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05년 3월 7일자

* '수학의 나라' 인도, 19단 줄줄 외는 수학영재 넘쳐

수학학원 문전성시… 학교엔 수학실험실 우주선 발사·노벨상 4명 배출에 밑거름

“2020년 세계 2~3위 경제대국 떠오를것” 델리=양근만기자 yangkm@chosun.com




 처음 도착한 인디라 간디 공항은 허름하고 초라했다. 엉망인 도로 포장, 차선도 없는 델리 시내의 도로는 옆거울이 없는 찌그러진 소형차들로 뒤엉켰다. 무너질 듯 낡은 도시의 건물들, 도처에서 손을 내미는 헐벗은 어린이들….


 11억 인구 중 하루 1~2달러를 버는 극빈층이 5억이나 되지만, 잘사는 부유계층이 우리나라 인구만큼 많기도 한 나라가 인도다(델리대 박사과정 고태진). “인도가 2020년 세계 2~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보고서(도이체방크)가 나올 만큼 인도의 미래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는 이미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최강국이다. 영어로 무장한 인도의 ‘IT전사’들은 미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30%를 차지한다. 세계 여섯 번째 핵 보유국이고, 20여년 전인 1980년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다. 탄탄한 기초과학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초등학교 3학년인 드라브 싱갈(9)의 입에서는 14, 15단이 구구단처럼 흘러나온다. 인도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12~19단까지를 술술 외웠다.

▲ 인도 학생들이 보는 19단 책자의 표지와 내용.이공계를 기피하는 우리와 달리 인도에선 우수 학생들이 의대, 법대보다 이공계를 선호한다. 우등생인 포샤크 아크라왈(9학년)은 “IIT(인도공과대학)에서 공부해 엔지니어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교육당국인 CBSE(Central Board of Secondary Education)는 올해 초·중·고, 각급 학교에 수학 실험실(Math Lab) 설치를 의무화했다. CBSE 장학관 마니(P MANI·53)씨는 “수학 실험실에서는 문제를 푸는 일반 수업 때와 달리 공식이 왜 나오게 됐는지 원리 중심의 심층적인 내용을 가르친다”고 했다. ‘수학영재’를 가르치는 특별교육실이 각 학교마다 설치된 셈이다.


인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타타그룹이 운영하는 타타기초과학연구소(TIFR). 인도 최고의 기초과학연구소인 이곳에서 운영하는 3대 연구소 중 하나가 수학연구소(School of Mathematics)다. 수학연구소는 10년 전 ‘수학 비전 2020’을 내놓았다. 기초과학의 ‘기초’가 되는 인도 수학을 2020년 안에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요지다.


CBSE 아쇼크 강굴리 의장은 “수학의 힘이 없었다면 인도의 IT 및 우주·핵 기술의 발달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 의대·법대 위에 공대

 인도 학생의 꿈은 엔지니어 이공계 年50만명 배출    양근만기자

 

 델리 시내의 한 학원. 한쪽 방에서 12학년(고3에 해당) 학생들이 수학 강의를 듣고 있다. 로사리 고교에 다니는 만사 굴리아니(18)양도 그중의 한 명. 그는 전교에서 5등 안에 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다가올 CBSE 시험(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엔지니어가 꿈이라는 그는 “CBSE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델리대 공과대학에 입학하고 싶다”고 했다.


인도에선 10학년까지가 의무교육이다. 대학을 가고 싶은 학생은 11, 12학년을 더 다닌다. 12학년 때 치는 시험이 CBSE인데 이 성적에 따라 IIT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의 진학이 결정된다.


인도 학생들의 꿈은 이공계 학과를 전공해 엔지니어로 다국적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다. 대학 인기학과 순위가 의대, 법대, 상대, 공대 순인 우리와 달리, 인도는 공대, 의대, 상대, 법대 순이다. 공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CBSE 시험에서 물리·화학·수학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수학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다.


인도의 공대는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다. 이곳에서 한 해 쏟아져 나오는 이공계 인력이 30만명 내외다. 여기에 또다른 1000여개의 3년제 기술전문대학이 매년 20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처럼 값싸고, 질 좋고, 영어도 되는 기술인력이 IT강국 인도의 원천이다.


거리에는 IT기업 취직을 위한 전문학원 간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NIIT, 암텍 등 인도 최대의 IT학원에는 고교 졸업생은 물론 대학 재학생, 졸업생이 몰려든다.


델리 남쪽의 한 NIIT학원. 곳곳에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다.


‘Start a new life with computer.’(컴퓨터로 새 인생을 시작하자.)


‘Become the first choice of IT employers.’(IT기업의 첫 선택자가 되자.)


학원에서 만난 아제이 쿠마르(22·델리대 졸업)씨는 “IT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2년째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간의 학원비는 8만루피(200만원 가량). 그는 “IT기업에 취직하면 많은 봉급을 받기 때문에 이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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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03-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언제쯤 순수학문이 대접받는 사회가 올까?
<참조> 수암님의 페이퍼 "수학의 나라 인도 - 우리가 계산할 때...인도는 공식으로"

水巖 2005-03-0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사를 보고 인도는 19단표가 아니고 24단표라고 하길래 '엑셀'로 25단표를 만들어 놓았답니다. 진석이 볼려면 아직도 먼 이야기지만, 만들면서 보니 재밌던데요.
이런 수치들은 '엑셀'이 참 편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