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양 딸

 
어떤 사람이 음악가를 좋아했다면 먼저 그 음악가의 음악을 듣고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그 음악을 작곡한 사람을 누굴까,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을 누굴까 궁금해 한 다음 그 음악가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브람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반대입니다. 음악(사史)에 대한 글에서 브람스를 발견하고 (음악시간에 이름을 듣기는 했지만) 음악가에 대한 글을 읽은 다음, 그를 좋아했습니다. 그를 좋아하다 보니 그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그의 음악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경로를 밟은 것이 매화나무입니다. 매화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극장용 어린이 영화 ‘날으는 소년 일지매’ (1978년)가 시작입니다. 이후로 매화에 대한 여러 가지 심상이 쌓여 가던 중, 조선왕조 500년 ‘설중매’ 라는 MBC 드라마(1983) 방영을 보고 매화에 대한 호감이 굳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매梅’ 이름을 갖은 기생도 많아 매梅의 여자의 이미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심상에는 은일사隱逸士로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의 이미지 보다 선비, 남자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여기에서 설중매는 인수대비를 말한다고 합니다. - 그래도 여성의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남성적인 매화 이미지에서 여성미를 발견한 것은 임포林逋를 알게 된 이후입니다.

 
제 글 ‘미치도록 갖고 싶은 것’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갖고 싶은 것이 더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매화나무였습니다.
* 미치도록 갖고 싶은 것들 ;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27336

 제가 살고 있는 집이 나무를 기를 수 없어 매화나무 분재를 갖고 싶었는데, 지난 달 제 생일에 안해가 생일 선물로 매화나무 분재를 선물했습니다.

 
구입하기 전에는 남자이름을 지어 줄까, 여자 이름을 지어 줄까 고민했는데, 구입한 매화나무가 호리호리한 몸매에 S라인으로 살짝 구부린 모습이 ‘나는 여자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자 이름 중 매령梅姈과 매현梅妶 중에서 고민하다가 **로 정했습니다. 미혼이면 수양 여동생으로 삼았을 텐데, 여식도 있고 하니 수양 딸로 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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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4-0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다른 화분들 때문에 S라인이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ㅜㅜ
그래도 수양딸 이름을 **으로 처리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센스!^^

마립간 2011-04-09 12:00   좋아요 0 | URL
베란다에서 매화만 찍은 사진이 있는데, 매화의 수줍움이 없어 지워버렸습니다.

마립간 2011-04-1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렴계周濂溪보다는 퇴계 의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