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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 언어는 문화다.

 자연과학 또는 인류학에서는 꽤 오래된 논쟁이지만, 마립간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사고와 언어 중 어느 것이 선행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의심도 없이 직관에 의해 사고가 선행하고 이후 언어가 발달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가 없다면 개념화, 추상화가 가능했을까? 언어가 없었다면 코드(추상적 개념)화된 기억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직 판단 유보된 질문입니다.

 저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우선 단어를 외운다는 것이 너무나 단순한 노동에 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떠나서 보니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외국의 문화를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인에게 몇 시냐고 물었을 때, ‘여덟시 오분입니다.’라고 대답하지 않고 ‘팔시 다섯분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면 저는 이 ‘외국인은 한국말을 책에서 배웠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문법상 오류도 없고 단어의 의미는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는 한글로 하고 분은 한자로 해야 될 특별한 이유도 없습니다. 단지 한국 사람이 그렇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없는 문화입니다.

 반면 이유가 있는 언어(문화)도 있습니다. 사막에 사는 어느 부족은 황토색Brown에 대한 표현이 1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얼음으로 둘러싸인 극지방에 사는 부족은 흰색에 대한 표현이 10가지 넘는다고 합니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맛과 입천장(연구개)의 단어가 같다고 합니다. 동어이의同語異意 단어입니다. 어느 학자 분이 왜 맛과 입천장을 한 단어로 사용했나 의심을 품고 있던 중 입안에 보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맛을 느끼지 못했으며 그때 ‘아하!’라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맛의 대부분은 혀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코로 느끼는 것입니다.

 꽤 오랫동안 궁금해왔던 것이 있습니다. 한글의 ‘파랗다’입니다. 이 단어는 청색과 녹색을 구분 없이 사용합니다. (또는 청색에 대한 표현은 있되 녹색에 대한 표현은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직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혹시 알라디너 중 아시는 분?)

 이 책의 내용과 관련이 없지만, 현재의 영어는 (특히 한국에서는)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문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권력이 미국에 있고, 한국의 권력은 지미知美적인 사람이나 친미親美적인 사람이 갖고 있다고 해야겠죠.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추측으로 종결되는 문장이 꽤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상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해도 박진감을 조금 떨어뜨렸습니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 도서 서평입니다.)

 뱀다리 ; 인문의 향기가 펄펄 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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