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

 

 아마 저의 우울함의 실제적 원인은 저의 사회적 활동과 관련이 있겠지만...

 제가 읽은 한 두 개의 글은 우울함을 더합니다. (이 이야기와 관련된 것들을 시간순서대로 이야기하자면)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10:25

 

 이 이야기들을 처음 들었을 때 언뜻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 있는 그 많은 부유한 사람들이 부도덕하단 말인가. 만약 그 당시 시대 상황에 극빈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돕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다면 이는 과도한 윤리 기준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학창시절 갑사로 가는 길에 나온 남매탑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여러 날과 밤을 의논한 끝에 처녀는 대사와 의남매(義男妹)의 인연(因緣)을 맺어, 함께 계룡산(鷄龍山)으로 돌아와, 김 화공의 정재(淨財)로 청량사(淸凉寺)를 새로 짓고

 

 정재(淨財)란 부도덕하게 모은 재산이 아니라 정직하게 깨끗하게 모은 재산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 단어가 낯선 것일까요. 그 이후로도 정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정치인이나 변호사와 의사와 같은 직업군을 비난할 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정치인이나 전문직 직종이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만, 실상은 다른 직군 예들 들면 기업에 취직해 있는 사무직이나 육체 근로자, 목사님과 스님과 같은 종교인을 포함해도 대개 비슷한 도덕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그것이 현실이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와 같은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괴짜 경제학>을 읽고 나서입니다. ‘1.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에서 여러 가지 부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무인 베이글 판매에 관련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괴짜 경제학 ;  p 74 그리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지위가 높을수록 정당한 값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출세가 하기 쉬운 것인지, 아니면 그런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지는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를 따르면 통계(적 또는 확률)적으로 정치인이든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부도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며칠 전 <고독의 위로>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

고독의 위로 ; p 98 ‘승리는 언제나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몫이다.’라고 써있습니다. 즉 만족( 또는 자족)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면서 산다면, 경쟁에서 패하거나 정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Metro라는 타블로이드에서 ‘부자가 거짓말 더 잘한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Metro 2012. 2. 29 ;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거짓말을 더 잘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부유층일수록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상위 계층은 하위 계층에 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3-4배나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봉주 전의원은 ‘간지 나는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옳게 (윤리적으로)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즉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과는 상충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치명적이지 않지만)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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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0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시다고요?
마립간님 서재 이미지 밑에 소개글 보면 우울이 멀리 달아날 거 같은데요.
바가지 긁는 아내인 의학과 함께 사시는군요.^^

마립간 2012-03-09 10:54   좋아요 0 | URL
책이나 가족과 지내는 시간은 매우 짧고 대부분의 시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내는데, 이 긴 시간이 즐겁지 못한 것이지요.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제 삶을 모범으로 보이겠지만, 정직하게 살라거나 지조를 지키면서 비주류로 살라거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라거나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이것이 우울한 이유입니다.

2012-03-0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3-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연 행복의 촛점이 어디있는가가 문제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성공하고 싶어요' 라고 미래의 꿈을 적어놓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특히 20대로 갈수록 더욱 심하더군요. 성공하면 무엇이 나아질거 같아? 라고 물을 때 막연하게 더 가지면 행복하지 않을까 라고 대답하더군요. 행복은, 과정에서 오는거야 라고 제 의견을 말해도 아직 들리지 않을거 같아 가만히 있습니다.

가진자가 더욱 부도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자신에 대해 더 많은 통제를 해야 하는게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유혹이 많으면, 마음은 약해지기 마련이잖아요. 첫발이 무섭구요. 그렇기에 더 많은 도덕성이 요구되지 않나 하는 제 생각입니다. 저는 그 유혹이 무서워서, 가진 위치로 올라가고픈 맘이 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요......... ^^

마립간 2012-03-16 16:5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럴 능력이 없지만 지금 심정은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동네는 제 스타일은 아니예요. 상류층의 부도덕은 선택권이라는 것도 있지만 교통법규처럼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에도 관찰되니 선택권 이외에 부도덕한 사람이 상류층으로 진출하기 쉽거나 상류상회가 도덕성을 감소시켰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