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고양이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 1

 
마녀고양이님께서 어느 알라디너와 대화와 관련하여 질문을 하셔서 이에 대한 답변을 드립니다.

 
마녀고양이님 댓글 ; 왜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자신에 대해 설명을 하시고 상대가 납득하기 바라며

 
알라딘에서 몇 분과 논쟁적 대화가 있었습니다. 가을산님, 드팀전님, 따우님, 강쥐님, 파란여우님 등. 이 분들과 대화의 시작은 제가 먼저 말을 걸었다기 보다 그쪽에서 말을 걸어오셨어요. 제가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글을 쓴 것이 계기였습니다.

* 당연하지 않은가!
http://blog.aladin.co.kr/maripkahn/523196
* 밝혀진 사실이지만
http://blog.aladin.co.kr/maripkahn/2404674

 하지만 바람구두님의 경우에는 반대로 제가 긴 대화를 하고 싶어 몇 번 딴지?를 걸었습니다. 논쟁의 승패나 지적 자웅을 겨루는데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보다 큰 이유는 저의 가치관은 물리학과 수학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인문에 바탕을 두고 가치관을 세운 사람과 비교하고 싶었죠. 저는 ‘하이데거’, ‘데리다’, ‘들뢰즈’ 이런 사람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 외의 것은 아는 것이 없어요.

 
결국 바람구두님과의 논쟁적 대화는 한 번도 없었고, 제가 바람구두님께 저의 ‘서재 탐구’를 부탁드린 적도 있지만 그냥 떠나셨죠.

 
얼마 전 잘 모르는 분이 저에게 먼댓글을 걸어 오셨을 때, 그 분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제가 바람구두님께 댓글을 남겼던 그 때의 제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대화의 처음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화의 유지는 조금 다른 기전이 있었습니다.
 
저와 제 딸과의 나이차이가 40년입니다. 10년 뒤에 딸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설 때, 저는 50대 중반을 넘어섭니다. 남자와 여자, 50대 중반의 장년과 10대 중반의 사춘기 ; 여기에 소통이란 것을 생각하면 마치 절벽과 같고,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어머니는 우선 기본적으로 자녀의 소통에서 아버지보다 유리합니다. 태중에서 10개월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여자는 사람 지향적이고, 남자는 일 지향적입니다. 그래서 모녀의 유대감은 가장 평이하게 형성되고 유지됩니다. 반면 아버지와 아들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런데 부자간의 유대감과 관련된 연결 고리가 있는데, 바로 직업입니다. 아버지가 변호사고 아들이 변호사면, 아버지가 의사고 아들이 의사면, 그 유대감이 모녀지간과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물론 사춘기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제 입장인 부녀지간에서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선택은 있다.’

 
딸아기가 사춘기에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딸이나 저의 성별을 바꿀 수도 없고 나이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딸아이의 성장과정을 통제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어느 알라디너는 제게 주어진 정보로 판단하건데, 남자, 성인입니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대화를 합니다. 인터넷 대화는 비언어적인 의사표시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신호도 가지 않지만 부정적인 신호도 가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에게 나를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대화중에 감정 조절에 실패한다면, 대화를 지속할 만큼의 인내력, 지구력이 없다면. ; 그렇다면 10년 뒤에 딸과 대화는 기대하지 말아야죠. (이 이야기를 읽고 상대 알라디너를 청소년처럼 생각했다라고 곡해하시면 안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글들이 공개된 글이기 때문에 다른 알라디너도 함께 볼 수 있는데,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

 제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A를 설득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A를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B, C, D씨 등이 찾아와서 “마립간께 감명 받았어요.”, “마립간님을 신뢰합니다.”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A를 설득할 때, 옆에 있었는데 A와 대화를 듣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느 알라디너와 이번 7월의 대화는 그분과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다른 알라디너, 조선인님, 마녀고양이님, 순오기님, stella09님, (그리고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거의 제 글을 읽었을 것으로 기대되는 ***님) 등, 제 서재에 방문을 하신 알라디너와도 함께 한, 대화이기도 합니다. 순오기님께서는 500명의 즐겨찾기(follower)를 갖고 계시지만, 저는 500명의 follower를 갖는 순오기님을 follower로 갖고 있습니다.

 
저는 함축적인 표현을 계속할 터이고 그와 중에 저를 이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위안이 되지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1-07-2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검열에 대해서는 나중에 쓰겠습니다.

순오기 2011-07-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통하려는 노력, 충분히 공감합니다~~~~
빼놓지 않고 읽었는데 순오기를 위한 대화이기도 했다니 고마워요.^^

마립간 2011-07-25 14:18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을 사귀지는 못해도 한 사람을 진실하게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히려 순오기님께 고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