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자들은 왜 수학을 할까?  - 姜 錫 眞 고등과학원 수학과 교수

얼마 전 어느 국립대학교 수학과 학생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수학자는 수학을 합니다. 수학자들은 왜 수학을 할까요?”

학생들의 다양한 답글이 올라왔다.


“더 좋은 이해를 얻기 위해서” “남이 나보다 수학을 잘하는 게 싫어서” “아름답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니까” “어려운 거 해야 폼 나니까” “깔끔하잖아요?” “자랑하고 싶어서”…. (그 밖에 “어느 수학 교수님의 생명력이 흘러넘치는 목소리에 반해서” 같은 믿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 )


덕분에 나까지 왜 수학을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내게는 위에 나온 이유들이 전부 해당되는 것 같다. 문제는 그것들을 나 자신이 실현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나보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내 목소리에 생명력이 흘러넘치지도 않으며, 폼이 날 만큼 심오한 수학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 것이다.


아니다. 이런 회의와 의문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하루에 열두번씩 느껴온 것이고, 나는 나 자신을 설득시키는 대답이 있다. (이건 아무에게나 함부로 가르쳐 줄 수 없다. ) 진짜 문제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던 학창 시절의 풋풋함을 잊고 있다는 것 아닐까?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가 있다. 예술가이며 요리의 대가 우미하라와 그의 아들인 지로가 ‘최고의 메뉴’와 ‘완벽한 메뉴’를 앞세워 치열한 요리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지로의 결혼식을 앞두고 우미하라와 지로는 ‘결혼 피로연’을 주제로 감동적인 요리 대결을 벌인다. 우미하라는 최고 중의 최고의 요리로서, 소박한 그러나 정성이 가득 담긴 가정 요리를 내놓는다.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천재 우미하라가 세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지내던 시절에 아내가 만들어 내놓은 음식이다. 밥, 무절임, 정어리, 닭간과 모래주머니, 두부, 된장국….


우미하라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해도 지혜를 짜내기에 따라 이처럼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가난을 두려워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일절 타협 없이 가난을 오히려 즐기며 스스로의 길만 추구해 가면 될 일 아닌가?”


내 능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뛰어난 수학자인 걸로 착각하고 있지만, 내가 존경하는 위대한 수학자 몇 사람과 나와 함께 공부해 온 내 제자들은 보잘것없는 내 실력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갈수록 공부하기가 싫어지고 나태해지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이미 수학자로서의 생명이 끝난 게 아닌가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수학이 멋있고 아름다워서 이 길을 선택한 이후 언제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 자신이 얼마나 수학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는가, 나는 얼마나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였다.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 수학을 시작할 때의 소박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권위에 떨고 타인의 비평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자유분방,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 일간지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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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실수! 전 이 글이 마립간님 글인 줄 알았잖아요. 참 지적이다. 생각해서 칭찬해 드릴려고 했더니...암튼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주말 보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