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아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라블레의 아이들 - 천재들의 식탁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양경미 옮김 / 빨간머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음식, 문화, 지위

 <차폰, 잔폰, 짬뽕>의 서평에 음식이 곧 문화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음식 문화라면 음식은 곧 지위입니다. (이때 ‘곧’은 물론 함수 관계가 아니고 상관관계입니다.)
 친구 3명이 모였는데, 어제 먹은 식사이야기를 합니다. 갑돌이는 저녁으로 삭스핀을 먹었고 을돌이는 비빔밥을 먹었고 병돌이는 김밥 한줄을 먹었습니다. ; 이 음식만 갖고 세 친구의 사회적 지위를 떠올립니다. 편견일까요? 당연히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의미한 해석도 아닙니다.
 다른 예로 갑돌이 ; ‘마오타이 귀주, 공부가주 중에서 나는 귀주가 제일 맛있더라.’ 을돌이 ; ‘나는 마오타이와 공부가주는 마셔봤는데, 귀주는 못 마셔봤는데.’ 병돌이 ; ‘그게 뭐야?’

 우리나라 여성들이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하고 요즘 사람들이 키에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변두리의 자장면으로 유명한 허름한 중국집이 너무 손님이 많아 돈을 많이 벌어 시내 중심가에 큰 빌딩을 짓고 음식점을 차렸습니다. 인테리어도 깨끗합니다. 주방장도 그대로입니다. (혹은 요리법을 그대로 전수하였습니다.) 그 음식점은 확장하고 나서 망했습니다. 손님들이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음식 맛에는 분위가 포함되는데, 식당의 분위기가 바뀌니 음식 맛도 변한 것입니다.

 음식에 대한 또 다른 인상 깊은 기억이 있습니다. 유명한 요리사(아마 호텔 주방장)가 낙지로 음식을 만드는데, 낙지의 단순한 흰색을 없애기 위해 이런 양념을 치고, 무미한 맛을 없애기 위해 저런 양념을 치고 ; 저는 ‘낙지의 색깔과 맛을 없애려 한다면 뭐하러 낙지로 요리를 만드는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요리사는 낙지는 좋은 요리감이 아니라고 했었습니다. 특징이 없기 때문에.)

 저의 음식에 대한 가치관은 다음 문답이 단편적인 모습을 설명합니다.
 ‘당신은 먹기 위해 살고 있습니까, 살기 위해 먹고 있습니까?’
 외양간 ; 당연히 먹기 위해 살지요. 먹는 락樂을 빼면 무슨 재미로 살아요. (제 아는 사람 중에 이렇게 대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마립간 ; ‘세상에 할 일도 많고 가치가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먹는 것에 신경을 쓰고 삽니까? 그저 배고픔만 면하면 됩니다.’

 음악 감상문은 음악을 들은 이후 자신의 감상과 감상문을 비교하고 서평집은 같은 책을 독서한 후에 감상을 비교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음식에 관한, 특히 이 책과 같이 요리의 재현 및 맛에 대한 이야기는 음식을 앞에 놓고 먹으면서 하거나 먹어 봤던 기억이 있어야 생생할 텐데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주는 상상력으로 말미암아 연상되는 것을 생각하면 글을 참 잘 썼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실체보다 표현이 더 훌륭한 경우를 종종 맞닥뜨립니다. - 정말 음식이 맛이 있을까?)

 <차폰, 잔폰, 짬뽕>이 음식의 거시적 안목에서 쓴 책이라면 <라블레의 아이들>은 미시적 안목에서 쓴 글로 보이네요.

p11
즐겨 먹는 음식을 말해보게 그러면 자네의 성향을 알려줄 테니/동물은 먹이를 먹고 인간은 요리를 먹는다.

* 함께 읽으면서 하는 책 <가난한 밥상>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cf * 커피는 짙은 색깔과 쓴 맛과 향을 위해 마시는데, 설탕으로 쓴 맛을 없애고 프림?으로 색을 바꾼 뒤에 커피를 즐긴다?
* 요즘 TV가 비만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TV를 시청하면서 운동량을 줄이기도 TV 방영에 음식 관련 방송이 많아 음식 섭취를 유도한다고 합니다. 왜 다들 먹을 것 타령인지?
* 서평에 나왔던 요리사는 미술 공부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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