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가게나, 동갑네.

 
잘 가게나, 동갑네.

 
그를 알게 된 것은 물론 ‘알라딘’이고 오프라인에서 본 적은 없습니다.
 
알라딘 서재(블로그)가 처음 생기고 얼마 지난 후 알라딘에서 서재를 홍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알라디너에게 좋은 서재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그는 서재 초기부터 여러 서재를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었고 이 이벤트에서 여러 서재를 이벤트 행사 중에 추천했습니다. 이벤트 마감날이 다가올 때 그는 자신의 서재를 추천하였습니다. 아무도 내 서재를 추천해 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그와 내가 댓글로 인사를 나눈 때는 2004년 2월 5일입니다. 그는 나의 다양한 호기심에 놀랐고, 저는 그에게 한 분야 정통한 독서에 놀랐습니다.

 
한참 지난 후, 그는 서재에 본인의 뒷모습 사진을 올렸습니다. 저는 그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조금 지난 후 본인이 아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때 저는 그가 2004년 4월 중순에 있었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알라딘 서재 1세대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아마 이 모임을 기억하는 분들을 이른 것 같다.)

 
다른 분 이야기를 잠깐 하지요.
 
그 사람을 만난 것은 2002년일 것입니다. 간세포암 환자였습니다. 의사에게 간세포암 진단 시에도, 간세포암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감정의 흔들림 없이 무덤덤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그의 배우자도. 2번째인가, 3번째 만남에서 환자의 정보를 얻기 위해 가족 관계를 물었을 때, 첫 만남의 상황이 이해되었습니다. 그의 형제 모두 간세포암이었고, 그가 그의 형제 중에는 마지막으로 간세포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배우자분은 굳은 의지로 감정을 억제하였지만, 재발을 진단할 때, 병원 구석에 혼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배우자 분이 의사 앞에서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처음 토혈(피를 토하는 것)이 있었던 날입니다. 의사에게 잘 치료될 것이라는 격려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배우자도 이번 토혈로 환자가 죽지 않을 것이라는 알고 있었습니다. 환자의 형제 분들도 첫 번째 토혈이 있을 때 잘 치료 받고 퇴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토혈이 발생했다는 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자 분은 4-5개월 더 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알라디너, 그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전과 한 후, 2번 정도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두번 다 거절당했습니다. 작년 12월에 작은 선물을 보냈는데, 크리스마스 때에 맞추어 보냈지만, 제 안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못내 한번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고, 그는 만나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꽤나 잘 견디어 주었습니다. 더 견디어 주길 바랬지만.

 
2010년 10월 20일 글을 보고 다소 안심을 했지만, 만약 일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모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서재를 떠난 몇 분과 6년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던 분들도 추모 댓글을 남겨 주시니, 그가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가 보내 준 <스몰 월드>를 볼 때마다 그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 왜 마지막 순간에만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12194 ; 우리는 어차피 시한부 인생을 산다.

 동갑네, 잘 가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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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7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12-1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두님 페이퍼에 댓글 달고(그 땐 댓글을 본인 서재에 퍼오는 기능이 있었죠), 만두님이 2004년 2월 4일에 제 방명록에 글 남겨주신 게 처음이었습니다. 첫 댓글은 저나 만두님이나 아주 사무적이고 예의차린 글이었더라구요...

마립간 2010-12-18 07: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BRINY님. 오랜 이웃인데, 인사가 없었네요.

2010-12-23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