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세트 - 전27권 (식객 전27권 + 식객 매거진)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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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민감에 대하여 - 섬세함을 느끼다.
- 식객 독후감3

 
‘예민감’ 이 단어 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있을 텐데, ‘예민감’으로는 멋이 없네요. 맛깔 나는 단어가 없을까요?

 
차이가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3493585#Comment_3493585
 
 물리학에서 별빛을 포함한 구분할 것이 전혀 없는( 완벽한 대칭성을 갖은) 상태에서 A와 B라는 물체가 가까워집니다. A가 움직이는 것일까? B가 움직이는 것일까? 아니면 함께 움직이는 것일까? 알 수 없고 세 가지 상황은 동치입니다. 눈을 가리고 막대기에 축구공을 달아 축구 골대의 막이 그물막인지, 천으로 된 막인지 구분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구분할 수 없습니다. 축구공을 단 막대기에서 눈 가린 사람에게 주는 정보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즉 의미는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을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맛이 있는 음식은 맛이 없는 음식과의 차이를 감지하면서 맛있다는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때, 육류 (돼지고기)를 먹는 날은 아버지 월급 받는 날(, 아니면 그 다음날)입니다. 누군가가 (어느 어른 분이)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맛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저는 모른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것을 왜 모르냐고 되묻는 것입니다. 당시에 소고기는 명절에나 볼 수 있고, 어른들께서 드시고 나고 아이들의 차례가 오면 거의 맛만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먹는 돼지고기 맛도 기억될까 말까 하는데, 일 년에 몇 번 먹지 못하는 소고기 맛을 기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소고기가 맛있는지, 돼지고기가 맛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우리 딸아이는 맛을 기억하데요. ; “빨간 고기 (소고기) 좀 먹어보자.”) 옛날 속담에 ‘도둑질도 해 본 놈이 한다.’고 음식도 먹어 본 사람이 알 수 있습니다.

 
식객과 같은 한식 이전에 포도주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포도주의 맛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선 포도의 종류, 포도를 심은 땅 (그리고 기후), 그 포도가 열린 해의 기상 상태 (그래서 빈티지Vintage가 결정되고), 포도를 거두어 으깨는 방법 (그래서 저는 칠레나 호주산이 좋다.) 숙성 방법 (그래서 오크oak통도 중요하고), 이동 방법도 중요하고 (배로 이동한 것보다 비행기로 이동한 것은 더 비싸다.) 마시는 방법에 있어서도 디켄팅decanting을 하느냐, 보올bowl를 쥐느냐, 아니면 스템stem을 쥐느냐에 따라 다르고. (식객 18권 89화 불고기와 와인)

 
다 수긍하고 수용하겠습니다. 자 정작 중요한 맛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코와 혀만으로 위 과정 중 하나만 잘못된 와인을 골라내도록 하겠습니다.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음식 맛은 원재료의 상태, 그것도 주재료, 보조재료, 양념류 모두를 포함하고, 요리하는데 있어, 그릇, 불의 세기, 시간, 숙성 등 수많은 요인이 어우러져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 많은 요소 중 한 가지가 처질 때, 그것을 맛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자운 할아버지처럼 맛을 감별하는 것은 사실일까요? 사실이라면 그 정도의 미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몇 %나 될까요? 완벽히 감별이 안 되다면 어느 정도까지 감별하는 것이 현실일까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의 선배 중에 서양 고전 음악에 대한 조예가 있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한 곡의 음반을 지휘자, 또는 악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너 개 정도 갖고 계셨습니다. 당시에 저는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도 구분 못하던 시기인데, 지휘자가 다르다고 음반을 따로 사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죠. 하지만 예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요 ‘비상’을 임재범씨가 부른 것과 JK 김동욱이 부른 것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와인의 경우는 그 섬세함을 감별하는 것에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냥 허영이 아닐까?

 
그렇다면, 한식 또는 음식의 맛에 관해서는? 저는 식객이 만화이므로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를 파악하지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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