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0307
<바퀴벌레> 서평 별점 ; ★★★
이 책에서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감은 거미나 뱀과 달리 선험적이 아니라고 한다. 믿기지 않는다. (책에서 그렇다고 하니, 믿기지 않지만 반증을 얻을 때까지 인정하기로 하자.) 바퀴벌레는 선험적 혐오를 떠올릴만큼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최소한 내게는 매력도 있다. 꽤 오랫동안 바퀴벌레에 대한 글을 읽고 싶었다. 이제 읽었는데 실망했다. 책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 바퀴벌레에 대한 실망이다. 훨씬 더 환상적인 것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영화 ‘에이리언’에서, 외계 생물을 물리치기 위해 컴퓨터로 외계 생물을 분석하는 데, 결과가 약점이 없는 완벽한 생물로 나온다. 나는 이 분석 결과에 가장 합당한 실제 생물로 바퀴벌레를 떠올렸다. 아마 이 인상은 예전에 보았던 바퀴벌레에 관한 TV 방송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원종배씨 진행의 KBS 제3의 눈으로 기억) 원자 폭탄 폭발 후 폐허가 되어도 마지막까지 생존한 생물을 고르라면 나는 ‘바퀴벌레’를 고르겠다. 한마디로 바퀴벌레의 매력은 생명력이다.
생명력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또 하나의 매력은 달리기다. 바퀴벌레의 절대 속도는 빠르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벌레의 크기를 고려한 상대 속도는 매우 빠르다. 바퀴벌레만큼 달리기가 빠르다고 생각되는 곤충을 떠올릴 수 있는가?
이 책에 바퀴벌레가 사람 몰래 우주선에 숨어 우주여행, 또는 우주 유영까지 했을지 모른다는 가정의 글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증명된 사실로서 풍부하게 있기를 기대했었다.
조선시대에는 바퀴벌레를 부자벌레로 불렀다고 한다. 바퀴벌레가 숨을 가구도 좀 있어야 하고 군불도 때워야 얼어 죽지 않고, 밥풀 부스러기가 있어야 먹고 살지 않았을까. 7년 동안 혼자 생활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한 적이 있다. 이사 며칠 전에 7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았다. 나는 그 바퀴벌레가 대견해 보였다. 너, 어떻게 나와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