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無題 120423

 

 이 이야기를 언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알라딘에서 이전에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어느 교회(제가 다니던 교회는 아님)가 있었고, 그 교회의 직분 맡은 분(장로님으로 기억함)이 계셨습니다. 그 분이 큰 잘못을 하였습니다. 그 잘못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해 주신 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교회에서 분열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일부 교인들은 그분에 대해 징계를 주장합니다. 그래야 옳고 그른 것이 바로 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옳음이 바로 서야 세상 사람에게 복음(성경)을 전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그분을 용서하자고 하는 교인들이 있습니다.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는 곳인데,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징계를 한다면 세상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주장합니다.

 

 잘못의 내용을 안다면 작은 잘못의 경우 용서를 하면 되고 큰 잘못이라면 징계를 해야겠지만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그 크기에 맞춰 징계하는 것이 옳지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질문을 바꿔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논란에 대해 내가 그 속에 있었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논란이 세상에 흔하게 논쟁되는 주제였습니다. 조선시대에 옳은 것(義)을 주장하는 사람과 어진 것(仁)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말로 바꾸면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신념윤리이고 어진 것을 추구하는 것은 책임윤리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여기서 가치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의를 인보다 앞세우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 반대가 옳은지. 저는 <남명 조식>에서 서평에서 ‘나의 경우는 의義로 주를 삼고 인仁으로 보충하는 가치관이니’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만. 의義와 인仁이 균형을 맞춰야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의義를 전적으로 중시하고 인仁이 없는 사람이 틀리다는 판단도 하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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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김규항씨의 인터뷰 책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의 서평으로 준비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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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인이 더 중요한 경우도, 의가 더 중요한 경우도, 둘 다 균형을 잡을 경우도 있겠지요.

컨버그의 도덕적 단계 이론을 보면, 6단계가 바로 이런 단계입니다.
결국 자신의 신념이 문제인거죠... 그리고 이런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극소수다, 실은 5단계에 도달한 사람도 얼마 안 된다 라고 합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마립간 2012-04-23 16:23   좋아요 0 | URL
저처럼 보수적인 성향, 논리-이성 지향인 사람은 항상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 일반해를 찾으려는 몹쓸 습관이 있지요. (내 안에 이 일반해의 공식을 갖고 남을 재단하려는 욕망이 숨어있다고 비판한다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탄하 2012-04-2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교회 이야기는, 그 잘못을 하신 분께서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때 가장 화목한 방법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어떤 종교든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하니까, 큰 잘못이라면 당사자가 가만히 있으면 안돼잖아요.

음, 의와 인은 뜻이 큰 단어라 꽤 판단하기 어렵지만 인을 사랑으로 보면 '의를 내세울 때 항상 인을 바탕으로 해야한다..'이상의 것은 확신하기 힘드네요.^^

마립간님은 종종 생각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막 휙휙 지나가는 질문들을 남겨놓으시네요.

마립간 2012-04-24 08:24   좋아요 0 | URL
위의 이야기는 잘못을 한 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 보다 주위의 사람들이 잘못을 한 사람을 어떤 가치관으로 바라보냐 핵심이 있습니다. 제가 그 사건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을 한분은 사죄를 하고 깊이 반성했고 그에 맞는 행동을 했으리라 기대합니다.

의를 내세울 때 인을 바탕으로 해야하는 것은 인을 더 존중하는 가치관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취미가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순오기 2012-04-2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은 것과 어진 것~ 양립할 수는 없을까요?
옳고도 어질게 처리하고 해결한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마는,
저는 그냥 내맘 편한 쪽으로 스스로 타협하거나 사안에 따라선 전사가 되기도 해요.^^

마립간 2012-04-24 08:26   좋아요 0 | URL
대부분은 옳은 것과 어진 것은 양립을 하지요. 몇몇 특수 경우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데 그 결정이 어렵습니다. 비유해서 설명하지면 효자 아들이 아내에게도 잘 합니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평생의 몇번은 어머니냐, 아내냐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