 제외하고) 찾지 못했다. 예를 들면 마리의 사랑의 여부와 결혼의 제안에 대해 뫼르소는 솔직하게 사랑하지는 않으나 결혼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행동이 부도덕한가. 위 예화 4가지와 비교해도 그렇지 않다. 따라서 뫼르소가 유아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한 가지를 예외로 하고) 그 근거들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럼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바로 살인이다. 자신에 대한 솔직함이 살인으로 이어졌고 이는 비판이 가능하다. 도덕적으로 나쁜 살인은 유아적 솔직함에 비롯되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솔직함은 정직과 다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용어를 사용한다.) 나는 솔직함이 불편할 때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보다 의중유보를 택한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모른 척 동문서답을 하거나 화제를 돌린다. 나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나? 꽤 많은 <이방인>의 독후감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많은 독후감 중에서 뫼르소를 정직하다고 표현한 글은 단 한편도 없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솔직함은 사실판단의 결과다. 반면 정직은 가치판단의 결과다.
* pek0501 님께서 소중한 댓글을 주셨다. (굴림체 부분)
“중요한 것은 인간에겐 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인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처럼 살아보지 않고서는 누구든 나를 비난할 수 없다.”
다른 페이퍼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나는 (당연히) 남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인간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노출된 정보만큼, 공개된 정보만큼, 그리고 내가 습득한 정보만큼 이해하고 판단하다. ‘나’이든, ‘남’이든, ‘인간’이든 아니면 다른 ‘사물, 사건’이든 간에.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누구를 완벽히 이해하고 비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설령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게도, 승무원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출된 정보만큼, 공개된 정보만큼, 그리고 내가 습득한 정보에 의존해 침몰된 배와 관련된 사람을 비난할 수 있다. 정보가 틀리거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의해서 가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사실판단-가치판단-감정평가의 순서를 밟으며 확률적으로 판단한다. 나의 정형화에 따르면 세상 모든 것이 간주관間主觀적이다. 주관적인 부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객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