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수도 이전


 언론에서 국론의 분열을 만들었다는 주제인 행정 수도 이전에 관해 정치적인 면을 제외한 다른 면에는 어떤 사고가 가능할까?


 우선 주제가 정치권에서 시작되었고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려주었으니 정치적인 면을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1997년 겨울, 15대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박빙의 승부에서 새정치 국민회의는 자유민주연합과 공조를 하면서 내각제로 헌법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였습니다.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다는 친구에게 내각제의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절대로 개헌할 일 없다고 단언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할 수 있지?

 2002년 겨울, 새천년 민주당의 후보였던 현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행정 수도 이전을 공약을 채택했습니다. 과연 행정 수도 이전이 될까라는 저의 질문에 저의 주의 사람들은? 글쎄 안 될 것 같은데... 확실히 내각제 개헌 때보다는 불확실성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정치권의 논란은 최소한 저에게는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그 주장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토론의 논의에 앞서 결론은 이미 갖고 출발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약 사항을 실천하지 못 한다는 것은 공약을 내세운 여당의 정치적 패배이며, 반대로 어떤 이유이던 간에 행정 수도 이전이 추진된다는 것은 야당의 정치적 패배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학문적 논쟁도 치열하였고 양측의 논거도 다양하고 모두 맞는 말 같은데....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가 서울을 옮겼다면 더 넓은 영토의 수복이나 번영을 누렸을 것이라는 평가에 귀족의 반대로 옮기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하지만 궁예가 서울을 옮긴 것은 지도자의 독단이며 태봉을 멸망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 게임의 이론


 현재 여당인 열린 우리당과 최대 야당의 여론 조사를 보면 민주노동당, 새천년민주당, 그리고 자유민주연합이 있는 다당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양당제와 같은 현상을 보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 한나라당의 실수(?)가 원인이고 반대로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 때는 대부분의 열린우리당의 실수(?)가 원인이었습니다.

 바둑의 명언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묘수를 두어서 승리로 이끄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이 악수를 두어 패배를 한다.’


 이와 같은 바둑의 명언이 가능한 이유는 바둑이 ‘완전 정보, 유한 2인,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는 네 가지의 본질적 요소가 있는데.

1) 두 사람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2) 그들은 게임의 결과에 관해 상반되는 이해를 갖는다.

3) 게임은 유한하다.

4) 불시의 공격은 없다. (4번은 국회에 해당하는 것 같지 않네요.)


 다시 행정수도 이전으로 이야기를 돌리면 행정수도 하지 않음으로써 어떤 사람의 이익을 지킨다고 생각하고 (기득권 계층의 자신의 이익 지키기) 이전으로 다른 계층(비기득권)의 가능한 이익을 회피한다는 구조로 파악을 하면 마치 ‘완전 정보, 유한 2인, 제로섬 게임’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행정수도 이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 해외 국가들에 발생하는 효과, 국토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이는 ‘1인 게임(one-person games-인간 대 자연의 게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1인 게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예로 들면


- 다섯 명의 도둑이 있고 다섯 명 중의 한 사람은 두목입니다. 두목은 키가 제일 큽니다. 경찰 한사람이 집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고 두목을 미행하려 하지만 키가 크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도둑이 한 사람씩이 밖으로 나간다면 경찰은 원칙을 갖고 몇 번째 사람을 미행을 해야 가장 높은 확률로 두목을 미행할 수 있을까.


- 아이스크림 회사 A는 과거의 경험에서 아이스크림을 출시하여 히트를 쳤던 비율이 60%였다면 새로 출시하는 새로운 아이스크림 a는 과거의 성공 비율을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답은 ‘없다’입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근거로 합당한 이유 10가지와 옮기면 안 되는 이유가 11가지라면 옮기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죠. 10가지 이유와 단 한 가지 이유라도 이유의 비중이 다르다면 비중이 큰 한 가지 이유가 10가지 이유보다 더 우선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종합적 결론이 몇 단계의 추론을 거친다면 추론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f1(x)부터 f7(x)까지 90%의 확실성이 있어도 그 결론이 추론을 통해 맞을 확률은 절반이 안 됩니다.

 

 F(x)=f1(x) x f2(x) x f3(x) x f4(x) x f5(x) x f6(x) x f7(x)

 0.478 = 0.9 x 0.9 x 0.9 x 0.9 x 0.9 x 0.9 x 0.9


 더욱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와 카타스로피catastrophe 이론까지 고려하면 더욱 더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죠.


 마지막으로 정치이야기를 다시 하면 민주노동당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였는데, 그 이유가 행정수도 이전으로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효과를 얻을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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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12-0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조> balmas님의 2004년 11월 6일 ‘헌재 판결 이후-사회화와 노동 제 242호’
갈대님의 2004년 11월 19일 ‘판단에 대하여’
* p.s. 다섯 명의 도둑과 한 명의 경찰의 이야기는 정답은 두 사람을 지나쳐 보내고 두 사람보다 큰 사람이 나올 때 미행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습니다. (약 40%정도)

참고로 마립간은 서울 또는 수도권에 부동산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 어디에도 제 소유의 부동산은 없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뭐하고 지냈냐?

마립간 2004-12-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아직 감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쓸까도 생각했는데, 마냐님과 sweatmagic님의 격려로 글을 올립니다.

마태우스 2004-12-1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은 언제나 명쾌하고 분석적이십니다. 읽고 나면 굉장히 유익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글이요. 아마 다른 사람은 쓰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