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너무 빨리 죽어요
폴 방키뭉 지음, 김미선 옮김, 남희섭 감수 / 서해문집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어떤 분은 ‘아이들이 너무 빨리 죽어요.’라는 제목을 보고 ‘헉 저렇게 강렬한 제목은’이라고 이야기하셨지만 저는 강렬한 인상을 ‘이윤이냐 생명이냐?’라는 문구에서 받았습니다.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당연보다 더 당연을 뜻하는 용어가 있었으면 그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그것은 이윤입니다.

 돈을 벌고 싶다. 무슨 돈 벌이가 없을까? 아픈 사람들이 항상 있으니 약을 만들어 팔면 되겠다. 이왕이면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으면 많이 팔리겠지. 그리고 좋은 약이라면 약값이 비싸도 환자들은 기꺼이 돈을 낼 것이다. 아니야, 너무 비싸면 약이 덜 팔리지도 몰라. 조금 가격을 낮추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자도 구입할 만큼 조정을 한다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될 꺼야.


 이것이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이 아닐까요. 같은 돈벌이라도 환자라는 즉 아픈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부수적으로 더 좋은 일이지만, 좋은 의미와 돈벌이의 우선 순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타적 유전자>에 나와 있는 글을 인용합니다. 1768년 루이앙투안 드 부갱빌Louis-Antoine de Bougainville은 타이티 섬을 발견했다. - 중략 - 섬을 에덴 동산에 비유했다. - 중략 - 섬 주민들은 풍요롭고 안락하며 불화 없는 생활에 대한 보고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 중략 - 반동은 예고된 것이었다. 타히티 섬 생활의 어두운 측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을 제물로 받치는 관습, 사제의 손을 빌린 정기적인 영아살해, 살인적인 분쟁의 악순환, - 후략

 같은 에피소드가 남양군도에서 반복되었다. 1925년 스물세 살의 마거릿 미드는 사모아를 방문했는데 - 중략 - 파라다이스에 관한 이야기를 갖고 돌아왔다. - 중략 - 미드의 신기루도 좀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 덧없이 증발해 버렸다.


 사람들은 꿈을 꿉니다. 각박한 도시, 문명, 불의不義, 비도덕적인 것들... 이 모든 것을 떠나고 싶다.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모여 평화롭게 사는 작은 마을이 있는 어느 섬. 사람이 루소Jean Jacques Rousseau의 '고상한 야만인'이나 맹자의 성선설의 해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너무나 이기적입니다. 그리고 제약회사와 의료계도. 저는 법조계도 종교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향점까지 버리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바는 분명하게 있으며, 이 책과 연관된 것을 이야기하자면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 때문에 약소국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그나마 삶을 지행하고 있습니다. 동정에 호소하는 것이 전부일까요. 저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정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들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저에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레토리아 소송에 참여한 분들을 포함하여 이기적인 인간 본성에 대해 항거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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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8-2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선물해 주신 가을산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막상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윤이냐 생명이냐'라는 문구는 저에게 너무 강렬했습니다.

가을산 2004-08-2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강렬한 리뷰였습니다! ^^
저의 멘트는 제가 정신좀 차린 후에....

가을산 2004-08-27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발등의 불을 끄고.....   저도 화끈하게......  ^^ 
미리 알림.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될만한 분'이라는 전제에서 씁니다. 
재미있게 토론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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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님, 대단한 환원주의자시군요! 

물론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물론 인간은 이윤을, 자기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당연하지요.

저도 이기적입니다.  저도 돈 많이 벌면 좋습니다. 저도 머리 아프지 않고 살면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것 하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약, 만들어서 많이 팔면 좋죠. '너무 비싸면 약이 덜 팔릴지도 몰라서 조금 가격을 낮추어' 팔아도 좋죠. 맞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입니다.

다국적 제약기업, 그정도의 양심조차 없습니다. 다국적 기업,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에 분칠을 할 뿐입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있다면, 현재의 우월적인 위치나 이익에 빠지지 않고, 앞날을 대비해서 염려할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있다면 오늘은 내가 착취자의 입장에 있더라도, 언젠가 내가, 나의 후손이 약자의 위치에 놓일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있다면, 오늘날처럼 지구의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이 나와 내 자손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질서가 '인간으로서의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인간적인 사고'를 가진 기업가라면, 선진국 환자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매긴 약가를 전 세계적으로 고집하지 못할겁니다. 인간적인 생각이 있다면, 일년 수입이 240불 이상인 중국인 백혈병 환자에게 하루에 200불 가량의 약을 매일 먹도록 강요하지는 못할겁니다.
(노바티스는 세계의 일부 선택된 백혈병 환자에게 '글리벡'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년 수입이 하위 10% 이내 - 년 240불 - 에 들고, 혈청학적 검사 및 chromosomal study가 적응증에 해당하고, 인터페론 치료를 시도해서 효과가 없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일년 수입이 240불 미만인 환자가, 과연 인터페론 치료는 고사하고, 의사 얼굴 보는 것이, chrosomal study를 하는 것이, 그리고 인터넷을 할 줄 알고, 영어를 읽을 줄 알아서 이런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완전히 빛좋은 개살구죠. )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약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그저 '약이 덜 팔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동정'이나 '이타적'인 생각이 아니라, 언제라도 내가, 나의 자녀가, 나의 가족이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고 염려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계산의 결과입니다.
이게 더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 아닐까요? 

저는 사실, 결혼 한 것에 대해서 구속을 많이 느낍니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이루었을 것들에 대해 동경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제가 바람직하게 변했다는 것들 중 몇가지가, 조금은 갈등과 고통을 이기고 기다리는 참을성이 생길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기적 유전자니, 사회생물학 논쟁이니 하는 것에 대해 압니다.
우리는 이기적이라는 것 무척 공감합니다. 
저도 이기적이기 때문에, 머리 굴리는겁니다. 
저도 가족이 없었다면 '그게 그런거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나 하나쯤이야 어찌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내 유전자 풀쯤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물론 진짜 위험이 닥쳤을 때에는 유전자적 본능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자식이 생겼고 - 부처는 '라훌라(장애물)'이라고 했지요 - 이로서 이 세상과의 끈이 더 강하게 묶이게 되었습니다 .
자식과 미래의 세대를 걱정하는 것이 '이기적 유전자'의 작동 원리이지요.

저는 이기적인 머리 굴리고 있습니다. 재벌이 될 가망도 없고, 자자손손 돈걱정 없이 만들어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려는겁니다. 
돈 벌려고 아귀다툼 하기 싫고, 내 자녀들이 아귀다툼 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 무언가 안전망을 만들고 싶은겁니다.

동정? 그런건 집어치우세요.

다 내 맘 편하자고 하는겁니다.  다 나와 내 자식들 편하자고 하는거에요.
간단히 머리를 굴려 80:20 사회에서 우리가 어느쪽에 속할 확률이 높은지 생각해보세요.
내가, 아니면 나의 자식들이, 가족들이 20에 들기보다는 80에 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20안에 들기 위해 피터지게 싸우는 것보다는 80도 맘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얻을 게 많은 싸움이라는겁니다.

마립간님은 자신 있으신가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해서 사족.
제 계급적 출신 때문에 80 운운하는 것 아닙니다. 
저는 몰라도, 제 부모님.... 상위 1프로 이내에 드십니다.
저도 현재 상태로는 아마 상위 20-30 내에 들겠지요.
당대에는 이래도 미래는 알 수 없는겁니다.  
유전자는 생각보다 영리합니다. 더 계산을 잘할 수 있어요.


2004-08-27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04-08-27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을산님을 좋아하는 것 아시죠. 제가 잘못된 생각이 있다면 바로 잡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가을산님의 '제가 정신을 차린 후에'라는 댓글을 보니 제 글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제가 두번째로 인터넷이라는 곳에 글을 올리고 제목도 과격했던 '나는 안티 페미니스트다.'를 올릴 때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하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의 생각의 흡집을 메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죠.
우선적으로 가을산님이 질문에 답변을 하면 '아니요, 자신 없습니다.' 마립간의 생활 OX 문제로 언뜻 보였지만 저는 하위 10%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다음에 쓸 글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 저도 생각의 정리를 하고...

가을산 2004-08-2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저도 마립간님 좋아하는 것 아시죠? ^^ 그래서 맘에 있는대로 쓴 글입니다.
음... 그리고 '정신차린 후에'는.... '다른 밀린 일들을 끝내고 나서'라는 의미였습니다.
상황을 보는 출발은 같은 것 같은데, 결론의 차이는.... 아마 우리의 '선택'의 영역 아닐까 합니다.

조선인 2004-08-2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마케팅본부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잠깐 껴들어 보겠습니다.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너무 비싸면 약이 덜 팔리지도 몰라. 조금 가격을 낮추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자도 구입할 만큼 조정을 한다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될 꺼야."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예 제품기획단계에서 부유층에 팔 비싼 약과 누구에게나 팔 값싼 약을 결정합니다. 전자의 경우 가격을 높이면 높일수록 좋습니다. 구매자에게 특권의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후자의 경우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대신, 누구나 꼭 먹어야 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도록 광고전략을 짜게 됩니다. 즉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 '인간'의 양심에 호소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저로서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혹은 유전자가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인간을 논의함에 있어 개체 단위로 판단하는 것보다 개미처럼 집단 단위로 파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본성에 의해 혹은 유전자에 의해 사회가 형성 존속된다고 부연설명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요 ^^;;

마립간 2004-08-2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타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게놈>은 유전학책이 아니며 인간이 유전자에 의해 조정받는다라는 보다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본 사회학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조선인 2004-08-2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 얘기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