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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평점 :
미술에 관해 문외한인 저는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손주철 지음/효형 출판)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하 그렇구나!’ 이 그림은 이런 것이었구나. 그런데 어떤 분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은 사람의 지적 오만이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고 ‘보는 만큼 알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하셨습니다. 시인 조지훈님은 '시를 해석하는 것은 시를 죽이는 어리석인 일이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많은 작품을 통한 풍부한 경험이 있고 그 분야에 대한 지식도 있어 작품을 대할 때, 직관으로 그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작품의 감상방법인데, 경험과 지식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여기서 미술을 포함한 예술에 관한 (저 개인적인 그리고 철학적으로 오래된 질문인) ‘미’ 즉 ‘아름다움’이 사람과 관계없이 실존하는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세계의 교양을 읽다> (최병권, 이정옥 역음/휴머니스트)라는 책에서는 ‘예술 없이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에서 아름다움이라 사람의 인식 즉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즉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다는 것은 사람의 여러 가지 직 간접 경험을 통해 아름답게 생각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사람에게만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이견에 선뜻 동의할 수 없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현대 미술을 소개하면서 관객이 받는 느낌을 강조하지만 미술에 문외한들이 미술 작품을 보면서 ‘이게 뭐야’라고 한다면, 그것이 작품으로 가치를 갖지 않는 다는 뜻일까.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그 작품은 내가 아무렇게 그린 그림과 다른 것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
이 책은 ‘도상학Ikonographie’이라는 학문을 소개하면서 그림이 무엇을 그린 것이지, 그린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가 및 사회배경과는 어떻게 관련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저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보기 보다는 논리적 추론의 재미에 빠졌습니다. 그림에 대한 충분한 직관을 갖지 못한 저의 경우 그림의 해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그림 보기가 아닌 그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