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에만 콕… ‘외톨이족’ 늘었다.


귀찮아! 가족도 친구도 다 싫어! 왕따·실연·실직 등 원인 국내 20만~30만명 추산

남자가 여자보다 倍이상 심하면 폭력 휘두르기도


조선일보 by 임호준기자 허윤희기자


 서울에 사는 김희진(29·가명)씨는 최근 수개월째 집 밖에 나간 적이 없다. 4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생긴 변화다.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방 안에서 지낸다. 가족들이 잠들면 음식을 자기 방으로 가져와 먹는다.


 어쩌다 거실에서 어머니(63)와 마주치면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퍼붓는다. 때로는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도 한다. “탤런트처럼 예쁘게 낳아주지 않았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상담치료사를 불러보기도 했지만 끝내 그녀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고교 3년생 박민수(18·가명)군도 올해 초부터 방 안에 틀어박혔다. 느닷없이 “(고등)학교를 그만 다니겠다.”고 가족에게 폭탄선언을 한 뒤였다. 그가 하루 종일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아 담임교사와 친구들이 여러 번 찾아왔지만 허사였다.


 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박군은 4개월 동안 컴퓨터 게임, 만화책 보기, 잠자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는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왜 방에 틀어박히게 됐는지를 의사는 물론 가족들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방 안에만 머물러 일체의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방콕족(族)’ ‘은둔형 외톨이족(族)’이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방콕족’ ‘은둔형 외톨이족’은 1970년대 이후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방안에 틀어박힘)’와 동일한 개념. 3~6개월 이상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이다.


 연세대 이훈구 교수(심리학)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족은 국내에만 약 20만~30만명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왕따, 부모와의 대화 단절, 게임 중독 등의 영향으로 최근 더욱 급증하고 있지만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콕족’을 양산하는 토양이 중·고교 학업 중단자와 청년백수(白手)라는 분석도 있다. 중·고교 학업중단자는 매년 5만명 가량 되고 청년백수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 약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동남정신과의원 여인중 원장은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 중·고교 학업중단자의 15% 정도가 히키코모리가 된다”며 “국내에서도 양상이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성은 최근 전 인구의 1% 가량인 120만명의 히키코모리가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이시형 소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왕따, 이성 친구와의 결별, 취업 실패,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좌절에 대한 경험, 심한 모멸감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며 “10대 후반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엔 20대나 30대에 시작되는 ‘성인형 은둔형 외톨이’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해서 극도의 대인 기피증을 보이지만, 예외적으로 엄마나 동생에게는 폭언과 폭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하기도 한다.


 지난 5년간 은둔형 외톨이 107명을 상담·치료한 여인중 원장은 ▲남자(73명)가 여자(34명)보다 2배 이상 많고 ▲완전 칩거형(41명)보다 담배나 음료수를 사러 잠깐 문 밖을 나서거나 밤에 잠깐 길거리를 배회하는 ‘제한 활동형’(66명)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대부분 가벼운 우울증, 대인공포증, 적응장애, 불안장애, 회피성 인격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을 함께 겪고 있었다고 여 원장은 설명했다.


 한국교육심리연구소 이세용 소장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단절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관심과 대화의 재개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업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 도덕성의 상실, 전통적 규범의 와해와 같은 ‘심리적 탁류(濁流)’를 없애는 사회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달라… 입원·약물치료 되레 증상 악화”


 은둔형 외톨이는 자기를 혐오하고, 우울해하며,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우울증과 흡사하다. 정신분열증과도 매우 유사해 격리 입원 등의 잘못된 치료를 받는 은둔형 외톨이도 많다. 여인중 원장은 "이들에겐 입원·약물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고 했다. 일반적으로 은둔형 외톨이에겐 애완동물과 놀기, 음악감상, 영화 연극감상, 자기장 치료, 상담치료를 시행한다. 여원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8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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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5-0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도 텔레비전에서 이소재로 다루었는데 오늘도 또 하더군요,,그런데 아마 컴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